이마트 에브리데이 홈페이지.
글 싣는 순서 |
① 유통업계 코끼리 이마트, 가맹점주에게 강제 인수 종용 의혹 (계속) |
"처음 갑질 당했을 때 다 엎어버릴 걸. 뼈저리게 후회한다"
신세계 그룹 계열사인 이마트 에브리데이의 무리한 인수 압박에 못 이겨 결국 교도소 신세까지 진 A 씨.
그는 만년 '을'에 해당했고 살기 위해 '갑'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다.
다음은 A 씨의 이야기다.
지난 2014년, A 씨는 지인과 손을 잡고 경북 영주에 이마트 에브리데이를 개점했다.
사업 확장 차원에서 인천에 같은 매장 1개를 추가로 오픈하려다가 동업자와 의견충돌이 발생했다.
둘은 갈라서기로 했고 영주점과 인천점을 각각 1개씩 나눠 갖기로 했다.
당시 지점 명의가 둘이 공동설립한 법인 이름으로 돼 있었기에 A 씨는 회사 측에 영주점 명의 변경을 요청했다.
회사 측 담당자는 '불과 몇 달 만에 명의변경을 한다고 윗선에 보고하면 우려하실 게 뻔하다'며 거부했다.
담당자는 실질적인 운영은 A 씨가 하되 명의 변경은 1년 뒤에 해주겠다고 약속했다.
A 씨는 요구에 따르지 않을 경우 회사 측이 가맹 계약을 해지하자고 할까 두려워 결국 이를 수용했다.
A 씨가 이마트 에브리데이에 첫 번째 갑질을 당한 때였다.
◇ 강제로 가맹점주 맡기는 일명 '가맹점 밀어내기'약속했던 영주점 명의 변경을 앞둔 1년 뒤쯤, 회사 측이 다급히 A 씨에게 연락을 해왔다.
본사가 직접 운영했던 경북 구미점과 칠곡점의 매출이 부진해 가맹점으로 전환하려 하니 마땅한 가맹점주를 물색해 달라고 했다.
A 씨는 내키지 않았지만 본사의 요구를 거절할 수 없어 B 씨를 소개시켜줬다.
먼저 구미점을 인수한 B 씨는 생각보다 매출이 좋지 않고, 본사 차원의 지원이 미미하자 칠곡점 인수를 포기했다.
회사가 칠곡점 가맹점주를 구하지 못하자 화살은 A 씨에게로 돌아왔다.
A 씨가 소개시켜준 사람이 인수를 포기했으니 그 책임이 A 씨에게 있다면서 칠곡점을 인수하라는 것이었다.
A 씨가 난색을 표했지만 회사 측은 칠곡점을 인수하지 않을 경우 약속했던 영주점 명의 변경도 불가능하다고 협박했다.
이른바 가맹점 밀어내기(강매)였다.
A 씨는 울며 겨자 먹기로 칠곡점을 인수했다.
◇ 갑질 못이겨 결국 파산…교도소 신세까지무리한 지점 확장을 감당할 수 없었던 A 씨는 얼마 못 가 위기를 맞았고 지켜보던 회사는 A 씨에게 사업에서 손을 떼라고 권했다.
대신 '밀린 직원들 월급은 이마트 측에서 부담하겠다'고 약속했다.
사면초가에 몰린 A 씨는 어쩔 수 없이 모든 사업을 포기했다.
그런데 얼마 뒤 회사가 돌연 말을 바꿨다.
직원 월급은 가맹점주가 부담해야 할 사안이라는 거였다.
A 씨는 집과 차를 팔아 직원들에게 밀린 월급을 쥐어줬지만 역부족이었다.
결국 직원들이 A 씨를 노동청에 고발했고 A 씨는 4달 동안 교도소 신세를 졌다.
A 씨는 "물론 100% 이마트 탓만은 아닐 거다. 내가 운영을 잘 못한 부분도 있을 수 있고. 그런데 칠곡점 강제 인수가 몰락의 기점이 된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 '을'은 '갑'의 사과를 원한다A 씨는 이때부터 마음의 병을 앓았다.
사업이 망한 것은 할 수 없는 일이지만 대기업의 횡포에 놀아났다고 생각하니 화가 치밀어 올랐다.
결국 A 씨는 지난 8월, 이마트 에브리데이 담당자를 강요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고 회사를 가맹사업법 위반 혐의로 공정위에 제소했다.
이마트 에브리데이는 물품 대금 미지급 등을 이유로 A 씨에 대한 민사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A 씨는 "끝까지 자기들의 잘못은 인정하지 않겠다는 심보다. 나는 다른 걸 바라는 게 아니다. 단지 가맹점주를 우습게 보고 갑질한 부분에 대해 사과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회사 측은 밀어내기 의혹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다. 경찰 조사가 끝나면 사실이 아니라는 게 밝혀질 것"이라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