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한해는 대한민국 정치 역사에 길이 남을 한 해였다. 헌정 사상 최초로 대통령이 탄핵됐으며, 조기 대선이 실시돼 정권이 교체됐다. CBS는 올 한 해를 되돌아보며 정치 분야의 10대 이슈를 가려본다.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이 박근헤 대통령탄핵심판 사건에 대해 선고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자료사진)
◇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헌법재판소는 3월 10일 재판관 8명의 전원 일치된 의견으로 박근혜 대통령 파면을 선고했다. 헌재는 박 전 대통령이 최순실의 사익 추구를 위해 자신의 지위와 권한을 남용한 책임을 물었다.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피청구인을 파면함으로써 얻는 헌법 수호의 이익이 압도적으로 크다"고 선언했다. 촛불을 들었던 전국의 시민들이 환영했으며 정치권은 조기 대선 국면으로 돌입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왼쪽부터), 자유한국당 홍준표, 바른정당 유승민, 정의당 심상정,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가 2일 오후 서울 상암동 MBC 스튜디오에서 선거관리위원회 주최로 열린 마지막 TV토론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국회사진취재단/자료사진)
◇ 조기 대선 레이스두 달간 진행된 대선 레이스는 긴박함의 연속이었다. 각 당에서 치열한 경선을 뚫고 올라온 후보들이 진검승부를 펼쳤다. 문재인 대통령은 4월 3일 경선에서 안희정, 이재명 후보를 꺾고 대선 후보로 확정됐다.국민의당에서는 안철수 대표가 3월 25일 손학규 상임고문을 광주전남 경선에서 크게 꺾으면서 지지율이 급등, 초반에 바람을 일으켰다. 자유한국당에서는 홍준표 대표가, 바른정당에서는 유승민 대표, 정의당에서는 심상정 전 대표가 레이스에 최종 주자로 선발돼 5자 대결을 펼쳤다.
문재인 대통령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 문재인 대통령 당선과 정권교체5월 9일 장미대선 결과 문재인 대통령이 19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선거인수 4247만9000여명 중 3280만명가량이 투표에 참여해 이중 41.1%가 지지했다. 더불어민주당은 9년만에 정권교체를 이뤘냈다. 문 대통령은 취임식에서 "저를 지지하지 않았던 국민 한분 한분도 저의 국민이며, 2017년 5월 10일 이 날은 진정한 국민통합의 시작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문 대통령은 인수위원회 구성없이 곧바로 청와대에 입성해 임기를 시작했다.
(사진=자료사진)
◇ 적폐청산촛불 민심으로 출범된 문재인 정부는 적폐청산에 돌입했다. '나라다운 나라, 정의로운 대한민국'이라는 국정철학을 바탕으로 사회 각 분야의 적폐청산을 제1과제로 꼽았다. 적폐청산의 선두는 검찰과 국정원이 섰다. 검찰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에서 시작해 특수활동비 유용까지 수사를 뻗어갔다. 이명박 정권에서는 군사이버사의 댓글 활동을 포착해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 등 당시 군 핵심 인사들이 수사를 받았다. 다스, BBK 등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의 칼 끝이 결국 이 전 대통령에게 닿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국정원도 적폐청산 TF를 구성해 스스로의 치부를 드러냈다. 북방한계선(NLL) 관련 남북정상회의록 공개, 18대 대선 국정원 댓글조작, 문화계 블랙리스트,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 당시 국정원 개입 의혹, 우병우 청와대 전 민정수석에 한 추명호 전 국장의 비선보고 등도 TF 조사를 통해 드러났다. 자유한국당은 새 정부의 적폐청산을 '정치보복'으로 규정하고 강력히 반발하면서 정치권의 공방은 거세졌다.
박근혜 전 대통령 (사진=자료사진)
◇ 박근혜 구속과 측근들의 몰락첫 여성대통령이자 최초로 탄핵된 박근혜 전 대통령은 3월 31일 법정 구속됐다. 검찰은 289억원대 뇌물 혐의 등으로 박 전 대통령을 구속했다. 구속 8개월 동안 총 100번의 재판이 이어졌다. 박 전 대통령은 10월부터 재판을 거부하고 있다. 측근들도 줄줄이 구속됐다. 최측근인 김기춘 전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정무수석은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구속됐다. 문고리 3인방으로 불린 이재만, 정호성, 안봉근 전 비서관도 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특수활동비 유용 의혹으로 친박계 핵심인 최경환 의원도 구속영장이 청구된 상태이다.
청와대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 인사파동문재인 정부의 인사는 순탄치 못했다. 임종석 비서실장과 조국 민정수석의 파격 기용은 박수를 받았지만 이후 이어진 장관과 고위 법관들의 인사 과정에서는 잡음이 계속됐다. 문 대통령은 5대 비리(병역면탈‧부동산투기‧세금탈루‧위장전입‧논문표절) 전략자의 인사 배제 원칙을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이를 지키지 못했다. 야당이 '인사참사'라며 맹공을 이어갔으며, 문 대통령도 문제를 인식하고 인사검증 시스템 마련을 참모들에게 주문했다.
인사 검증 과정에서 낙마자도 속출했다. 조대엽 전 고용노동부장관 후보자는 음주운전 전력으로 사퇴했고, 안경환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허위 혼인 신고 추문으로 자리를 내려놨다. 이유정 전 헙법재판관 후보자는 수상한 주식 거래로, 박성진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는 뉴라이트 등 역사관 문제로 낙마했다. 차관급으로는 박기영 전 과학기술혁신본부장 후보자가 황우석 사태 연루로 자진 사퇴했다. 김이수 전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는 국회에서 임명동의안이 부결됐다.
(왼쪽부터)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바른정당 유승민 대표 (사진=자료사진)
◇ 대선 후보들의 당대표 등판19대 대선에서 패한 홍준표, 안철수, 유승민 후보가 차례로 당 대표로 복귀했다. 홍준표 대표가 7월에 자유한국당 대표에 당선돼 '친박청산'에 몰두함과 동시에 '친홍체제' 구축에 열을 올렸다. 안철수 대표도 증거조작 사건으로 인해 내상을 입은 상황에서 반대를 딛고 8월 대표로 선출됐다. 바른정당은 11월 김무성 의원 등 9명이 자유한국당으로의 탈당한 이후 유승민 대표가 당권을 잡게 됐다. 정의당 심상정 전 대표를 제외하고 패장들이 야당의 수장으로 전원 복귀해 문재인 정부를 견제했다.
국회 본회의장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 여소야대 국회, 법안처리 제자리 걸음
문재인 정부는 높은 국민적 지지를 얻었지만 여소야대로 인해 국회에서는 시련을 겪었다. 민주당은 121석으로 자유한국당 116석보다 불과 5석 많다. 적폐청산으로 보다 강경해진 한국당은 주요 개혁 법안에 발목을 잡고 있다. 국민의당은 때로는 민주당과 협력하면서도 김이수 헌법재판소장을 부결하고 공무원 증원을 반대하는 등 견제를 하고 있다. 예산안 처리, 김명수 대법원장 표결 등에 있어서 한국당을 건너뛰고 국민의당에 구애하는 행태가 반복됐지만 법안 통과에는 한계가 있어 고민이 깊은 상황이다.
◇ 중도 정당 통합 및 정계개편 가속화무당파 층이 대폭 늘어나면서 중도 정당의 통합 이슈가 급부상했다. 최근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이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안철수 대표는 호남 의원들의 강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추진을 주장하며 전당원투표를 실시하고 있다. 통합 과정에서 국민의당이 두 쪽으로 쪼개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자유한국당과 민주당도 두 당의 통합 여부와 국회 원내 구성 변화, 내년 지방선거에 미칠 영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 끝나지 않는 개헌 논쟁주요 대선 주자들은 일제히 제왕적 대통령제를 바꾸기 위한 87헌법의 개정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2018년 6월 지방선거에 맞춰 개헌을 국민투표에 부치겠다고 약속했다. 문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 지방선거 동시 개헌을 위한 의지를 피력했지만 한국당이 입장을 바꿔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국회는 올해 만료되는 개헌특위를 정치개혁특위와 하나로 묶어 내년 6월까지 연장하기로 전격 합의했지만 개헌의 미래는 불투명하다. 국회의원 3분의2의 찬성이 있어야 하는 만큼 한국당의 태도 변화가 없이는 지방선거 동시 개헌은 어려워 새해에도 논쟁은 계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