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오늘의논평/사설/시론

    [논평] 365개 빈 칸과 두 글자의 소망

    뉴스듣기

    2018년 무술년 새해가 밝았다. 1일 해맞이에 나선 시민들이 서울 영등포구 선유도공원에서 새해 첫 해돋이를 지켜보고 있다. 사진=윤창원기자
    해넘이로 정유년을 보내고 해맞이로 무술년을 만났다.

    당장 오늘부터 우리는 다시 365개의 빈 칸을 채우는 일을 시작했다. 빈 칸은 꿈꾸고 땀 흘린 만큼 결실의 기쁨으로 가득해질 수 있다.

    불과 하루 사이지만 해넘이의 역광(逆光)에 비친 지난해의 그림자 달력에서 우리는 빈 칸을 메운 기억에도 생생한 두 글자들을 찾을 수 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두 글자는 '탄핵'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면은 비선(秘線)이 개입된 농단(壟斷)의 비극이다. 그럼에도 그는 사죄는 고사하고 보복 운운하며 무죄를 항변하고 있다.

    하지만 세월호는 그가 정치적으로 가라앉자 시소(seesaw)처럼 바다 위로 올라왔다.

    또 하나의 두 글자는 '촛불'이다.

    이한형 기자/자료사진
    열린 광장의 '촛불'은 문재인 정부의 출범을 견인했고, 참여와 소통의 민주주의적 가치를 새삼 확인시켰다.

    '촛불'은 동시에 부정과 불의의 어둠 속에 켜켜이 쌓였던 '적폐'의 실상을 드러냈다.

    문화·예술계의 블랙리스트, 국정원의 검은 댓글, 굴욕적인 위안부 합의 등은 그나마 드러난 적폐 빙산의 일각이다.

    다행히도 영화 <택시운전사>와 <1987>은 '적폐' 더미들의 역겨운 곰팡내에도 코 끝 찡한 감동의 소름을 선사했다.

    두 글자로 포항을 덮친 '지진'은 수능 연기라는 초유의 사태를 불러왔지만, 1%를 위해 99%가 양보하는 시민 의식의 전기(轉機)를 마련했다.

    해법을 찾지 못한 '북핵' 수수께끼, 디지털 미디어 시대를 좀 먹는 '가짜' 뉴스의 횡행도 지난해 달력의 빈 칸들을 채웠다.

    이처럼 2017년 그림자 달력의 빈 칸을 메운 두 글자들은 탄핵, 적폐, 가짜 등과 같이 대부분 부정적이다.

    대학 교수들이 '사악하고 그릇된 것을 깨고 바른 것을 드러낸다'는 의미의 '파사현정(破邪顯正)'을 지난해의 사자성어로 꼽은 것과 같은 맥락이다.

    물론 올바름을 추구하는 일을 멈출 수는 없는 만큼 '파사현정'의 시한(時限)은 없다.

    다만 지난해의 두 글자를 '파사(破邪)'로 상징한다면 올해의 두 글자는 '현정(顯正)'이었으면 싶다.

    암 덩어리와도 같은 거짓과 불의, 특권과 반칙, 갑질과 독점을 말끔히 도려내고 그 자리에 '정의'와 '진실', '평화'와 '소통'의 새 살을 돋게 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 사진=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국민의 삶의 질 '개선'을 강조하며 '공정'과 '정의'를, 정세균 국회의장이 '헌법 개정'의 토대를 마련하겠다며 '정의'와 '상식'을, 김명수 대법원장이 '사법부 혁신'을 언급하며 '투명'과 '정의'를 역설한 것은 모두 '정의'가 지닌 시대적 가치를 반영한 것이다.

    또한 다가오는 평창 동계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통해 '평화'의 '평창'으로 승화시키는 노력도 경주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신년사를 통해 이례적으로 남북 대화의 메시지를 내놓은 것은 북한의 도발 중단을 전제로 일단 긍정 평가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책상 위의 핵 단추'라는 표현으로 미국에 대한 위협 강도를 높인 만큼 굳건한 한미 공조를 바탕으로 북한의 진의를 파악하는 작업도 병행해야 한다.

    새해 첫날을 맞아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365개 빈 칸의 맨 처음을 성심(誠心)을 다해 채웠다.

    앞으로 하루하루 만나게 될 빈 칸들이 우리의 삶을 나누고 빼는 것이 아니라 더하고 곱하는 두 글자들로 채워지길 소망해 본다.

    추천기사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이 시각 주요뉴스


    많이본 뉴스

    투데이 핫포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