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자료사진)
올해부터 최저임금이 16.4% 오르면서 근무시간 조정이나 상여금을 줄이는 등 각종 꼼수가 난무하는 가운데, 임금을 조절해 정부지원금을 따내려는 새로운 꼼수까지 등장하고 있다.
특히,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정부가 보완책으로 내놓은 지원금지원 대상 상한선 190만원이 오히려 최저임금의 상한선으로 작용하는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 "다 올리면 지원금 못받아"…마(魔)의 190만원강동구의 한 아파트는 지난달 19일 주민대표자회의에서 휴게시간을 늘려서 경비원의 임금을 190만원 미만으로 맞춰주기로 결정했다.
최저임금인상으로 월급여 180만원에서 210만원으로 오르게 돼 있지만 임금이 190만원 이상이 되면 정부가 업주에게 지원해주는 1인당 월 13만원의 일자리 안정지원금을 못받게 되자, 휴게 시간을 늘려 임금을 깎은 것이다.
주민대표자회의는 '임금을 올려줘 정부지원금을 못받을 바에야, 휴게시간을 늘려 지원금이라도 받자'며 휴게시간을 주간 1시간, 야간 30분 더 늘렸다. 결국 월급인상은 10만원 가량밖에 되지 않고, 업주인 주민대표자회의는 오히려 13만원의 지원금을 챙기게 됐다.
해당 아파트 주민대표자회의 관계자는 "임금을 190만원에 맞추는 대신 경비원에겐 급여에 산정되지 않은 재활용수당으로 급여보다 조금 더 주기로 했다"며 "임금을 올리는 과정에서 정부지원금이 상한선으로 작용하는 느낌마저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비원은 휴게시간이 늘어나는 것에 대해 용역업체로부터 동의도 없었다"며 "휴게공간도 없는데 휴식시간도 제대로 보장될리 없다"고 덧붙였다.
◇ 190만원의 이유…"최대한 많이 줄 수 있는 인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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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정부가 최저임금을 급격히 올리면서 업주들의 부담을 덜기 위해 만든 지원제도가 최저임금 인상에 대응하는 '꼼수'로 전락한 모양새다.
야간이나 휴일 근무가 많은 경비원의 경우 190만원을 아슬아슬하게 상회할 경우가 많아, 휴게 시간 조정 등으로 최저임금을 190만원 미만으로 깎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
정부가 지원금을 받는 기준을 월급여 190만원 미만 으로 정한 이유는 배정된 예산의 제약 때문이다.
2조 9천억여원의 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최대 인원수로 나눴을 때 맞아 떨어지는 선이 월급여 190만원을 받는 인구수란 것이다.
결과적으로 예산 나누기식으로 190만원의 상한이 생겼고, 그 사이에 낀 경비원 등 야간 또는 휴일 노동자들은 최저 임금 인상 혜택을 온전히 받지 못하는 처지에 놓일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부담을 업주는 전혀 지지 않은채 오히려 국민의 세금으로 이를 충당하는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 "임금 인상 대응 VS 임금조정 정책효과"
조동근 명지대학교 경제학교수는 "최저임금을 급격히 올리면서 초래된 혼란일 수 있다"며 "최저임금인상에 정부 지원금 정책까지 겹치면서 업주들의 대응을 더 혼란스럽게 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이러한 현상을 부정적으로만 볼 순 없단 지적도 나온다. 휴식시간 조정이 단순히 꼼수가 아니라 현장에서 잘 지켜진다면 휴식시간과 임금의 조정 현상일 수 있단 설명이다.
전성인 홍익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노동공급이 줄고 휴식을 늘리는 것을 반드시 나쁘게만 볼 것이 아니다"라며 "주민들이 지원금을 받으려는 꼼수가 결과적으로 임금인상과 휴게시간 증가로 나타났다면 정책효과의 일부로도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문제를 인정하지만, 불시 점검 등 현장 지도나 감시 이외에는 뾰족한 수가 없는 상황이다.
고용노동부 일자리 안정지원금 추진단 관계자는 "현장에서 지원금을 받기 위해 휴게시간을 늘리는 등의 문제들을 파악하고 있다"며 "휴게시간이 철저히 보장된다면 불법으로 볼 수 없어, 현장 지도점검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