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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에 사람 있다" 애타는 신고…현장 구조대는 왜 몰랐나

사회 일반

    "2층에 사람 있다" 애타는 신고…현장 구조대는 왜 몰랐나

    • 2018-01-06 10:43

    상황실 '2층 상황' 현장 책임자에 휴대전화로 알렸지만 구조대에 전달 안돼

    3층 구조→지하 수색, 신고 53분 뒤에야 유리창 깨고 2층 진입 '판단 미스'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29명의 희생자가 난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가 발생한 지 보름 넘게 지났지만 소방당국의 부실 대응 탓에 화를 키웠다는 비판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지난달 21일 화재 발생 직후 2층 목욕탕에 많은 사람이 갇혀 있다는 신고가 잇따랐고, 화재 현장에서 2층 유리창을 깨 달라는 요구가 끊이지 않았지만 소방당국이 이를 외면해 이곳에서만 20명이 숨졌다고 유족들은 울분을 터트린다.

    소방당국이 사고 후 분석한 현장 상황을 토대로 제천 화재 당시의 문제점을 재구성해봤다.

    ◇ "2층 사우나에 사람 있다" 잇단 신고…현장 구조대에 전파 안 돼

    제천 스포츠센터 1층 주차장 천장에서 불꽃과 연기가 발생한 것은 지난달 21일 오후 3시 48분이다. 이때부터 5분 뒤인 오후 3시 53분 첫 화재 신고가 접수됐다.

    당일 자정이 될 때까지 153건의 관련 신고가 접수됐는데, 이 센터 내에서 구조를 요청하는 전화도 6건이나 된다.

    이 중에는 오후 3시 59분 "숨을 못 쉬겠다. 빨리 와라, 빨리요, 빨리"라고 애타게 구조를 요청한 2층 희생자의 전화도 포함돼 있다.

    119 종합상황실은 오후 4시 4분과 6분 등 2차례에 걸쳐 업무용 휴대전화로 현장의 화재조사관에게 "2층 여탕에서 사람이 못 나오고 있다"고 전달했다. 그러나 이런 상황은 구조에 나섰던 현장 소방관들에게 전파되지 않았다.

    이때 2층 진입이 이뤄졌어도 생존자 구출이 가능했을 것으로 소방당국은 조심스럽게 판단하고 있다.

    제천소방서장이 스포츠센터 화재 현장을 지켜보던 시민들로부터 2층에 사람이 있다는 얘기를 들은 시간은 오후 4시 12분이다. 이때는 이미 불길이 거세진 뒤였다. 소방합동조사단은 화재조사관이 지휘대장에게 당시 상황을 제대로 보고했는지를 조사하고 있다.

    ◇ 선착대 인명 구조 미루고 화재 진압 시도…적절했나

    스포츠센터 화재 신고 접수 직후인 오후 3시 54분 출동지령이 내려지자 선착대 13명이 오후 4시 화재 현장에 도착했다.

    당시 1층 주차장에서는 차량 16대가 불에 타고 있었고, 불길이 스포츠센터 벽면을 타고 상층부로 올라가며 시커먼 연기를 내뿜고 있었다.

    건물 관리인은 2t 용량의 LPG 탱크가 폭발할 위험이 있다며 조처를 해 달라고 선착대에 요청했다. 이런 정황상 선착대로서는 화재 진압과 LPG 탱크 폭발 방지에 먼저 손을 쓸 수밖에 없었다는 게 소방당국의 설명이다.

    인명 구조에 나설 구조대가 현장에 도착한 것은 그로부터 6분이 지난 오후 4시 6분이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들은 2층 사우나에 여성들이 많다는 얘기를 전달받지 못했다. 구조대는 육안으로 보이는, 건물 뒤쪽 창문에 매달린 남성 구조에 나섰다. 매트리스를 깔아 이 남성을 구한 시간은 오후 4시 15분이다.

    구조대는 1분 뒤 2층 진입을 시도했으나 짙은 연기 탓에 철수해 지하실에 진입, 인명 구조에 나섰다. 밀폐 공간이라 인명 피해가 클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인데, 지하에 있던 시민들은 이미 대피한 뒤였다. 결과적으로 상황을 오판한 셈이 됐다.

    차량·건물 화재가 어느 정도 진압된 후인 오후 4시 36분 소방서장의 지시로 구조대원 3명이 도끼로 창문을 깬 후 2층에 진입했으나 이미 때는 늦은 상황이었다. 20명이 숨진 2층에서 구조된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성패 여부를 떠나 구조대가 도착하자마자 2층 유리창을 깨고 신속하게 진입했어야 했다는 유족들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대목이다.

    ◇ 소방차 진입 가로막은 불법 주차 차량…실종된 시민의식 화 키워

    화재 당시 스포츠센터 앞쪽에는 4대, 측면에는 11대, 진입로에는 6대 이상의 차량이 불법 주차돼 있었다.

    이 탓에 진입도로로 들어올 수 없었던 굴절사다리차는 500m를 우회해 오후 4시 14분 건물 앞쪽에 도착했으나 건물 앞에 버티고 있던 불법 주차 승용차 4대 탓에 한동안 구조활동에 나서지 못했다.

    4대의 차량을 모두 치운 때는 굴절사다리차가 현장에 도착하고도 34분이 지난 오후 4시 48분이었다.

    현행 소방기본법상 소방당국이 이들 불법 주차 차량을 치울 근거는 있다. 그러나 손실 보상 절차나 차량 제거·이동 판단 기준이 미비해 화재 현장에서는 선뜻 실행에 옮기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는 것이 소방당국의 설명이다.

    굴절사다리차 운전자도 이 업무를 맡은 지 4개월에 불과했다. 숙련도가 부족해 사다리 바스켓의 수평을 맞추는 것이 미숙했다. 이런 탓에 결과적으로 골든타임을 까먹으면서 구조대의 생존자 구조는 전무하다시피 했다.

    ◇ 2층 비상구 폐쇄한 용품 보관대…작년 10월부터 막혀

    가장 많은 20명의 희생자가 난 2층 사우나의 비상구 통로 양쪽에는 목욕용품 보관대가 설치돼 있었다. 화재 등 비상사태에 대비하기 위한 비상구가 이 물품 보관대에 막혀 제 구실을 못하면서 2층 희생자들은 탈출구를 찾지 못했다.

    소방당국이 이 스포츠센터를 특별조사했던 작년 1월에는 목욕용품 보관대가 그나마 한쪽 벽면에만 놓여 있었다. 대피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었다고 한다. 이런 상태만 유지됐어도 2층 희생자들은 비상구를 통해 탈출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구속된 건물주가 이 스포츠센터를 낙찰받아 리모델링한 뒤 영업을 시작한 작년 10월부터 비상구가 완전히 막혔던 것으로 확인됐다.

    소방시설법상 폐쇄·차단 등의 행위로 사람을 다치게 하면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7천만원 이하의 벌금, 사망하게 하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영업이 효율성만 생각한 건물주의 안전불감증이 인명 피해를 키운 꼴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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