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전체메뉴보기

[단독] 유통공룡들의 갑질 "파손돼도 할인해도 부담은 대리점 몫"



생활경제

    [단독] 유통공룡들의 갑질 "파손돼도 할인해도 부담은 대리점 몫"

    이마트, 최근까지 '진열 상품' 관리 대리점에 떠넘겨…마트 할인행사땐 대리점만 손해

    "지금은 대형마트에 납품 안하고 있어요. 하면 할수록 손해인 걸요" (A유업 대리점 사장)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사진=자료사진)

     

    유제품 대리점 사장들은 대형마트에 납품하기를 꺼리고 있다. 정기적으로 많은 물량을 공급할수 있는 안정적인 거래처임에도 대형마트는 '적자의 늪'으로 통한다.

    왜 그럴까. 우유, 요구르트 등을 취급하는 '○○유업' 대리점들은 대형마트에 물건을 공급하면서 일정부분 위탁수수료만 받는다. 본사에서 물건을 사다가 납품하는 구조는 똑같지만, 가격 차이에서 이익을 얻는 게 아니라 본사가 정해준 수수료를 받는 형식이다.

    이는 기본적으로 대형마트와의 거래는 개별 대리점이 아닌 본사 대 본사 즉 회사간 거래이기 때문이다. 대리점은 정해진 공급가에 물건을 사서 그대로 배달만 해주는 것이다.

    수수료는 본사가 사실상 일방적으로 정하고 있어 대리점의 수익은 항상 본사의 결정에 달려있다.

    본사는 자체 수익이 적어질 경우 이 수수료율을 내려서 이익을 충당할수 있다는 얘기다. 그럼 대리점주들은? 당연히 수익이 박해질수 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대리점들이 본사와 대형마트라는 거대한 고래 사이에서 낀 '새우'와 같은 입장이라는 점이다. 제조업체들이 대리점들에게 행하는 갑질은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지만, 유통공룡인 대형마트들이 제조업체 위에 군림한 것도 심심치 않게 들리는 말이다.

    여기에서 단단한 '먹이 사슬'이 형성된다. 대형마트→제조업체→대리점으로 이어지는 고리다. 물론 '갑질'도 이런 먹이 사슬을 타고 내려간다. 결국 갑질의 최종 피해자는 대리점이 되는 것이다.

    그럼 대리점주들이 대형마트 납품을 꺼리는 이유가 갑질과 관련이 있을까. 정답은 '매우 그렇다'이다.

    ○○유업 대리점주들을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파손·유실물에 대해 대리점주들이 책임을 진다는 점이다. 이를 '로스(loss·손실)분'이라고들 한다.

    대형마트에 물건을 진열해 놓은 이후에 발생하는 손실분도 대리점주들이 떠안는 것이다. 특히 이마트의 경우 지난해 10월까지만해도 납품 정산을 발주분이 아닌 판매분으로 해줬다.

    발주분은 물건을 주문한대로 정산해주는 방식이다.

    반면 판매분은 마트에 들어온 물건 중에 실제로 팔린 부분만 매입으로 인정하고 계산해주는 방식이다. 이럴 경우 이마트에 있는 물건은 "소비자가 구입해 계산대에 올라 바코드가 찍히기 전까지는 이마트 물건이 아닌"게 된다.

    그럼 이때까지의 물건 소유주는 누구일까. 엄밀히 말하면 제조업체 본사다. 누군가의 장바구니에 담겨 계산이 이뤄지기 전까지 파손·분실에 대한 책임은 제조업체에 있다는 말이다.

    이 역시 부당한 '갑질'이다. 마트안의 물건 관리에 대한 책임을 제조업체에 지운 것이기 때문이다.

    유제품은 바로 섭취가 가능해 마트안에서 분실이 많은 품목 중 하나다.

    그렇다면 제조업체 본사가 가만히 갑질을 당하고 있을까. 대부분 그렇지 않다. 이런 갑질은 다시 먹이사슬에서 말단에 있는 대리점에게 향할수 밖에 없다.

    즉, 납품 이후 발생한 손실은 대리점에서 떠안는 것이다.

    △△유업 대리점 사장은 "대형마트에서 실제 납품한 수량하고 나중에 세금계산서에 찍힌 금액하고 맞지 않은 경우가 많다"면서 "본사에서는 '마트 쪽에서 그렇게 계산서가 끊겨왔다'는 말만 한다"고 전했다.

    대리점은 본사에게는 로스분도 포함한 처음 물량에 해당하는 값을 치러야해서 손해를 볼수 밖에 없다.

    판매량으로 정산하면 대리점들은 반품에 대한 부담이 커진다. 진열대에 쌓아놓고 팔리지 않은 물건은 고스란히 대리점 몫이기 때문이다. 대형마트는 자신들이 발주한 물건이 아니니까 책임이 없고, 그렇다고 제조업체 본사가 나서지도 않는다.

    "우리가 들어 놓은 물건은 판매되기까지는 우리 물건이다. 소비자에게 판매하고 남은 반품은 우리가 떠안아야 한다" (□□대리점 사장)

    이 때문에 이마트는 지난 해 11월에서야 정산 방식을 판매분이 아닌 발주분 방식으로 바꿨다. 이마트 측은 "정부 정책에 맞춰 발주분 방식으로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발주분 정산으로 전환했다고 문제가 말끔히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발주한 물량만큼 계산해주지 않는 방법은 얼마든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일찌감치 발주분 정산을 하고 있는 롯데마트와 홈플러스는 팔리지 않은 물건에 대해 대리점들이 책임을 지고 있다고 한다.

    이들 대형마트는 팔리지 않아 유통기한이 임박한 물건을 값싸게 할인해서 팔면서, 원래 줘야할 금액에서 할인금액만큼을 빼서 정산하는 방법을 쓰고 있다.

    예를 들어, 우유 100개를 납품하고 이중 유통기한이 얼마남지 않은 20개에 대해 50% 할인행사를 했다고 치자. 그러면 마트들은 80개는 제값을 쳐서 계산해주지만 20개는 50% 할인한 점을 감안해 절반만 인정해주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대리점은 100개 물건을 납품하고도 90개에 대해서만 판매한 것처럼 실적이 줄어든다. 더군다나 허공으로 뜬 10개에 대한 매입 비용을 본사는 이미 대리점에 부과한 상황이다

    전직 △△유업 직원은 "대형마트에서 물건을 납품받고 팔면서 할인행사를 하면 손해를 대형마트에서 봐야하는데 그렇지 않다"면서 "할인한 금액만큼 감하고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주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 시각 주요뉴스


    NOCUTBIZ

    오늘의 기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댓글

    투데이 핫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