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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0만원 쇼핑, 같이 뜯어봐요" 인기끄는 고액 '언박싱' 콘텐츠

사회 일반

    "1500만원 쇼핑, 같이 뜯어봐요" 인기끄는 고액 '언박싱' 콘텐츠

    (사진=유튜브 캡처)

     

    "여러분, 유의하셔야 할 게 이 티셔츠는 빈티지(?) 스타일이라 티셔츠 목 부분에 구멍이 나 있습니다. 불량이 아니라 원래 디자인이 이렇게 나왔어요. 이 티셔츠가 70만원이에요."

    유튜브 영상 속 한 여성이 계속해서 포장된 상자를 풀고 제품을 꺼낸다. 상자 속에 포장되어 있던 제품은 65만원짜리 핸드폰 케이스, 120만원 짜리 반팔 티셔츠, 164만원짜리 맨투맨, 200만원 짜리 운동화 등 고액 명품브랜드의 제품들이다.

    이 유튜버는 포장을 하나하나 뜯어보며 "핏 자체가 굉장히 넉넉하게 나온 제품이라, 웬만한 여성분들은 xs을 사는 게 맞다", "실크소재처럼 보이지만 실크보단 훨씬 바삭한 소재"라며 상세하게 제품을 설명한다. 티셔츠는 직접 얼굴 밑에 대보고, 머플러·선글라스 등은 직접 걸쳐보며 자세히 보여주기도 한다.

    이는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일명 '명품 하울(haul)'. 직접 구매한 고가의 제품을 소개하는 컨텐츠다. '하울'이란 '끌어오다'라는 영어단어 'haul'에서 따온 이름으로, '물건을 많이 사거나 한꺼번에 쓸어담는' 후기를 담은 컨텐츠를 일컫는다.

    초기에는 주로 뷰티 유투버들이 '오늘 산 화장품' 류의 '인증 영상'을 업로드하는 추세였으나, 식료품·가방·책 등의 잡화부터 핸드폰·카메라 등 IT 기기까지 범위가 확대되며 단순히 그날 구매한 제품들을 인증하고 소개하는 영상을 넘어 구독자들과 함께 뜯어보고 직접 구매한듯한 기분을 느끼게 하는 '언박싱' 콘텐츠로 발전해 인기를 끌고있다.

    시청자들은 물건이 포장되어 있는 모습부터 영상 속 유투버가 포장을 풀고 상품을 이리저리 만져보는 모습, 해당 제품을 착용해보고 사용감을 말하는 모습 등을 모두 실시간으로 지켜본다.

    유튜브에 '하울', '언박싱'을 검색하니 각각 약 215만, 약 30만 개의 영상이 검색됐다. 팔로워가 약 백만 명에 달하는 유명 유튜버가 올린 1500만 원 가량의 명품 하울 컨텐츠는 업로드된지 5일만에 170만회가량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금세 '핫한' 영상으로 떠올랐다.

    국민대학교 최항섭 교수는 이런 '명품 하울' 컨텐츠를 소비하는 심리가 '경험의 공유'에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현실 공간에서 사람들은 돈과 시간의 제약에 얽매여 산다. 그렇기에 멋진 여행지를 가는 프로그램을 보고, 맛집을 방문하는 방송을 보며 경험을 공유하는 것"이라며 "이런 사례에서도 명품을 '언박싱' 하는 경험이 공유되며 현실의 제약을 가상적으로나마 넘어서고 대리만족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명품 하울', '고액 하울' 등의 컨텐츠에 댓글을 남긴 누리꾼들은 이런 컨텐츠를 즐겨보는 이유로 '대리만족'을 첫 번째로 꼽았다. 한 누리꾼은 "눈호강이라 해야하나, 평소에 잘 못 보는 제품 보니까 대리만족 되고 보는 눈도 생기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웹사이트 홍보사진으로만 보는 게 아니라 직접 구매하고 착용해보는 거니 믿음이 가기도 하고, 일종의 동기부여도 되는 것 같다"고 밝혔다. 직접 구매하지는 않더라도, 고가의 제품을 한꺼번에 구매해 하나하나 포장을 푸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만으로 직접 구매한 듯한 기분을 느낀다는 것이다.

    물론 천만 원이 넘는 고액을 한꺼번에 소비하고 이를 자랑하는 컨텐츠다보니 비판의견도 만만찮다. 자칫 과소비를 조장하고 상대적 박탈감을 줄 수 있다는 비판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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