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 위치한 가상화폐 오프라인 거래소 코인원블록스에서 한 고객이 대형 전광판으로 비트코인 가상화폐 시세를 확인하고 있다. 이한형기자
국세청은 국내 1위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 등에 대해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가상화폐 거래소에 대한 직접 조사까지 언급하며 정부 차원의 전방위 압박을 시사한 지 3일 만에 가상화폐 거래소에 대한 정부의 직접 규제가 닻을 올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세청은 10일 서울 강남에 위치한 국내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인 빗썸을 상대로 현장 조사를 벌였다. 국세청 조사관들은 가상화폐 거래 관련 컴퓨터 정보 및 자료를 가져간 것으로 전해졌다.
빗썸 관계자는 "국세청 관계자가 다녀갔지만 압수수색은 아니고 세무조사 차원"이라면서 "자세한 사항은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국세청은 또 다른 가상화폐 거래소인 코인원에도 조사관을 보내 회사 정보와 거래 상황 등에 대한 자료를 수집했다.
국세청은 우선 수수료로 하루에 20억원 넘게 벌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빗썸이 부가가치세와 법인세를 제대로 내고 있는지 보고, 자산 성격이 강해진 가상화폐 거래 차익에 대한 세금 부과 여부를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자본시장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및 도박 개장 등의 혐의로 국내 3위 가상화폐 거래소인 코인원 관계자들을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코인원이 도박과 유사한 '마진거래' 서비스를 회원들에게 제공한 혐의를 중점적으로 살피고 있다.
마진 거래란, 회원들이 시세를 예측해 공매수나 공매도를 선택하면 결과에 따라 돈을 얻거나 잃는 거래 방식이다. 경찰은 코인원의 마진거래가 일정 기간 이후의 시세를 예측하는 행위로, 우연한 승패에 따른 재물의 득실로 보고 도박이라 판단했다. 코인원은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지난달 18일 마진거래를 중단했다.
금융당국이 가상화폐 계좌를 제공하고 있는 6개 시중은행을 대상으로 특별검사를 실시한데 이어 경찰 조사, 국세청 세무조사까지 시작되면서 가상화폐 거래소를 겨냥한 정부의 전방위적 압박이 시작됐다는 업계의 평가가 나온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8일 긴급 브리핑을 열고 "가상화폐 거래소에 대한 직접적인 규제 체계가 사실상 부재한 상황에서 가상화폐에서 어떠한 일들이 발생하고 있는지 어느 누구도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하다"면서 "모든 관계 기관이 협력해 가상화폐 거래소를 중심으로 일어나고 있는 시세조종, 자금세탁 등 범죄를 집중 단속하고 엄중 처벌할 것"이라고 밝혔다.
가상화폐 거래소에 대한 법안이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도 마냥 가상화폐 거래소와 관련해서 일어나고 있는 범죄 등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금융당국 차원을 넘어서 정부 전방위적으로 가상화폐 거래 시장의 불법적 요소를 뿌리 뽑겠다는 것이다.
강영수 금융위원회 가상통화대응팀장은 "모든 관계 기관이 협력해 가상화폐 거래에서 보여지는 불법적인 것들을 엄정 처벌하겠다는 것"이라면서 "가상화폐 거래소에 관한 각 사건들을 매개로 검경이 조사하고 이에 금융당국도 지원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한편, 해킹을 이유로 파산을 선언했던 가상화폐 거래소 유빗은 실제로 파산신청을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회생법원 관계자는 CBS 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유빗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는 '야피안'이라는 회사의 이름으로 파산 절차 신청이 들어온 것은 없다"고 밝혔다. 가상화폐 거래소 유빗을 운영하고 있는 회사가 주식회사 야피안이다.
야피안은 지난달 19일 자사 홈페이지에 긴급공지를 띄우고 "외부 해킹에 의한 피해로 전체 투자금의 17% 가상화폐를 도난 당해 파산신청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유빗 측은 경찰 조사에서 피해금액이 172억원 상당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