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의 한 어린이집에서 5살 여자아이의 옷이 찢어지고 이불에 싸여서 질질 끌려다니는 등 7명의 아동에 대한 학대 의혹이 나와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대전 중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해 8월 29일 대전 중구 태평동의 한 어린이집에서 5살 A양이 학대를 당했다는 내용의 고소장이 접수된 이후 최근 A양과 같은 반에서 생활한 6명의 아이 역시 고소장을 접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A양의 어머니는 해당 어린이집을 찾아 아이 옷이 찢어진 채 돌아온 날의 폐쇄회로(CC) TV를 10분가량 직접 눈으로 확인했다.
고소장에는 "6월 9일 낮잠 자는 시간에 낮잠을 쉽게 들지 못한다는 이유로 과한 체벌을 했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이어 "선생님이 뒤척이는 아이에게 다가가 이불로 낚아채듯 싸서 질질 끌고 교실 문 앞까지 가자 놀란 아이는 이불에서 기어 나와 손사래를 치며 교실 안으로 도망쳤고 이때 선생님이 힘으로 아이를 돌리는 과정에서 아이 옷이 찢어졌다"고 쓰여 있다.
또 "그 상태로 아이를 번쩍 안고 밖으로 나갔고 CCTV 사각지대인 체벌 장소에서 훈육하고 다시 들어와 우는 아이를 이불로 머리까지 덮고 방치했다"고 했다.
피해 아동의 부모 B(38)씨는 CBS와의 인터뷰에서 "6월 9일 하루만 학대가 이뤄진 것이 아니"라며 "아이는 지난 1월부터 7개월간 학대당한 것을 명확히 이야기한다"고 토로했다.
이어 "선생님을 막연한 신뢰하고 아이를 맡겼던 저 스스로 뺨이라도 때리고 싶었다"며 울분을 토했다.
A양의 어머니는 A양이 진술한 학대를 하나하나 설명했다.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하는 아이에게 종이를 아껴 쓰지 않는다는 이유로 4개월 동안 '종이 금지'를 풀어주지 않아 종이를 쓰지 못하게 했다."
"체험학습을 하고 돌아오는 버스에서 노래를 흥얼거리는 딸에게 담임은 '노래금지'도 시켰다. 아이가 "선생님~ 노래금지 싫어요"라고 하자, 담임은 달리는 버스에서 안전띠를 풀고 내리라고 했다. 보조교사가 시켜 잘못했다고 말했지만 "넌 이제 기회가 없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아이는 자신은 혼나는 곳이 따로 있다고 한다. 화장실 앞에 의자에 선생님이 앉고 자신은 서서 (양손으로 자신의 멱살을 잡으며) 이렇게 목을 잡아당기면서 마녀같이 무섭게 혼내라고 말한다. 옷이 찢어진 그 날도 그곳에서 혼이 난 거라고 말한다."
아이는 심리검사 결과에서 "전체 IQ 120의 우수한 지능을 보유하고 고차원적인 언어 개념을 다루거나 복잡한 시공간 자극을 구성하고 추론하는데 최우수 수준의 수행을 보인다"는 진단을 받았다.
하지만 "검사상 관찰되는 긴장 및 불안, 표현을 주저하거나 눈치를 살피는 등의 현재 특성에는 어린이집 교사의 부정적인 피드백과 공격적인 언행이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보인다"는 소견을 받기도 했다.
A양이 수개월에 걸쳐 학대를 당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CCTV는 당시 단 3일 치만 남아 있었다.
옷이 찢어진 뒤 부모는 어린이집 CCTV 열람을 요구하고 60일간의 영상 보존을 요청했다.
"알겠다"던 어린이집은 막상 경찰이 CCTV를 확인하러 가자 아이와 선생님이 함께 지내던 영상은 단 3일 치밖에 없다고 했다고 A양 어머니는 전했다.
A양 어머니는 "어린이집에서 영상을 보관해주겠다고 약속했지만, 알아보니 비용이 발생해 보관하지 않았다는 말을 듣게 됐다"며 "아이가 어린이집을 퇴원하기 전까지 남아있는 영상은 단 3일 치뿐이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경찰은 영상 복원을 의뢰해 지난해 말 분석을 마쳤으며, 학대 정황을 추가로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들에게 아동학대를 가한 혐의를 받는 해당 교사는 지난해 8월 초 직위해제를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어린이집 관계자는 “당시 학부모 측에서 구체적인 요청은 안 했고 60일 치를 저장할 수 있냐고 해서 알아보긴 하겠다고 했다"며 "이후에야 요청이 왔는데 우리는 합의를 위해 노력했다”고 해명했다.
경찰은 추가 6명 아이의 학대 의심 정황에 대해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의견을 의뢰한 상태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대전 중부경찰서는 "해당 교사는 경찰 조사에서 일부 혐의를 인정하기도 했다"며 "고소인이 새로 더 생긴 만큼 추가 조사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