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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서 손 떼는 은행들, 거래소는 '대혼란'

금융/증시

    가상화폐서 손 떼는 은행들, 거래소는 '대혼란'

    업계 "당국 규제로 생겨난 풍선효과, 지하화 부작용 책임져야 할 것"

     

    가상화폐에 대한 정부의 강경한 기조가 지속되면서 시중 은행들이 기존에 유지하던 가상계좌를 폐쇄하거나 새로 도입하려던 실명제 도입 결정을 무기한 연기했다.

    ◇ 신한銀, 가상화폐 거래소에 가상계좌 정리 통보

    12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지난 10일 빗썸, 코빗, 이야랩스 등 가상화폐 거래소 3곳에 기존 가상계좌에 대한 정리 방안을 바련할 것을 통보했다.

    이에 따라 오는 15일부터 신한은행의 기조 가상화폐 관련 가상계좌에서 개인 계좌로 출금은 가능하지만, 입금은 중단된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기존에 만들어진 가상계좌에 대해 15일부터 추가 입금을 금지했다"면서 "자금세탁방지 시스템을 정교화할 때까지 입금은 막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기존에 가상화폐 거래소에 가상계좌를 제공해왔던 기업은행과 농협도 점진적으로 가상계좌를 정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 가상화폐 거래 실명확인 시스템 도입도 '불투명'

    12일 오후 서울 중구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 시세 전광판의 모습.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가상계좌 뿐 아니라, 20일 전후로 신규 도입될 예정이었던 가상화폐 거래 실명확인 입출금 서비스도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실명확인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 KB국민, 신한, KEB하나, NH농협, IBK기업은행, 광주은행 등 6개 은행은 정부 정책에 따라 실명확인 시스템 도입 시기를 결정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가상계좌 제공을 중단하기로 한 신한은행 측은 "실명확인 시스템 구축하고 있지만, 도입 여부를 검토 중"이라면서 "정부 정책이나 상황을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은행 관계자도 "실명확인 시스템을 준비 중이지만, 도입 결정은 당국의 방침과 상황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은행 관계자도 "실질적으로 실명확인 시스템 개발은 완료했지만, 당국의 방침을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농협 관계자도 "이미 12월에 실명확인 시스템은 구축됐고 고객의 재산권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고 있지만, 정부의 정확한 지침이 나온 뒤 최종 결정을 내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 거래소 '돈 줄' 옥죄 가상화폐 거래 위축 불가피…업계 '발끈'

    12일 오후 서울 중구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 시세 전광판의 모습.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금융당국은 이날 오후 4시 6개 은행의 담당자를 소집해 실명확인 입출금 서비스 도입 상황을 확인했다. 은행권에서는 당국이 이 회의에서 가상계좌와 향후 실명확인 시스템 도입에 대한 지침을 정해주는 자리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가상화폐 거래 실명제는 금융위원회가 내놓은 규제안 중 하나로 당초 20일 전후로 시스템 개발이 완료된 은행들은 순차적으로 도입할 예정이었다.

    실명확인 시스템이 도입되면, 거래소와 고객이 동일 은행 계좌로만 입출금 거래를 하도록 제한된다. 만약 해당 거래소가 A 은행 계좌만 갖고 있으면, 고객도 A 은행 계좌가 있어야 입출금이 가능하다.

    이에 따라 만 19세 미만인 미성년자, 국내에 거주하지 않는 외국인은 아예 투자하지 못하도록 은행이 차단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기존 가상계좌 제공이 점진적으로 중단되고 가상화폐 거래 실명제 도입 여부까지 불투명해지면서 가상화폐 거래 위축은 불가피해보인다.

    가상화폐 거래소에 대한 지급결제서비스를 막아 돈줄을 옥죄는 것으로,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 특별법 보다 더 현실적인 조치라고 업계는 받아들이고 있다.

    업계는 전날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 방침에 이어 연일 규제 일변도의 정부 방침에 반발하고 있다.

    김진화 한국블록체인협회 준비위 공동대표는 "자율규제안에 따라 본인 확인을 강화한 입출금 서비스를 1월 1일부터 하기로 했는데, 당국이 은행을 압박해 실명확인 시스템 도입까지 철회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이 때문에 생겨난 풍선효과, 지하화된 부작용은 당국이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 가상화폐 거래소 관계자는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면서 "당국 방침과 은행 결정이 정해지는데 따라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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