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승 카이스트 교수, 유시민 작가 (사진=tvN 제공)
유시민 작가가 최근 과열되고 있는 비트코인 열풍을 '미친 짓'으로 규정하고, 블록체인 기술을 더 발전시켜야 한다는 주장에 '전국의 카지노를 다 열어주는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에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가 "인터뷰가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기술에 대한 근본적인 폄훼로 이루어져 있어 우려됐다"고 밝혔다.
정 교수는 13일 자신의 SNS에 유 작가의 인터뷰를 링크하며 "유시민 선생님이 (발언의 수위가 센 데 비해) 블록체인이 어떻게 전 세계 경제시스템에 적용되고 스스로 진화할지 잘 모르시는 것 같다"고 썼다. 이후, 정 교수의 두 줄 코멘트를 인용한 기사가 쏟아지자 그는 다시 한 번 글을 올려 보다 구체적으로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정 교수는 "암호화폐의 과열과 광풍에 대해 우리 모두 크게 우려한다. 여기에는 이견이 없다"면서도 "더 중요한 건, 이 문제를 현명하게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민들의 피해 뿐 아니라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향후 광범위한 활용 가능성 등을 전반적으로 고려해서 섬세하게 처방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블록체인이란 가상화폐 거래 내역을 기록하는 장부로, 비트코인을 포함한 여러 암호화폐의 보안기술로 사용되고 있다.
정 교수는 "주식투자가 과열됐다고 해서 주식거래 자체를 못 하게 해 결국 우리나라만 주식회사도 등장하지 못 하고 주식시장 자체를 사라지게 만들어서는 안 되니까요. 20세기말처럼, 닷컴 버블에 대응한다면서 국가가 인터넷 기업의 활로를 막아서는 안 되는 것처럼요"라고 부연했다.
정 교수는 "블록체인은 암호화폐의 플랫폼이라서, 암호화폐에 대한 과도한 규제는 블록체인 활용을 근본적으로 제한하게 된다. 게다가 블록체인은 그저 암호화폐의 플랫폼만이 아니라, 향후 기업-기업, 기업-소비자 간 거래에 매우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쳐, 전세계 경제 및 금융 시스템에 큰 변화를 야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정보의 인터넷 시대'를 넘어 '자산의 인터넷 시대'로 가고 있는 오늘날, 가장 중요한 핵심기술이 될 블록체인 기술의 철학은 중앙통제가 아닌 분산관리 및 투명한 정보 공유다. 앞으로 시장은 이 방향으로 나아갈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정 교수는 "거래소 폐쇄와 같이,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을 '사회악'으로 간주하는 정부의 해결책은 적절한 접근이 아닙니다. 과열 투기 세력을 잡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국가가 이 기술을 과도하게 통제하는 것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옳지도, 유익하지도, 가능하지도 않다"고 썼다.
앞서 유 작가는 13일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비트코인으로 대표되는 암호화폐 열풍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유 작가는 "인류 역사에서 수없이 되풀이됐던 투기 광풍"이라며 "인간의 어리석음을 이용해 누군가가 지금 장난을 쳐서 돈을 뺏어 먹는 과정"이라고 진단햇다.
투기자본 규제와 블록체인 산업 진흥이라는 두 가지 쟁점이 상충하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그런 주장(산업 진흥)은 다 사기라고 본다"며 "블록체인 기술과 관련해 우리나라가 자유를 안 주면 마치 4차 산업혁명에서 뒤지는 것처럼 얘기하는 언론 기사들이 넘치는데 저는 그 사람들이 의심스럽다. 암호화폐를 띄워서 자기 이익을 채우려고 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정재승 교수와 유시민 작가는 지난해 6월 첫 방송된 tvN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알쓸신잡)'을 함께 촬영하며 인연을 맺었다. '알쓸신잡'은 정치·경제·미식·문학·뇌 과학 등 분야를 넘나드는 토크로 지식과 재미를 모두 잡았다는 평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