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검찰·국정원 등 권력기관 구조개혁안 발표하는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영상 캡처)
청와대가 14일 발표한 검찰·국정원 등 권력기관 개혁안을 놓고 여야가 극명한 온도차이를 보였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적 요구에 부합하는 진정성 있는 개혁안"이라고 적극 호응했지만,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오히려 권력기관을 수족처럼 부리겠다는 개악"(장제원 사법개혁특위 간사)이라는 감정섞인 반응이 나왔다.
◇ "靑, 사법개혁 특위 무력화" 벼르는 한국당당장 15일 열릴 사법개혁특위 두번째 회의에서 여야 간 정면충돌이 불기파할 전망이다. 권력기관 개혁은 진보와 보수로 갈리는 여야의 정체성과도 직결되는 문제인만큼 그 어느 주제보다도 휘발성이 강하다.
이는 여야가 쉽게 절충점을 찾기 어렵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여당 사개특위 간사인 박범계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한국당의 강한 반대를 의식한 듯 "야당을 진정성을 갖고 최대한 설득하겠다"고 말했다.
장제원 의원은 "여당이 만약에 청와대 발표안을 그대로 가지고 오면 의사 일정도 합의해줄 수 없다"며 벼르고 있다.
이 때문에 권력기관 개혁을 위한 사법개혁 특위는 초반부터 난항이 불보듯 뻔하다.
한국당이 강하게 버티면 의사일정 합의가 불발되거나 파행을 겪으며 국회 논의가 헛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청와대가 발표한 내용은 둘째치고 한국당은 본격적인 사법개혁 특위 활동에 앞서 '청와대가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여야 간 국회 논의가 무력화했다는 것이다.
청와대와 여당은 국민 여론을 등에 업고 드라이브를 걸 태세지만, 야당의 반발을 넘는 게 최대 관건이 됐다.
야당은 권력기관 개편안이 6.13지방선거를 앞두고 '개혁 대 반(反)개혁'이라는 정치적 프레임으로 작동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역시 청와대가 화두를 던진 개헌 논의에 대한 반응과 흡사하다.
◇ 어느 하나 손대기 어려운 '권력기관'청와대 조국 민정수석은 검찰 등 권력기관의 치부 중 하나인 고(故) 박종철 열사 사건을 언급하면서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검찰과 국정원 개혁의 핵심 내용에 대해선 여야가 첨예하게 대척점에 있다.
일단 검찰 개혁의 핵심인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에 대해선 한국당은 '옥상옥'(屋上屋)이라며 반대 입장을 고수해 왔다.
공수처는 대통령, 국회의원, 판검사 등 고위 공무원에 대한 비위사건을 전담하는 기구다.
또 간첩 조작 사건 등을 일으킨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경찰로 넘기는 방안에 대해서도 절대 수용할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당은 "국정원의 존재 이유인 대공수사권을 폐지한다는 것은 국정원을 해체하자는 것으로 논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그나마 홍준표 대표가 대선 공약으로 내세운 검경 수사권 조정이 접점을 찾기 쉬운 사항이지만, 지금 분위기로는 녹록치 않아 보인다.
장제원 의원은 "수사권 조정이라는 떡을 주고 다루기 손쉬운 경찰을 권력의 시녀로 만들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수사권 조정에 대해 박범계 의원도 "아직 야당의 의중을 모르겠다"며 "어떻게 될지 예측하기 어렵다"고 조심스럽게 반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