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정철 전 홍보기획비서관, 전해철 민주당 의원,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 (사진=자료사진)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측근으로 불리는 '삼철이'(전해철·이호철·양정철)의 행보가 엇갈리면서 각자의 길을 걷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개국공신들이지만, 정권교체 이후의 행보는 제각각이다.
더불어민주당 전해철 의원과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은 모두 노무현 정부 당시 청와대에 근무한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 이들은 2012년 대선부터 지난해 '5.9대선'까지 문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며 정권교체를 주도한 인물들이다.
정권교체 이후 이들에게 중책이 맡겨질 것이란 관측도 많았지만, 모두들 권력 혹은 청와대와 거리를 뒀다. 민주당 전해철 의원은 '6.13 지방선거'에 출사표를 던졌고,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주변의 출마 권유에도 불구하고 불출마를 선언했다.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은 '셀프' 유배 생활을 하고 있다.
◇ 전해철, 경기도지사 출마…이호철·양정철에 "적절히 일을 했으면"전 의원은 정권교체 이후 자취를 감춘듯 조용했다. 인수위원회 없이 출범한 문재인 정부가 인사 문제나 북핵 위기 등으로 곤욕을 치를 때도 대외적인 발언이 없었다. 당·청 사이에서 의견 조율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할 뿐이었다.
이는 문 대통령의 또한명의 최측근인 김경수 의원이 한·중 틈바구니에서 북핵 위기를 힘겹게 관리하던 문재인 정부의 고충과 고뇌를 페이스북으로 전하면서 두둔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말을 아낀 전 의원은 물밑에서 경기도지사를 준비했다. 민주당 경기도당위원장을 지내면서 당원 모집과 조직 관리에 주력하면서 힘을 모았다.
결국 전 의원은 지난 8일 시도당위원장 사퇴와 함께 출마를 선언하면서 "양정철 전 비서관이나 이호철 전 수석도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기회가 있을 때 적절히 일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전 의원은 '3철'로 불리는 이호철·양정철도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나름의 역할을 해야한다는 입장이다. '문고리 권력'으로 비난받을 소지가 없도록 당이나 지방자치단체장 등 비교적 멀리 떨어진 자리에서 공식적으로 문재인 정부에 힘을 보태야 한다는 것이다.
◇ "제 카드는 유용한 방식 아냐"…초야에 묻혀사는 이호철이호철 전 수석의 행보는 전 의원과 대조적이다. 그는 올해 첫 삽을 뜨는 노무현 대통령 기념관 건립 사업에만 몰두하고 있다.
이 전 수석은 15일 오후 부산 동래구에 있는 한 식당에서 '이호철 서포터즈' 등 지지자 20여명과 식사를 하면서 "부산시장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며 "문재인 대통령의 당선으로 나는 드디어 자유를 얻었고, 이 자유를 누리고 싶다"고 했다.
이 전 수석은 다른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는 "나의 출마는 나중에 오히려 문재인 정부에 부담이 될 것"이라고도 했다.
지방선거가 다가오면서 자신의 출마설이 끊임없이 제기되자 명확하게 불출마를 선언한 것으로, '3철'에 대한 세간의 눈총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 된다.
이 전 수석은 문 대통령 당선 직후인 지난해 5월 10일 페이스북에도 "3철은 범죄자가 아니"라며 "문 대통령이 힘들고 주변에 사람이 없을 때 곁에서 묵묵히 도왔을 뿐"이라고 '문고리 권력'이란 의혹에 선을 그었다.
이 전 수석은 노무현재단에서 맡은 바 소임을 다하면서, 살아 있는 권력이 아닌 민주당원이나 평범한 시민의 자격으로 문재인 정부의 성공에 기여하겠다는 생각이다.
◇ 해외유배 생활 자처…떠돌이 작가된 양정철
양 전 비서관은 권력으로부터 멀리 떠나버렸다. 지난해 5월 그는 뉴질랜드로 떠난 뒤 아들이 입대 등 개인적인 일을 제외하면 계속해서 해외에 머물고 있다.
양 전 비서관도 '3철'에 대한 주변의 따가운 시선을 의식하고 있다. 양 전 비서관이 출국 전 주변 지인들에게 보낸 문자에서 "나서면 '패권', 빠지면 '비선', 괴로운 공격이었다"는 대목은 그의 심경을 잘 설명해준다.
양 전 비서관은 현재 일본에 머물러 있다.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 가족과 떨어져 타향살이에 외로운 마음을 고백하면서도 스스로를 "양날의 칼"이라고 했다. 활용하기 좋지만, 시스템을 무력화할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는 뜻이다.
청와대·내각이 자신을 불러야할 특별한 상황에서만 복귀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양 전 비서관은 이달 말에 있을 북콘서트를 위해 조만간 귀국한다.
그는 문 대통령·노 전 대통령과 일했던 경험과 고민을 담은 '세상을 바꾸는 언어: 민주주의로 가는 말과 글의 힘'이란 책을 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