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이 17일 오후 강남구 삼성동 사무실에서 검찰의 특수활동비 수사와 관련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이명박(MB) 전 대통령이 17일 성명을 발표해 국정원 특수활동비 상납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에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취재진과의 질의응답은 하지 않았다.
이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5시 30분쯤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무실에서 검은 정장 차림으로 카메라 앞에서 성명서를 읽었다.
3분 동안 이어진 발표에서 이 전 대통령은 검찰 수사에 대해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정치보복"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재임 중 일어난 모든 일의 최종 책임은 저에게 있다"라며 "국가를 위해 헌신한 공직자들을 괴롭히지 말고 나에게 물어라"고 강조했다.
이 전 대통령은 발표 도중 4~5차례에 걸쳐 기침을 연발했고 중간에 낭독을 중단하기도 했다.
이 전 대통령은 그러나 성명서 발표 뒤 책임을 물을 기회를 주지않았다. 이날 일정에 별도의 질의응답 시간은 마련되지 않았다.
이 전 대통령은 건물 밖으로 나서면서도 각종 의혹들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숙인 채 건물을 나선 이 전 대통령은 "나에게 책임을 물으라는 것이 검찰 수사를 받겠다는 의미냐", "국정원 특활비 보고 받았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굳은 표정으로 질문한 기자를 쏘아보기도 했다.
이날 발표가 시작되기 1시간 전부터 삼성동 사무실 앞에는 취재진과 시민 150여명으로 장사진을 이뤘다.
'쥐를 잡자 특공대' 심주완 대표는 사무실 입구에서 'MB구속! 적폐청산!' 피켓을 든 채 1인 시위를 이어갔다.
심 대표는 "측근들이 검찰에 구속되면서 이명박(전 대통령)의 소환시계도 빨라지고 있다"라며 "검찰은 꼭 구속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문무일(57) 검찰총장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예정된 강연을 마치고 난 뒤 이 전 대통령의 입장 발표에 대한 검찰 대응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법적 절차대로 하겠다"고만 밝히고 자리를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