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요양보호사들에게 지급해온 월 10만원 처우개선비가 사실상 폐지 위기에 놓이면서, 최저임금 인상을 빌미로 정부마저 수당 깎기 꼼수를 벌인다는 비판이 나온다.
고령화 사회의 최전방에서 치매 중풍 등을 앓느라 거동조차 불편한 노인들을 돌보지만, 최저임금 수준의 급여를 받아온 요양보호사.
이처럼 열악한 처지에 있는 요양보호사들을 보호하기 위해 2012년 국가인권위원회까지 나서서 처우개선을 요구했다.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는 2013년부터 시간당 625원, 한 달 최대 10만원씩의 처우개선비를 보호사들에게 지급했다.
그런데 복지부는 올해부터 노인장기요양보험 수가에 처우개선비를 합쳐서 일괄 지급하는 쪽으로 고시를 개정하겠다고 결정했다.
이에 반발한 요양보호사들은 지난 15일 서울 세종로공원에서 처우개선비 촉구 집회를 여는 등 반대 행동에 나섰다.
복지부는 노동계 반발과 CBS 등 언론 보도에 부딪혀 "관련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지난 1일로 예정됐던 고시 공표를 늦췄지만, 지난 12일 결국 공표를 단행했다.
이번에 개정한 '장기요양급여 제공기준 및 급여비용 산정방법 등에 관한 고시' 제11조를 살펴보면 처우개선비의 구체적 금액까지 적시됐던 2항이 삭제됐다.
대신 1항에 "급여비용에 포함되어 있는 최저임금과 요양보호사의 처우개선을 고려한 인상분을 지급하여야 한다"고 수정됐다.
즉 그동안 정부가 급여와 항목을 나누어 지급했던 처우개선비를 이제 각 요양기관이 임금과 함께 자율적으로 지급하도록 바뀐 것이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기존 처우개선비만큼 인건비 총액도 인상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해명한다.
지난해 지급된 처우개선비 총액이 보험 수가 인상분에 포함됐기 때문에 정부는 사실상 예전과 마찬가지로 지원하는 셈인데다, 더구나 기관별로 정한 수가 내 인건비 비율도 높였기 때문에 오히려 처우가 개선됐다는 주장이다.
특히 처우개선비 제도 자체가 한시적으로 적용된 제도인데다, 최저임금이 크게 인상되면서 요양보호사 직종만 따로 처우개선비를 지급할 필요도 낮아졌다고 강조한다.
물론 이번 고시 개정으로 처우개선비가 폐지된 것은 아니다. 의무사항으로 규정했던 기존 고시 내용이 바뀌었지만, 기관장이 처우개선비를 폐지하려면 요양보호사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요양사 및 노동계는 처우개선비 지급이 사실상 기관장 재량에 맡겨지면서 각종 편법 지급이 횡행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예를 들어 사회보험료나 퇴직적립금 등 간접비용도 인건비로 처리되기 때문에 처우개선비로 쓰여야 할 돈을 퇴직적립금으로 묶어둘 경우, 영세한 업계 특성상 해고 및 폐업이 잦아 사실상 요양보호사들이 처우개선비를 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또 전체 인원을 기준으로 인건비 비율을 계산하기 때문에, 기관장과 친하거나 오래 근무한 요양보호사에게 처우개선비를 몰아줘서 '요양보호사 길들이기' 용도로 사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보험급여 비용에서 차지하는 요양보호사 인건비 총액이 84.3%에서 86.4%로 오르지만, 최저임금 인상률 16.4%와 장기요양보험수가 평균 인상률 11.34%(방문요양은 14.68%)에 비해 실제 임금상승률은 반토막이다.
요양보호사들만 최저임금 인상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하게 되는 셈이다.
이에 대해 노동계는 복지부가 최저임금 인상을 핑계로 사실상 처우개선비를 폐지하려는 것 아니냐고 비판하고 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이건복 재가요양지부장은 "정말 처우개선비를 수가 안에 반영했다면 굳이 고시를 개정할 이유도 없지 않느냐"며 "고시를 폐지하는 순간 처우개선비를 폐지했다고 알리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각 기관이 기존 처우개선비 비용을 그대로 지급하도록 안내하고, 요양보호사에게도 관련 내용을 알릴 필요가 있다"며 "민주노총도 18일 요양보호사들을 상대로 처우개선비에 관한 설명회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