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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전두환 골목성명을 연상시킨 MB 서재성명



칼럼

    [논평]전두환 골목성명을 연상시킨 MB 서재성명

    1995년 12월 서울 연희동 자택 앞 골목에서 성명을 낭독하는 전두환 전 대통령 (사진=유튜브 영상 캡처)

     

    "검찰의 태도는 더 이상의 진상규명을 위한 것이라기 보다는 다분히 현 정국의 정치적 필요에 따른 것...12.12를 포함한 모든 사건에 대한 책임은 제5공화국을 책임졌던 저에게 물어주시고 이 일을 계기로 여타의 사람들에 대한 정치 보복적 행위가 없기를 희망합니다."

    20여년 전인 지난 1995년 12월 2일 전두환 전 대통령이 서울 연희동 자택 앞 골목에서 낭독한 성명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MB)이 17일 자신의 삼성동 사무실 서재에서 성명을 발표하는 장면을 지켜본 많은 사람들이 떠올렸던 것은 바로 이 골목성명이라고 한다.

    MB의 서재성명은 전 전대통령의 골목성명보다 훨씬 짧았지만 내용은 더 강경했다.

    자신을 향하고 있는 검찰수사에 대해 "보수를 궤멸시키기 위한 정치공작이자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정치보복"라고 몰아부쳤다.

    하지만 골목성명과는 달리 이런 주장에 대한 어떤 구체적인 근거도 제시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끝부분에서는 골목성명과 같이 "더 이상 국가를 위해 헌신한 공직자들을 짜맞추기식 수사로 괴롭힐 것이 아니라 나에게 물어라"고 촉구했다.

    (왼쪽부터) 전두환 전 대통령, 이명박 전 대통령 (사진=자료사진)

     

    현재 MB와 관련돼 진행되고 있는 주요 검찰 수사는 국정원 특수활동비 수수와 다스 비자금 조성의혹, 군 사이버사령부 정치개입, 민간인 댓글 부대 운영 등 여러 건에 걸쳐 있다.

    이들 사건에 대해 검찰은 MB와의 관련성을 얘기한 적이 없지만 이들 사건 수사의 최종 타겟이 MB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동안 계속 벼러왔던 MB가 이날 마침내 서재 성명을 발표한 것은 MB의 집사로 통하는 최측근 김백준 전 총무비서관의 구속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의 수사망이 자신의 코 앞으로 바짝 조여오자 더 이상 손을 놓고 당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고 본 것이리라

    '보수를 궤멸시키려는 정치공작과 정치보복'에 당하고 있다는 프레임을 들고 나선 것은 자신을 지지하는 보수진영을 한데 묶어 문재인 정부에 맞서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한 때 국민의 지지를 받아 나라를 이끌었던 정치지도자가 검찰 수사에 대해 자신의 잘못은 돌아보지 않고 정치공작과 정치보복 주장을 하고 나선 것은 우리 국민을 부끄럽게 하고 국가에 욕을 보이는 일임에 틀림없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 17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무실에서 검찰의 국정원 특수활동비 의혹 수사 등과 관련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법 앞에서는 만인이 평등하다.

    법을 어기고 잘못을 저질렀다면 대통령도 예외없이 책임을 지고 벌을 받아야 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정농단사건으로 탄핵돼 구속 수감돼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MB의 경우, 자신이 떳떳하다면 정치공작이나 정치보복 주장 뒤에 숨을 것이 아니라 명백히 해명하고 자신의 결백을 밝히면 될 일이다.

    국민들은 국정원의 특수활동비를 청와대가 맘대로 가져다 쓰고 그 가운데 일부를 대통령 부인인 김윤옥 여사의 명품 구입 등에까지 사용했다는 의혹까지 일고 있는데 대한 속시원한 해명을 원한다.

    또 이 전 대통령의 실소유로 알려진 다스의 비자금조성 등 새롭게 드러난 각종 의혹에 대해서도 정확한 사실을 알기를 원한다.

    이미 무성하게 제기되고 있는 이들 의혹을 정치공작이나 정치보복 주장으로 덮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MB의 정치보복 주장은 현 정부에 대한 선전포고와 같은 것인 만큼 현 정부가 발끈할 수 밖에 없다.

    18일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을 직접 거론하며 정치보복 운운한 것에 대해 분노의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비분강개한 입장을 표명하고 나선 이유이다.

    문 대통령이 검찰 수사와 맞물려있는 국내 정치적 문제에 대해 '분노'라는 표현을 쓰면서 직접 의견을 표명한 것은 취임 이후 처음이다.

    일부 언론에서는 문 대통령의 역린(逆鱗)을 건드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따라 전전(前前) 정권과 현 정권의 생사를 건 싸움으로 비화할 수도 있지만 그런 싸움이 벌어진다고 해도 싱겁게 끝날 가능성이 높다.

    살아있는 권력과 이미 지나간 권력 간의 싸움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전두환 전 대통령도 당시 기세좋게 김영삼 대통령을 상대로 골목성명을 내고 고향인 합천으로 내려갔지만 다음날 검찰에 압송돼 올라오는 신세가 됐다.

    MB의 경우도 현재 진행되고 있는 상황으로 볼 때 결국 이와 비슷한 전철을 밟게 되지 않을까하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런 과정을 지켜봐야 하는 국민들의 마음은 결코 유쾌하지 못하다.

    자신에게 맡겨진 일에 책임감을 가지고 당당하게 임하는 대통령, 잘못했을 때는 국민에게 이해와 용서를 구하고 벌을 달게 받겠다고 나서는 지도자는 볼 수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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