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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미친 집값'에도 위풍당당한 '강남 불패'



칼럼

    [논평] '미친 집값'에도 위풍당당한 '강남 불패'

    (사진=자료사진)

     

    서울 강남의 집값이 미쳐 날뛰고 있다. 자고 나면 1억 원씩 오를 정도로 억(億) 소리가 난다. 말 그대로 천정부지(天井不知)다.

    입주한 지 1년 반 만에 집값이 분양가의 2배 가깝게 치솟은 아파트까지 등장했다. 그런데도 강남권 아파트를 사겠다는 수요는 넘쳐나면서 부르는 게 값이 됐다.

    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줄지 않고 되레 늘어나는 것이다. 이는 강남 아파트로 자산을 증식하려는 '로또' 정서에 기인한 측면이 크다.

    정부가 세금·대출·청약규제를 한꺼번에 꺼내 '강남 옥죄기'에 나서고, 투기세력과의 무기한 전면전을 선포하며 고강도 세무조사로 압박을 해도 백약(百藥)이 무효(無效)다.

    결국 지난해 말부터 나타난 부동산 시장의 급격한 이상과열 속에 '강남 불패(不敗)'에 대한 믿음은 콘크리트처럼 더욱 단단해졌다. 무패(無敗)가 아닌 불패(不敗)는 이제 깨지지 않는 절대적 신화(神話)가 돼버렸다.

    위풍당당한 강남은 마치 해볼 테면 해보라는 식으로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비웃고, 허탈한 비(非)강남은 분노와 상실감에 빠지는 초(超)양극화의 대조를 보이고 있다.

    시장에서는 '참여정부 시즌2', '어게인 노무현'이라는 비아냥으로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불신을 드러내고 있다.

    '두 번의 실패는 없다'는 청와대의 강변, "더 강력한 부동산 대책들이 주머니 속에 많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에도 국민들은 미덥지 않다는 분위기다.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자료사진)

     

    청와대 게시판에 올라온 부동산 관련 국민청원은 이미 7백건을 넘어섰다.

    "제발 더 이상 아무 것도 하지 말라"는 조롱 글에서부터 관련 부처 장관들을 즉각 해임하라는 비판 글, 심지어 "노무현 대통령 임기동안 5억 원이 올랐는데, 문재인 정부 반년 만에 5억 원이 올랐다"는 한탄 글까지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참여정부 당시 노무현 대통령 임기 5년 동안 모두 12차례의 부동산 대책에도 불구하고 서울 아파트 값은 56% 폭등했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출범 반년 새 무려 여섯 번의 부동산 관련 대책(6·19대책, 8·2대책, 9·5대책, 임대주택 등록활성화 방안, 10·24 가계부채 대책, 주거복지 로드맵)이 발표됐지만 고비 풀린 집값을 잡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참여정부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려는 안간힘에도 '강남 4구'는 아파트 값 상승을 주도했고, 급기야 지난 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상승폭을 기록했다.

    강남을 중심으로 한 '미친 집값'의 원인은 기본적으로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에서 비롯된다.

    전문가들은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정책의 방향을 '공급 확대'가 아닌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수요 억제'에 치중한 점을 지적한다.

    즉, 투기 수요를 억제하자 시세 차익이 기대되는 이른바 '똘똘한 한 채'로 투자가 집중되고, 분양권 전매 제한에 따른 유통물량 감소는 공급 부족으로 이어지면서 집값 상승을 부채질하고 말았다.

    (사진=자료사진)

     

    여기에 특목고와 자사고의 학생 우선선발권 폐지도 오히려 '강남 8학군'의 집값만 높이는 결과를 초래했다.

    정부가 강남 집값을 잡겠다며 아파트 재건축 연한을 40년으로 다시 되돌리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한 데 대해서도 재산권 피해를 주장하는 강남 이외 지역 주민들의 반발과 함께 장기적으로 공급 위축의 부작용을 낳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런가 하면 부동산 규제의 '마지막 카드'로 여겨지는 보유세 인상 문제를 놓고서도 여권 내부에서 통일된 목소리가 나오지 않고 있다.

    강남과 다주택자를 겨냥한 고강도 ‘핀셋 규제’가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지 못한다면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시장의 불신과 냉소는 더욱 깊어질 것이다.

    '그래도 강남', '강남 아파트는 어차피 오른다'는 '강남 불패'가 더 이상 신화여서는 안 된다. 더불어 사는 사회에서 '강남 불패'에 대한 믿음도 이제는 청산돼야 할 적폐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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