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대법원장(왼쪽)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김명수 대법원장이 특정 판사들의 동향 등을 법원행정처가 비공식적이고 광범위하게 정보수집했다는 등의 추가조사위원회 조사 결과에 대해 사죄의 말과 함께 후속조치 방안을 밝혔다.
후속조치를 논의할 기구 구성과 법원행정처 조직 개편을 비롯해 법관 독립을 보장하는 중립 기구 설치 방안 등을 제시했다.
김 대법원장은 24일 대국민 입장문을 통해 "추가조사위 조사결과에 따른 합당한 후속조치를 취하겠다"며 "필요한 범위에서 조사 결과를 보완하고 공정한 관점에서 조치 방향을 논의해 제시할 수 있는 기구를 조속히 구성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김 대법원장은 "법원 스스로의 힘으로 이번 사안이 여기까지 밝혀졌듯이 앞으로도 그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저를 믿고 조금만 더 기다려 주시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김 대법원장은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단기, 중·장기적 방안으로 구분해 제도 개선 의지를 내비쳤다.
단기적으로는 인적 쇄신과 법원행정처 조직 개편 방안이며 중·장기적으로는 법관 독립을 보장할 수 있는 중립적인 기구 설치 검토 방안을 제시했다.
또 법원행정처 대외업무를 전면적으로 재검토하고 법원행정처 상근 판사를 축소하겠다는 방안도 포함했다.
김명수 대법원장.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김 대법원장은 국민에게 사과의 말을 전하며 "질책을 달게 받겠다"고 말했다.
그는 "곧 출범할 예정인 '국민과 함께 하는 사법발전위원회'도 이에 관한 국민의 의견이 실질적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구성하고 사법행정 운용방식의 개선책이 우선적으로 검토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사법행정, 재판제도, 법관인사 전반을 점검해 모든 부분을 사법 선진국 수준의 투명한 시스템으로 대폭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이번 일이 재판과 사법행정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크게 무너뜨리고 있음을 직시하고 있고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에 큰 상처를 준 것에 대하여 대법원장으로서 마음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김 대법원장은 국민에게 전하는 사과의 말과 별도로 법원 내부 구성원에게 후속조치 약속과 함께 당부의 말을 전했다.
그는 "우리는 매우 엄중한 상황에 처해 있다"며 "두려움에 일단 눈을 감자는 목소리도 있을 수 있지만 우리는 선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상황을 직시하고 과감히 행동해야 한다"면서 "저는 우리의 자부심을 선택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렇지 않다면 한때의 잘못이 끊임없이 우리의 미래를 잠식하고 변질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블랙리스트 의혹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시절인 지난해 3월께 불거졌다. 법원이 특정 성향의 판사들과 관련한 문서를 작성해 관리하면서 이를 활용했다는 내용이 골자다.
논란의 시작은 법원행정처가 사법부 내 학술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의 '사법부 개혁' 관련 학술대회 행사를 축소하도록 법원행정처 심의관으로 발령 난 이모 판사에게 부당한 지시를 내렸다는 게 알려지면서부터다.
이후 '판사들 뒷조사한 파일이 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사태는 더욱 커졌고 대법원은 논란이 확산하자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려 자체 조사에 나섰다.
진상조사위는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밝혔지만, 일선 판사들을 중심으로 재조사 요구가 이어졌고 지난해 9월 취임한 김 대법원장은 두 달뒤 추가조사를 결정했다.
이에 추가조사위는 지난 22일 "법원행정처가 그동안 사법 불신에 대한 대응, 사법행정 목적의 달성, 법원장의 사법행정권 행사 보완 등을 이유로 가능한 공식적, 비공식적 방법을 모두 동원해 법원의 운영과 법관의 업무뿐만 아니라 그 이외의 영역에 관해서도 광범위하게 정보수집을 해온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특히 "특정연구회 소속 법관들을 핵심그룹으로 분류해 그 활동을 자세히 분석하고 이념적 성향과 행태적 특성까지 파악해 대응 방안을 마련한 것도 법관의 연구 활동에 대한 사법행정권의 지나친 개입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추가조사위는 양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를 중심으로 특정 판사들에 대한 동향과 성향을 구체적으로 파악한 정황의 문건과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재판 관련 동향 보고를 박근혜정권 청와대와 주고받은 정황이 담긴 문건을 공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