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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

    [Why뉴스] '법관 사찰' 왜 수사가 불가피 할까?

    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 시원히 짚어 줍니다. [Why 뉴스]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들을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

    ■ 방송 : 김현정의 뉴스쇼(권영철의 Why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권영철 CBS 선임기자

    헌법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법관들을 뒷조사하고 등급을 매기고 청와대가 법원행정처를 통해 재판에 관여했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특히 핵심 PC는 조사조차 하지 못했으며 760건의 파일은 비밀에 걸려 있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법원 스스로의 힘'으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지만 국민여론은 '법관 사찰'은 헌법을 유린한 폭거인 만큼 수사를 통해 밝혀져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그래서 오늘 [Why뉴스]에서는 '법관 사찰' 왜 수사가 불가피 할까? 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김명수 대법원장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 김명수 대법원장이 '법관 사찰' 사실을 인정했나?

    = 김명수 대법원장은 대국민 사과를 하면서 '사법부 블랙리스트'로 불리는 '법관 사찰' 사실을 인정했다.

    김 대법원장은 "추가조사위원회의 조사과정에서 나온 문건들의 내용은 대다수의 사법부 구성원들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것"이라면서 "사법행정이라는 이름으로 권한 없이 법관들의 동향을 파악하고 성향에 따라 분류하거나, 재판이 재판 외의 요소에 의하여 영향을 받는 것으로 오해받을 만한 일은 어떠한 경우에도 있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표현을 '법관 동향 파악'과 '성향에 따라 분류'라고 했지만 이것이 이른바 '사법부 블랙리스트'가 존재했다는 사실을 명백하게 인정한 것이다.

    정치권이나 일부 보수성향의 언론들이 '블랙리스트'라는 표현이 있니 없니 문제를 삼고 있지만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격이다.

    문유석 판사는 25일 페이스북에 "어떤 언론들은 위 문건에 대해 전혀 충격을 받지않은듯 언급이 없거나 대수롭지않게 취급한다. 위 언론들이 인용하는 어떤 법조인들은 별일아닌데 침소봉대되었다고 말한다"면서 "나는 문건 자체보다도 우리 사회 일각의 이 태연자약함이 더 충격적이다. 만약 이번 정권하에서 같은 일이 이루어지고 그것이 밝혀진다면?"이라고 반문했다.

    (사진=문유석 판사 페이스북 캡처)
    ▶ '법관 사찰'도 큰 문제지만 '재판관여' 의혹 이 문제가 더 심각한 것 아닌가?

    = 설마설마했던 우려가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김명수 대법원장을 제외한 대법관 13명은 "관여 대법관들은 재판에 관하여 사법부 내외부의 누구로부터 어떠한 연락도 받은 사실이 없음을 분명히 한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그렇지만 이들의 주장은 설득력이 약하다. 13명의 대법관 중 7명만 당시 재판에 관여했는데 13명이 모두 나선 것도 이상하고 어떻게 소부에서 전원합의체로 넘어가게 됐는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도 않았다.

    우병우 전 민정수석 (사진=박종민 기자)
    우병우 당시 민정수석의 요구대로 전원합의체로 넘어갔고 결과도 상상이 안 되는 13:0으로 항소심 판결을 뒤집었지만 대법관들의 주장만으로 그런 의심을 풀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것이다.

    지난해 9월 8일 서울중앙지검이 '국정농단 사건 등에 대한 일련의 영장기각 등과 관련된 서울중앙지검의 입장'을 낸 적이 있다.

    검찰은 "그동안 법원의 결정을 존중하고 감내해 왔으나, 최근 일련의 구속영장 기각은 이전 영장전담 판사들의 판단 기준과 차이가 많은 것으로서 납득하기 어렵다"며 "지난 2월 말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새로운 영장전담 판사들이 배치된 이후 국정농단 사건을 비롯해 국민 이익과 사회정의에 직결되는 핵심 수사의 영장들이 거의 예외 없이 기각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말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자신있게 말 할 수 있을까?

    ▶ 추가조사위 조사에서도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는데?

    = 그렇다. 김명수 대법원장의 결단으로 추가조사위원회가 조사를 했지만 강제조사권한도 없고 컴퓨터를 임의로 제출받아서 조사했기 때문에 아직 열어보지 못한 파일이 대부분이다. 법원 내부에서도 '빙산의 일각'만 조사했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추가조사위는 "물적 조사로 추출된 파일 중 암호가 설정된 파일은 조사 대상에 포함되지 못했다"며 "그 숫자가 삭제되지 않고 남아 있어 원 파일명의 확인이 가능한 정상 파일이 460개, 삭제된 것을 복구해 원 파일명의 확인이 불가능한 유실 파일이 300개에 이른다"고 밝혔다. 760건의 파일은 조사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심지어 '법관 사찰' 관련 실무 총책임자로 의심받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사용한 컴퓨터는 행정처의 조사 거부로 손도 대지 못한 상황이다.

    법원행정처가 작성한 문건 중에는 '빨간색 판사', '파란색 판사', '까만색 판사'로 분류해 사실상 등급을 매기기까지 했지만 조사하지 못한 파일이 많다보니 의혹은 쌓여 가고 있다.

    특히 해당 문건은 누가 작성했는지, 그리고 검토 방안이 실제로 이행됐는지는 확인되지도 않았다. 문건을 작성한 것으로 지목된 당시 법원행정처 심의관은 문건을 작성한 적도 없고, 본 적도 없으며, 해당 문건은 행정처가 사용하는 양식도 아니라고 법원 추가조사위에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자료사진)
    ▶ 그 정도 상황이면 강제수사를 해야 하는 것 아닌가?

    = 그렇다. 이 정도 상황이면 강제수사가 불가피해보인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24일 퇴근길에 "제가 법관생활하면서도 그랬지만 법원 내부 문제는 원칙적으로 법관들, 법원에서 해결해야 된다는 게 저의 일관된 원칙"이라면서, "그런 원칙 정하는 데 있어 어떤 의도가 있는 건 결코 아니다. 앞으로도 원칙적으로 지금까지 한 것처럼 법원의 힘으로 모든 일이 해결되기를 바랄 뿐이다. 그러기 위해 최선을 다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새로운 기구를 만들어 남은 의혹을 조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렇지만 현직 대통령이 탄핵되고 파면됐다. 그리고 구속돼서 재판을 받고 있다. 법관들이라고 예외가 될 수는 없는 것이다. 법원 내부에서도 수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관련 판사들은 탄핵대상이라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남인수 판사는 23일 코트넷(법원 내부게시판)에 올린 '나오면 나오는 대로 한다'는 제목의 글에서 "정의의 최후 보루인 법원에서 나온 문건이라고는 도저히 믿기 어려운 내용이 담겨 있어 매우 충격적이다. '정치적 고려 없이 단서(증거)가 나오면 나오는 대로 수사한다'는 검찰의 발표가 떠올랐다"며 사실상 검찰 수사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남 판사는 "거점 법관을 통한 비공식적 정보수집 정황, 진보성향 법관 그룹의 명단 분석 등에 비춰 암호가 설정된 파일 760개에 특정 판사들을 뒷조사한 구체적 자료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유실파일 300개엔 '증거인멸혐의', 서울중앙지법 단독판사회의 의장 경선에 법원행정처가 관리대상인 판사와 해당 판사를 지지하는 판사들에 대해 동향·성향을 파악한 부분엔 '관권선거와 업무방해 혐의', '정보기관의 불법사찰 혐의', '업무방해혐의' 등을 떠올렸다"고 덧붙였다.

    김동현 판사는 "조사결과를 보고 연일 잠이 잘 오지 않는다"며 "제한된 범위에서의 조사였음에도 불구하고, 충격적인 결과였다. 명백히 드러내 상응하는 책임을 묻지 않는다면 그야말로 사법부에 더 없는 오점으로 남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판사는 "당시 법원행정처의 모든 기록, 저장매체 및 관계자들에 대한 더욱 적극적인 추가조사가 불가피하다"며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 부분은 대법원이 직접 고발 등 조치를 취하는 게 검토돼야 한다. 그 과정에서 필요한 영역이 있다면, 강제수사를 받아들이는 것 역시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김 판사는 "사실을 밝혀 정의를 세우는 것이 법원의 본령"이라며 "사법부의 명예는 감춤이 아니라, 밝혀 드러냄으로써 지켜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춘천지법 류영재 판사는추가조사위에서 드러난 법원행정처의 '법관 사찰'에 대해 "이건 진짜 그냥 전방위적으로 공작정치했단 얘기"라면서 "형사처벌 뿐만 아니라 판사 탄핵사유도 될 것 같다"고 밝혔다.

    ▶ 사법부 블랙리스트에 대한 검찰수사 청원이 진행되고 있는데?

    = 추가조사위원회가 조사결과를 발표한 다음날인 23일부터 청와대 청원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캡처)
    25일 아침 7시 현재 6천명이 넘게 동의했다.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 검찰수사 청원합니다>는 제목아래 "양승태 전대법원장과 그 지휘하에 사법부 불법감찰을 진행했던 사법부 적폐세력에 대한 검찰수사를 청원합니다. 이들은 불법을 저지른 것도 모자라 중요한 증거가 되는 관련자료들의 제공에도 협조하고 있지 않습니다"라면서 "삼권분립이라는 대한민국의 근간을 뒤흔들고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과 내통하여 재판의 결과를 좌지우지하고, 공정성을 무시한 적폐세력들을 꼭 수사해서 응당한 처벌을 내려달라"는 내용이다.

    청원 댓글에는 "모든 부정부패의 가장 마지막 관문은 법원이다. 법원이 부패하면 국가가 망하는 이유"라면서 "권력자와 재벌에게는 솜방망이를 휘두르고 퇴임이후에는 로펌에 들어가 전관예우로 수 십 억씩 벌어 들이는 썪어 빠진 사법부를 청소하지 않으면 '재조산하'는 어림도 없다"는 글에서부터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처벌하라"는 의견들이 게시되고 있다.

    ▶ 법원행정처가 재판에 관여한 게 사실인가? 정말 믿기 어려운데?

    = 믿기도 어려고 설마 그렇게까지 했을까 하는 의문이 드는 게 사실이다. 재판에 관여했다면 국민들이 기댈 곳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들은 법원행정처가 청와대와 교감아래 판결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다는 의심을 떨쳐버릴 수 없게 한다.

    추가조사위원회가 공개한 법원행정처 문건과 고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업무일지에서 이를 뒷받침할 내용이 속속 확인되고 있는 것이다.

    김영한 전 민정수석의 업무일지 2014년 9월11일자를 보면 김기춘 당시 대통령비서실장(79)을 의미하는 '長(장)' 아래에 '元(원)-2.6y, 4유, 停(정)3' '이종명-민병주-1y, 2유, 정1년'이라고 쓰여 있는 부분이 있다. 김 전 실장 주재로 오전에 열린 실장 주재 수석비서관회의(실수비)에서 언급된 내용을 김 전 수석이 받아 적은 것이다.

    이는 같은 날 오후 2시에 있었던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재판장 이범균 부장판사)의 원 전 원장 1심 선고 결과와 일치한다. 재판부는 원 전 원장에게 징역 2년6월·집행유예 4년·자격정지 3년, 이종명 전 3차장과 민병주 전 심리전단장에게 징역 1년·집행유예 2년·자격정지 1년을 선고했다. 김 전 실장이 적어도 반나절 전에 원 전 원장의 1심 선고 결과를 파악하고 있었다는 얘기다.

    추가조사위가 지난 22일 공개한 문건을 보면 법원행정처는 '발상을 전환하면 이제 대법원이 이니셔티브를 쥘 수도 있음'이라고 판단했다. 청와대 의도대로 재판을 해주고 상고법원을 성공시키는 기회로 삼자는 의미다. 또 '1심과 달리 결과 예측이 어려우며'라고 기재한 대목에 대해서는 "1심 판결을 법원행정처가 미리 입수했다는 방증"이라고 법원 안팎에선 지적하고 있다.

    ▶ 김명수 대법원장은 왜 검찰수사에 반대하는 건가?

    = 명시적으로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법원내부에서 해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명수 대법원장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김 대법원장은 "저는 이번 일이 재판과 사법행정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크게 무너뜨리고 있음을 직시하고 있습니다.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에 큰 상처를 준 것에 대하여 대법원장으로서 마음 깊이 사과드립니다. 그리고 국민 여러분의 질책을 달게 받겠습니다"라고 사과했다.

    그러면서 "먼저 추가조사위원회의 조사결과에 따른 합당한 후속조치를 취하겠습니다. 이를 위하여 필요한 범위에서 조사결과를 보완하고 공정한 관점에서 조치방향을 논의하여 제시할 수 있는 기구를 조속히 구성하도록 하겠습니다"며 "법원 스스로의 힘으로 이번 사안이 여기까지 밝혀졌듯이 앞으로도 그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저를 믿고 조금만 더 기다려 주시기 바랍니다"고 밝혔다.

    김 대법원장으로서 취임 4개월을 맞았는데 내부 조사가 아닌 외부기관의 수사부터 받겠다고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일단 김 대법원장이 밝힌 '합당한 후속조치'가 무언지를 지켜보고 그 다음 단계로 나아가도 될 것이다.

    ▶ 검찰이 적극적으로 수사에 착수하면 되지 않나?

    = 그런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그렇지만 법원 내부의 일에 검찰이 먼저 나서기는 어려울 것이다.

    (사진=자료사진)
    검찰의 고위관계자는 "고발사건이 있지만 검찰이 앞서서 수사에 나서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 "공수처가 있다면 수사에 나설 수 있겠지만 검찰로사는 수사의뢰가 있기 전에 나서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특수통 출신인 검찰의 한 중견간부는 "검찰이 수사에 나서서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는데 양승태 대법원장 체제에서 임명된 영장전담판사들이 '소명부족'으로 기각할 경우 어떻게 되겠나?"라고 반문하면서 "지금 단계에서 검찰이 나서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판사출신인 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선 '철저한 진상조사' 후 '검찰 수사의뢰'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박 의원은 "추가조사위원회가 기술적 제약과 법원행정처의 협조 한계 등으로 열지 못한 파일이 760개, 그 가운데 삭제된 파일만 해도 300개에 이른다"며 "사법부는 사안의 중대성과 엄중성을 깨닫고 철저하게 나머지 조사를 마치고 스스로 수사의뢰를 할 수 있기를 간곡히 바란다"고 말했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밝힌대로 "재판은 그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그 어떠한 간섭에도 굴하지 않고 원칙을 양보하지 않는, 독립되고 정의로운 법관에 의하여 오로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이루어져야 한다", 내부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그게 최선일 것이다. 그렇지만 그게 불가능하다면 국민신뢰 회복을 위해 스스로 수사를 의뢰해야 한다. 외부기관에 의한 철저한 진상조사가 아니고서는 법원이 바로서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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