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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작렬]함부로 M16 겨누던 보안사 중사와 기무사의 다짐



뒤끝작렬

    [뒤끝작렬]함부로 M16 겨누던 보안사 중사와 기무사의 다짐

    "기무사, 과거 오명 벗기 위해서는 정권 아닌국민·軍 만 바라봐야"

    노컷뉴스의 '뒤끝작렬'은 CBS 노컷뉴스 기자들의 취재 뒷얘기를 가감 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전 방위적 사회감시와 성역 없는 취재보도라는 '노컷뉴스'의 이름에 걸맞은 기사입니다. 때로는 방송에서는 다 담아내지 못한 따스한 감동이 '작렬'하는 기사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편집자 주]

    자료사진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80년대 중반 입대해 GOP 근무를 할 때였다. 소대원들이 근무 교대를 하거나 철책 안 잡초 제거작업 등을 할 때 가끔씩 굉음을 내며 오토바이가 나타나곤 했다.

    M16 소총을 늘 거꾸로(총구가 땅으로 향하게) 둘러매고 다녔던 그는 보란듯이 액셀(엑셀러레이터)을 당기며 쏜살같이 언덕길을 오르내렸다.

    그는 공포의 대상이기도 했다. 소대원 몇몇이 막사에서 언덕 아래로 200여미터 떨어진 우물로 물을 뜨러 가거나, 대대 PX를 가기 위해 이동 중일 때 어디선가 나타나 조용히 우리를 향해 M16을 겨냥했기 때문이다.

    ◇ 80년대, '무소불위' GOP 주름잡던 공포의 보안사 중사

    뭐가 그리 좋은지 ‘빠질대로 빠져서’(?) 낄낄거리며 이동 중이던 우리는 순간 깜짝 놀라 입을 다물고 조심조심 그의 곁을 지나가야 했다. 그러면 그는 총을 거두고 우리를 향해 한번 씨익~ 웃고는 다시 오토바이를 타고 사라졌다.

    그는 당시 악명 높았던 보안사 중사였다. 고참들이 들려준 얘기로는 중대장도 그에게는 거의 ‘꼼짝마라’였다. 대낮에 가끔씩 총성도 울렸는데 그가 꿩 잡으려고 M16을 쏜다는 얘기가 파다했다. 병사의 생각에 그는 GOP를 주름잡는 무소불위의 권력이자 공포였다.

    그 중사가 상징하듯 80년대의 보안사는 공포와 악명 자체였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뒤에서 군의 대응을 지휘했던 것도 보안사였다.

    박정희 대통령이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의 총탄에 숨진 뒤 ‘중정’의 힘이 빠지면서 보안사가 중정의 무소불위의 권력을 더해 오욕의 군사정권, 암흑의 시대를 주도했던 것이다.

    그 보안사가 1991년 윤석양 이병의 민간인 사찰 폭로를 계기로 지금의 기무사령부가 됐다. 부대 명칭은 바뀌었지만 이 부대의 역할은 최근까지도 많이 바뀌지 않았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시절 국군사이버사령부와 함께 정권에 유리한 댓글 공작을 한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국군기무사령부 (사진=자료사진)

     

    ◇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는 군 사이버사령부와 댓글 공작 오명…수사기관 감청 논란도

    국방부 사이버댓글 조사 TF는 지금도 당시 사건을 수사 중인데 얼마전에는 기무사가 감청을 통해 그 조사팀의 기무사 압수수색 방침 사실까지 알아냈던 것으로 알려져 논란을 빚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들어 임명된 이석구 신임 기무사령관은 이런 기무사의 환골탈태를 주장하면서 25일 부대원 6백여명을 이끌고 국립현충원을 찾아 ‘정치적 중립 준수’를 다짐했다. 전국의 예하 기무부대들도 지역 충혼탑 등지에서 같은 시간에 같은 다짐을 했다.

    군이 정치적 중립을 지키겠다는 다짐은 당연한 것이지만 그동안 얼마나 중립을 지키지 못했기에 맹추위 속 다짐까지 해야 하는가 하는 씁쓸함을 떨치기 어렵다.

    기무사의 홈페이지에 따르면 이 부대의 역사는 유구하다. 좌우 이념대립이 심했던 해방 후 혼란기 대공업무의 필요성에 따라 부대가 태동했다. 이후 특무부대와 방첩부대, 보안부대를 지나 보안사령부를 거쳐 지금의 기무사령부가 됐다.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이 보안사령관 출신이어서 한때 부대원들의 자긍심과 사기가 높았다. 이명박 정부시절에도 기무사령관은 대통령을 독대했던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기무사령관을 따로 보지 않는 것으로 파악된다.

    ◇ 맹추위 속 정치적 중립 선언보다 중요한 것은 실천…"기무사 국민,군만 바라봐야"

    기무사에 정통한 소식통은 “기무사의 분위기가 바뀐 것은 맞다”며 “정치적 중립 준수 선포를 의미있게 봐달라”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일각에서는 본인들이 가장 애국자인 것으로 생각하는 기무사 출신 예비역들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스스로 극우 보수임을 자처하는 이들이 현 정권에 각을 세우는 일에 앞장서며 기무사 후배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환골탈태를 주창하는 이석구 사령관도 이를 고민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무사 스스로 내세우는 주요업무는 명확하다. 군사 보안 및 군 방첩(간첩색출), 방위산업 기밀 보호와 군 전투력 저해 요인을 파악하는 일, 사이버전을 위한 정보작전 방호태세 확립과 정보전 지원 등이다.

    전문가들은 기무사가 과감하게 정권에 잘 보이기 위한 집착을 버리고 주어진 업무에 충실해야 국민과 군의 신뢰를 받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

    과거 ‘정권의 도구’ 또는 ‘불법 사찰의 대명사’로 인식된 기무사가 잘 새겨야 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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