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대형 화재가 난 경남 밀양 가곡동 세종요양병원 (사진=경남도민일보 제공/자료사진)
경남 밀양 세종병원 화재사고로 숨진 38명 가운데 목에서 그을음이 발견되지 않은 4명의 시신 부검을 앞두고 당사자 유가족들은 "두 번 죽이는 게 아니냐"며 반발했다.
28일 오전 CBS노컷뉴스 취재진과 만난 故 김순임 씨 딸 강선애(56) 씨는 "어머니 입관 30분 전에 부검 얘기를 처음 접했다"며 "어머니가 불 속에서 얼마나 고통스럽게 돌아가셨는데,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토로했다.
병원 3층 중환자실에 입원 중이었던 김 씨는 화재 당시 산소호흡기를 꽂은 채로 손이 침상에 묶여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이 명확한 사망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부검을 결정했지만 가족들은 "전력공급 문제로 산소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은 것 외에 다른 이유가 있을 리 없지 않냐"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이처럼 유가족들은 모두 부검 결정에 대한 반발과 함께 구조 과정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없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김 씨와 같은 층 중환자실에 입원 중이던 故 박지윤 씨의 경우 화재 당시 기도 삽관에 의지해 호흡하고 있던 상태였다.
이에 박 씨의 형 박지관(70) 씨는 구조 직후 이송 과정에서 어떤 조처가 이뤄졌는지 정확히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런 식의 부검은 죽은 사람을 한 번 더 죽이는 꼴"이라며 "당국이 동생의 죽음을 화재로 인한 사망으로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는 기분마저 든다"고 성토했다.
5층 일반 병동에 입원했던 故 이쾌정 씨의 사위 노준남(75) 씨 역시 "불이 난 그 아수라장에서 어떤 식으로 이송이 됐는지 여전히 알지 못하고 있다"며 답답한 심경을 드러냈다.
노 씨는 "아내(숨진 이 씨의 딸)는 하늘이 무너지는 심정인 상태고 뭐라 얘기할 정도도 못 된다"며 "제대로 장례 절차가 진행되는 것도 아니다 보니 원통해 말도 못 할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3층 중환자실에서 숨진 故 강귀남 씨의 아들 엄정태(57) 씨는 "다 같이 화재로 인해서 노출이 됐고 구출이 됐는데 경찰의 부검 통보는 전체 사망자 중 4명에게만 왔다" "우린 병을 고쳐서 퇴원하려고 갔지 죽으러 간 게 아녔는데, 억울한 심정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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