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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작렬

    [뒤끝작렬] 장군님, 이제는 버스타시죠

    노컷뉴스의 '뒤끝작렬'은 CBS 노컷뉴스 기자들의 취재 뒷얘기를 가감 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전 방위적 사회감시와 성역 없는 취재보도라는 '노컷뉴스'의 이름에 걸맞은 기사입니다. 때로는 방송에서는 다 담아내지 못한 따스한 감동이 '작렬'하는 기사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편집자 주]

    위 사진은 기사와 관련이 없음 (사진=자료사진)
    80년대 초반 수도권 어느 부대의 사단장 공관. 10여명의 병사들이 사단장 공관을 '정비'하고 있었습니다. '정비'라고는 하지만 공관 잔디밭의 잡초를 뽑거나, 주변 청소를 하는 일이 고작이죠.

    한참 작업이 이뤄지고 있을 때 갑작스럽게 차량경음기 소리가 울렸습니다. 병사들을 태우고 온 트럭 운전병이 실수로 경음기를 누른 것 같았습니다. 모두 놀라기는 했지만 별 일 아니라고 생각하고, 작업은 계속됐습니다.

    그런데 잠시 후, 사단장의 전속부관이 벌게진 얼굴로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불문곡직, 운전병에 대한 무자비한 구타가 시작됐습니다. 영문도 모른 채 그 운전병은 10여분간 구타를 당했습니다. 전속부관은 운전병을 구타하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사단장님께서 쉬고 계신데, 경음기를 울리면 사단장님이 놀라시잖아!"

    그 잔혹한 구타를 망연자실 바라 볼 수 밖에 없었던 다른 병사들은 공포와 분노에 휩싸였습니다. 구타의 이유가 고작 일부러 한 것도 아니고 실수였는데… 필자도 망연자실 바라보던 병사 가운데 한 명이었습니다. 30년도 더 지난 일이 선명하게 기억되는 것은 그만큼 충격이 컸다는 반증일 것입니다.

    그 시절은 군인의 시대였습니다. 쿠데타로 집권한 전두환 시절의 군은 무소불위의 권력과 특권을 향유했습니다. 더구나 수도권 그 부대의 사단장은 성골중의 성골 하나회였습니다. 그래서 사단장은 신성불가침의 존재였습니다. 사단장을 보필하기 위해 사무실은 물론 공관에도 여러명의 병사들이 배치됐고, 심지어 사모님의 운전병도 존재했습니다. 사단장과 그 가족의 편의를 위해 일하는 병사는 10여명을 넘었습니다.

    군인에게 장군은 모두가 닿고자 하는 지향점이자 목표입니다. 영관급 장교에서 장군이 되면 30여가지가 달라진다고 합니다. 명예도 높아지고, 권한도 커진 만큼 책임도 막중해집니다. 장군에 대한 예우는 당연히 책임에 대한 보상입니다.

    일선 사단장은 휘하의 장병이 수천명에 이르고, 사단장의 판단에 따라 장병들의 목숨은 물론 국가의 안위까지 좌우될 수 있습니다. 지휘책임이 커지는 만큼 판단을 도와야 할 참모진과 비서진은 필수적인 요소입니다. 하지만 그동안 우리 군의 장군들이 지나친 예우와 지원을 받아 온 것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얼마 전 박찬주 대장 부인의 공관병들에 대한 '갑질'이 여론의 도마에 올랐습니다. 당사자도 아닌 장군의 부인이 공관에 있는 병사들을 상대로 가혹행위에 가까운 갑질을 해왔다는 것은 그만큼 특권의식과 잘못된 갑질문화가 군대안에 만연해 있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물론 의전에만 집착하는 장군보다는 국가를 위해 일하는 장군들이 더 많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부의 특권의식이 전체 군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명예를 실추시킨다면 개선점을 찾아야 합니다.

    다음달부터 육군본부에 있는 장군들이 버스를 타고 출퇴근을 하기로 했습니다. 육군이 이같은 방안을 내놓은 것은 국방개혁의 대상이라는 위기의식이 작용한 것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이런 작은 실천을 통해 국방개혁이 시작될 수 있다면, 그것은 환영할만한 일입니다.

    누군가 진정한 군인은 야전에 있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야전에서 승용차는 무용지물입니다. 버스를 타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 돼서는 안됩니다. 운전병을 거느린 승용차를 탄다고 해서 장군의 위상이 높아지는 것도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장군의 역할이지 의전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장군님, 이제는 버스타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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