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예 채용 지원조차 하지 않은 사람이 합격되는가 하면, 고위인사가 면접과정을 하나하나 감시하거나 아예 직접 면접장에 들이닥치는 등 공공기관 채용은 예상대로 '복마전'을 방불케했다.
29일 정부는 1190개 공공기관·단체의 최근 5년 동안의 채용 전반을 특별점검한 결과 946개 기관·단체에서 4788건의 지적사항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특히 몇몇 기관·단체는 최소한의 눈가림 절차조차 생략한 채 제대로 된 채용절차도 없이 대놓고 부정채용을 벌였다.
국제금융센터에서는 아예 채용시험에 지원조차 하지 않은 사람에게 최종면접에 응시할 기회를 부여했다가 덜미를 잡혔고, 한식진흥원은 고위인사 지인의 자녀가 해당분야 경력도 없거니와 관련 서류조차 제출하지 않았는데도 서류·면접심사만으로 특별채용했다.
워터웨이플러스도 내부 고위인사의 지시로 채용공고 및 서류전형 절차 등 채용절차도 없이 특혜채용을 벌였고, 한국건설관리공사는 고위인사의 지인을 선발하기 위해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에 채용공시도 올리지 않고 비공개 특혜 채용을 저질렀다.
중소기업유통센터는 인사부서도 통하지 않고 일선부서에서 고위인사의 지인을 특혜채용했다.
선발 배수를 조작하거나 기존 채용 절차를 조작하는 수법도 잇따랐다.
강원대병원과 서울대병원, 서울디자인재단 등은 채용인원이나 합격 배수를 조정하고, 높은 점수를 몰아주는 방식으로 부정합격자를 채용했다.
전북대병원은 내부 심사위원에게 특정 지원자의 인적사항을 알려줘서 고득점을 몰아주도록 했고, 환경보전협회는 서류 전형부터 배점항목을 조정했다.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은 채용공고를 공단 홈페이지에만 공고하고, 공고일도 임의로 단축하는 수법을 써서 내부 계약직을 채용하는 꼼수를 사용했다.
유네스코학국위 역시 정규직을 공개채용하면서 채용전형별 선발 배수를 공고했던 내용과 다르게 선발했을 뿐 아니라 공개채용 절차를 거치지 않은 정규직 2명을 임의로 추가채용했다.
또 정부법무공단과 한국광해관리공단,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국립중앙의료원은 부정합격자를 일단 계약직으로 채용했다가 이후 정규직으로 임용시키는 '꼼수'를 사용했다.
응시할 자격이 없는 사람을 채용하거나 경력을 조작·왜곡한 경우도 많았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노사발전재단, 대구시설공단, 문경관광진흥공단 세종도시교통공사, 용인문화재단, 창원시설관리공단, 충북테크노파크, 화성시인재육성재단, 한국지방행정연구원 등이 대표적 사례였다.
동남권원자력의학원에서는 직원 자녀가 업무관련 자격증을 갖추지 못하자 필기시험을 면제해주기까지 하면서 채용했고, 국제원산지정보원도 자격요건이 부족한데도 서류심사에 통과시킨 뒤 가산점까지 부여해가며 특혜채용을 벌엿다.
군인공제회에서는 이사장 운전기사를 신규경력직으로 채용하도록 기존 채용조건 등을 확대하는가 하면, 당초 계획된 채용직위에 필요한 학력·경력과 관계없이 전임 임원의 자녀를 채용하기도 했다.
제주4·3평화재단은 외국어능통자를 채용한다면서 1차 서류심사에서 고작 학원수강확인서만 제출한 응시자를 선발하기도 했다.
번거롭게 절차에 손을 대지 않고 '고위인사'가 전면에 나서서 채용 과정에 개입하는 사례도 수두룩했다.
기관·단체 내 고위직이 특정인을 채용하도록 지시한 사례는 국립합창단,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 국가수리과학연구소, 한국장애인개발원, 한국선원복지고용센터,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 등 일일이 나열하기 어려울 정도로 수가 많았다.
국립해양생물자원관에서는 면접 과정을 일일이 모니터링해 면접관에게 '원격 지시'하는가 하면 , 한국건강증진개발원에서는 아예 면접위원도 아닌 고위인사가 면접장에 갑자기 들어와 특정인에게만 질문을 쏟아내는 수법을 사용했다.
부정합격차를 합격시키기 위해 멀쩡한 채용절차를 뒤엎은 사례도 있다. 한국원자력의학원은 인사위에서 특정인이 채용되지 않자 고위인사가 인사위를 다시 열도록 압박을 넣어 결국 불합격자가 최종합격됐다.
제주테크노파크 역시 1차면접 통과자를 선발했는데도 다시 공고를 내 채용과정을 벌였고, 그 결과 1차 서류심사에서 10위였던 응시자가 1위로 올라서면서 최종합격했다.
국민체육진흥공단과 세종학당재단은 고위인사가 면접위원 선정과정에 개입해 특혜채용을 벌였다.
항공안전기술원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한국벤처투자, 경남람사르환경재단은 특정인을 합격시키려는 고위인사가 아예 면접위원으로 직접 참석하는 '솔선수범형' 비리채용을 저질렀다.
강원정보문화진흥원은 경영 악화를 핑계로 기존 직원을 권고사직까지 해놓고는 곧바로 같은 업무군에 다른 직원을 신규채용해 부정채용 혐의를 받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