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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불 나면 법안만 '우후죽순'…국회 논의는 '흐지부지'

국회/정당

    큰불 나면 법안만 '우후죽순'…국회 논의는 '흐지부지'

    늑장 통과·미진한 논의 등으로 안전 사각지대 여전

    제천 화재 참사 현장(자료사진/황진환 기자)

     

    대형 화재사고 때 마다 국회에서 관련 법안이 쏟아져 나오지만, 애초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용두사미'(龍頭蛇尾)로 그친 경우가 많았다. 이렇다 보니 곳곳에 규제 공백 사태가 발행해 대형화재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밀양 세종병원 참사 또한 안전규제만 제때 만들었다면 막을 수 있었던 인재라는 지적이 나오면서 국회의 '입법 방기'에 대한 비판도 거세지고 있다.

    지난달 21일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가 일어난 후 29일 현재까지 의원이 발의해 상임위에 계류 중인 소방기본법 등 관련 법안 개정안은 13개에 이른다.

    특히 제천 참사 이전부터 원인으로 지목된 소방차 진입로 확보 등 소방 활동을 돕는 내용의 개정안은 절반이 넘는 7개에 달한다.

    제천 참사 20일 후인 지난 10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발의 후 1년2개월 동안 방치하던 소방기본법 개정안을 오전에는 법안심사소위, 오후에는 전체회의를 열어 하루 만에 상임위 처리를 완료했다. 뒤늦은 신속함이었지만 그마저도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되지 않은 상태다.

    이처럼 참사 직후에는 우후죽순처럼 다수의 법안들이 발의되지만, 정작 필요한 내용이 법률로 만들어지는 비율은 낮다.

    지난 26일 대형 화재가 난 경남 밀양 가곡동 세종요양병원 (사진=경남도민일보 제공/자료사진)

     

    밀양 참사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스프링클러 미설치와 가연성 내·외장재에 대한 안전규제도 이같은 국회의 미온적인 움직임 때문에 제때 정비되지 못했다.

    스프링클러의 경우 2014년 전남 장성 요양병원 화재 이후 일반병원 뿐 아니라 요양병원에도 설치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법안이 같은 해 10월 발의됐다.

    그러나 당초 입원자들의 나이와 대피 속도 등으로 돼 있던 설치 기준이 건물 규모 등으로 변경되면서 결국 연면적 5000㎡ 이상 또는 수용인원 500명 이상에만 의무화가 결정됐다. 연면적 1489㎡, 수용인원 496명으로 의무설치 대상이 아닌 세종요양병원에는 스프링클러가 전혀 없었다.

    요양병원이 아닌 일반 병원은 11층 이상 또는 4층 이상에 한층 바닥 면적이 1000㎡ 이상인 경우에만 스프링클러 설치가 의무인데 요양병원 옆에 위치한 세종병원은 5층 건물이지만 바닥 면적이 층별로 213~355㎡에 불과하다.

    2016년 6월 발의된 숙박시설·밀폐영업장 등에 대한 스프링클러와 비상탈출 로프 의무화를 내용으로 한 소방시설법 개정안은 중소 상공인의 부담이 크다는 이유로 적극적으로 추진되지 않으면서 결국 지난해 말 자동 폐기됐다.

    화재 시 빠르게 불에 타 '불쏘시개'라는 비난을 사고 있는 드라이비트 공법의 내·외장재 설치규제 또한 국회의 미온적인 태도로 제때 만들어지지 못했다.

    2009년 6층 이상이거나 연면적 3000㎡ 이상인 건축물에 대해 불연 또는 준불연 등 방화성이 있는 재료를 외부 마감 재료로 사용하게 하는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법안심사소위와 국토해양부에서 그 기준을 완화했고 시행일도 1년이 유예됐다.

    이후 2차례에 걸쳐 시행 대상이 확대됐지만 그 시기는 2010년 10월 부산 해운대 우신골든스위트 화재, 2015년 10월 의정부 도시형생활주택 화재 등 참사가 발생한 이후, 이른바 소 잃고 외양간 고친 꼴이었다.

    2015년 1월 의정부 화재 사건이 발생하자 같은 해 4월에는 외벽 마감재를 불연 재료로 사용하도록 한 건축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국회 임기 만료로 폐기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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