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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검사가 외친 "Me too"



칼럼

    [논평] 검사가 외친 "Me too"

    서지현 검사 (사진=JTBC 뉴스룸 영상 캡처)

     

    인터뷰에 나온 검사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두려움과 수치심이 한꺼번에 몰려들었을 것이다. 온갖 흉악범과 파렴치범을 처벌하는 강골의 검사는 상사의 몰염치한 성추행 앞에서 저항조차 힘든 연약한 여성일 뿐이었다.

    심지어 그 상황이 벌어졌을 때 옆자리에는 법무부장관이 앉아 있었고, 수많은 검사들이 동석했지만, 아무도 그 상황을 제지하거나 말리지 않았다. 오죽하면 자신이 당하고 있는 현실이 환각이 아닐까 하는 착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런데 그가 몸담고 있는 조직은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인 그에게 납득할 수 없는 인사 불이익을 안겼다. 수 년동안 남도의 한 지청에 그것도 경력에 맞지 않는 보직에 앉아 있어야 했다. 그는 법무부장관상을 두 번이나 수상한 능력있는 검사다.

    가해자로 지목된 그의 목소리도 떨리고 있었다. 어느 교회의 세례식이 끝나고 간증을 하는 자리였다. 그는 깨끗하고 성실하게 공직생활을 해왔고, 선후배에 모두에게 사랑받던 자신이 갑작스러운 일로 공직을 그만두면서 자신과 가족 모두 고통스러웠다고 했다. 하지만 이제 하나님의 은혜로 어려움을 극복하게 됐다고 울먹였다.

    하지만 그는 정작 성추행에 대해서는 술에 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고, 진정성 있는 사과조차 하지 않았다.

    가해자인 그가 그만두게 된 갑작스러운 일은 돈봉투 사건이었다. 그 사건 당시 그는 법무부 검찰국장이었고, 법무부의 특활비를 후배들에게 용돈처럼 나눠준 것이 빌미가 돼 서울중앙지검장과 함께 면직됐다.

    검찰에 재직 당시 이른 바 우병우 라인으로 분류됐던 그는 검찰인사를 좌우하는 검찰국장에 앉아 피해자의 인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가해자는 승승장구하고 피해자는 불이익을 받은 상황이 빚어졌다.

    검찰은 조직원간에 유대감이 강하고, 상명하복의 문화가 강하게 자리잡은 조직이다. 이런 조직일수록 조직원의 허물에 대해 관용하고 덮으려는 의식이 강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범죄에 가까운 성희롱이 그것도 조직의 수장이 있는 엄중한 자리에서 공공연하게 이뤄졌는데도, 이를 조직적으로 덮으려는 것은 또 다른 범죄를 저지른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더구나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막강한 자리에 있고, 실제로 불이익을 가한 것은 범죄를 발설하지 말라는 협박이나 다름없다.

    피해자인 서지현 검사는 무려 8년간 이런 저런 불이익까지 감수하며 피해사실을 숨겨오다, 헐리우드에서 시작된 '미투' 캠페인에 용기를 냈다고 밝혔다.

    이 캠페인에 동참한 여성만 전 세계적으로 1천2백만명에 이르고 있다. 성범죄가 얼마나 일상적이고 만연해 있는지를 실증적으로 보여준다.

    "나도 그랬다(Me too)"는 약자의 외침이다. 자신이 당한 피해를 알릴 수 조차 없었던 억압된 환경에서, 다른 사람들의 용기 덕에 겨우 겨우 힘을 낸 가녀린 목소리다.

    독점기소권을 가진 막강한 검사가 다른 나라의 성범죄 피해캠페인에 의지해 용기를 냈다는 것은, 그만큼 검찰이 여성에게 얼마나 차별적이고 폭력적인 조직인지를 여실히 드러낸 것이다.

    문무일 검찰총장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문무일 검찰총장은 진상조사와 함께 응분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양성평등이 이뤄질 수 있도록 조직문화도 개선하겠다고 했다. 어떤 조치가 뒤따를 지 지켜볼 일이다.

    하지만 여성검사의 폭로가 단순히 검찰조직문화의 혁신에만 그쳐서는 안된다. 사회에 만연한 차별구조를 개선하는 계기가 돼야한다. 검찰을 넘어 범정부적, 사회적 개혁의 시발점으로 삼아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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