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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선호의 목표가 '평범한 배우'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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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컷 인터뷰] '투깝스' 공수창 역 배우 김선호 ②

    지난달 16일 종영한 MBC 월화드라마 '투깝스'에서 공수창 역을 맡은 배우 김선호 (사진=황진환 기자)

     

    '뉴보잉보잉', '옥탑방 고양이', '셜록', '7년 동안 하지 못한 말', '연애의 목적', '트루웨스트', '거미 여인의 키스', '트루웨스트 리턴즈', '클로저', '보이스 오브 밀레니엄'… 배우 김선호가 그동안 해 왔던 공연들이다. 지난해부터 드라마로 영역을 넓혀 '김과장', '최강 배달꾼', '투깝스'까지 내리 3편을 찍었다.

    '배우'는 어릴 적부터 간직한 꿈은 아니었다. 우연히 고3 때 친구 따라 연기 학원에 간 것이 시작이었다. 정작 친구는 그만뒀는데 김선호는 계속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돌아보고 살필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을 느꼈다.

    한 해를 바쁘고 알차게 보낸 연예인들에게 흔히 붙는 '소'라는 별명을 언급하자 "소는 소인데 밭 몇 개를 갈았는지 모르겠다"며 웃는 김선호는, 앞으로는 휴식을 취하며 비워내는 시간을 갖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18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김선호를 만났다. 대학로 카페에서 몇 시간씩 앉아 있으면서 책 보고 친구들과 이야기 나누는 것을 '엄청 좋아한다'는 자칭 '수다쟁이' 배우 김선호와 나눈 이야기를 옮긴다.

    (노컷 인터뷰 ① '투깝스' 김선호의 뒤늦은 수상소감 "머리 하얘졌다")

    일문일답 이어서.

    ▶ 학창시절이 궁금하다. 연기를 꿈꾸던 소년이었나.

    연기를 꿈꾸진 않았다. 고3 때 친구 따라 연기 학원에 갔는데 친구는 그만두고 저만 계속 했다. (웃음) 따라간 것뿐이었는데 연기를 해 보라고 하기에 했다. 그땐 연기보다 '나'라는 사람의 문제점과 생활 습관,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바로 아는 게 재밌었다. 연기로 무언가를 숨기고, 캐릭터를 진짜처럼 보이게 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게 재미있어서 시작했다.

    ▶ 늦게 시작했는데도 서울예대에 입학해 연기 전공을 했다.

    운이 좋았다. 지금은 통합됐지만 방송연예과에 들어갔다. 당시 선생님께서 용기를 주셨는데 합격하게 됐다. 남들보다 노력하긴 했다. 조금씩 변해가는 내 모습을 보는 것도 재미있었고 (마음도) 뜨거웠던 것 같다. 그런데 학교 간 뒤엔 놀기만 했다. (웃음) 연기도 재미있는데 노는 것도 아주 훌륭하게 재미있었다. 그러다 군대를 다녀오고 나서 달라졌다.

    ▶ 작년과 올해 연달아 드라마에 출연하면서 좀 더 널리 얼굴이 알려지게 됐는데, 가장 많이 달라진 점이 있다면.

    누군가가 반갑게 인사를 해 준다. 저를 TV에서 봐서 익숙한가 보다. 저를 보고 웃음을 짓는다. (웃음) 처음엔 낯설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니까 날 보고 웃으시는 건가? 했고 고개를 숙였는데 요즘에는 여유가 생겨서 같이 웃어준다. 대학로에선 물론 알아봐 주시는 분들이 있었지만. 얼마 전에 집 근처 빵집에 갔다. 늘 가던 곳에 신발 구겨 신고 그냥 빵 사러 갔는데 문 열자마자 '어, 왔어요~' 하고 너무 반갑게 맞아주시는 거다. (웃음) 얼마 전엔 카페에 갔는데 거기 사장님이 돈 안 받고 보내주시더라. 남편이 팬이라고. (웃음)

    김선호는 지난해 '김과장' 선상태, '최강 배달꾼' 오진규, '투깝스' 공수창 역을 맡았다. (사진=각 방송 캡처)

     

    ▶ 인스타그램 팔로우 수가 많이 늘었을 것 같은데.

    인스타 팔로우는 확 늘긴 했다. 아이 참, 그래도 아직은… 잘 모르겠다. (웃음)

    ▶ 바쁘게 한 해를 달려왔다. 이제 당분간은 휴식이 생기는 건가.

    네, 맞다. 비우는 과정이 얼마나 소중한지 더 알게 돼서. 배우로서 체력적으로 제가 갖춰야 할 것들을 신경 써 보려고 한다. 그동안은 배우가 연기만 준비하면 됐지 라고 생각했는데 촬영을 하다 보니 책임질 부분이 많더라.

    ▶ 드라마 현장에서 배우로서의 책임감을 많이 느꼈나 보다. 요즘 촬영현장의 안전과 노동강도 문제도 큰 이슈인데.

    전해 들었는데, 어떤 감독님이 외국에 촬영을 나가셨는데 거기는 아침부터 저녁 6시까지만 한다고 하더라. 근데 우리는 그렇게 안 하니까 '어떻게 그 일정으로 촬영할 수 있느냐'고 하면서 나중에는 외국팀이 다 빠졌다고 하더라. 우린 빡빡한 일정으로 찍는 게 일반화돼 있는데, 차츰 나아질 거라고 본다.

    ▶ 쉴 틈이 생기면 주로 뭘 하나.

    운동, 여행을 꼭 하고 싶다. 그게 중요한 것 같다. 요즘은 사람들 만나 대화하는 게 얼마나 큰 기쁨인지를 느낀다. 커피 한 잔 두고 나누는 사소한 대화가 그립더라. 카페를 너무 좋아한다. 대학로 카페에 한 몇 시간씩 앉아있다. (웃음) 얘기 나누고 산책하는 걸 엄청 좋아한다. 그런 걸 하면서 스스로를 돌아보는 것 같다. 수다쟁이다, 수다쟁이. (웃음)

    ▶ 혼자 여행 가 본 적 없다고 하던데, 여전히 그런가.

    맞다. 아직도 없다. 혼자 여행 가고 싶다. 근데 그렇게 하는 시간보다 소중한 친구들이랑 가서 시간을 나누는 게 아직은 더 행복한가 보다. 모두 급하게 하지 않았나. '최강 배달꾼' 끝나고 '투깝스'가 맞물려 들어가서 시간이 얼마 없었고, 인터뷰를 할 수가 없었다. 이번에 친구들이랑 제주도에 갔는데 진짜 놀러 간 거였다. 맛있는 것도 먹고 구경하면서 많이 비웠던 것 같다.

    김선호는 대학로에선 오래 전부터 알려진 배우였다. '거미 여인의 키스' 대사를 외우고 있는 모습 (사진=김선호 인스타그램)

     

    ▶ 과거 인터뷰에서 본인을 '평범한 배우'라고 소개했다. 이유가 궁금하다.

    저 사람은 배우 같다, 그런 게 있지 않나. 사실 배우들을 보면 어떻게 저렇게 생겼지 싶을 정도로 아우라가 있다. 저도 언젠가는 아우라가 생길지 모르겠지만, 저의 장점이자 단점이 길 가다가 흔히 볼 수 있는 (웃음) 그런 배우인 것 같다. 제 연기 지향점도 비슷하다. (연기할 때) 멋이라는 게 필요하긴 하다. 그런데 저는 이런 생각부터 든다. 실제 상황이라면 과연 진짜 저렇게 말할 수 있을까 하고. 되도록 평범한 선택을 하고 싶은 거다. (시청자들과) 조금 더 가까이 있고 싶다. 멋진 역보다는 망가지고 아픈 게 좀 더 좋은 것 같다. 배우로서 진중한 캐릭터를 맡아서 그런 모습을 보여줄 수도 있지만 가장 일반적인 역을 선택하더라도 빛을 발해서 사람들에게 와닿는 배우가 되고 싶다. 그런 의미에서 '평범한 배우'라고 한 것이다.

    ▶ '평범한 배우'는 앞으로도 변치 않을 김선호의 목표인가.

    네. 앞으로도 그럴 거다. 그 말이야말로 모든 게 포함돼 있다고 본다. 인성적으로나 연기적으로나. 상대 배우, 감독님, 스태프들한테도 '얘랑은 같이 하고 싶어'라는 말이 나와야 좋은 배우라고 생각한다. 시청자들에게 신경 안 쓸 수 없지만 그쪽으로 너무 치우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어떤 게 좋은 배우인가에 대해 많이 고민했지만, 제가 생각하는 좋은 배우의 기준은 변하지 않았다.

    ▶ 로맨틱코미디에 출연하거나 '친절한 살인자' 역을 맡고 싶다고 밝힌 적이 있다.

    작품이 좋으면 사실 어떤 것이든, (제가) 얼마나 나오는 것이든 상관없다. 다 좋은 역할이니까. 제가 하고 싶은 거라면 언제든 하려고요. (웃음)

    ▶ 지난해를 소처럼 바쁘게 보냈다. 소회가 남다를 것 같다.

    소는 소인데 밭을 몇 개를 갈았는지 모르겠다. (웃음) 행복했던 한 해다. 바쁘게 지내면서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누누이 말했지만 저한테 행운이 온 한 해였다. 항상 감사한 마음으로 사람들에게 갚고 살고 싶다. 늘 배우로서 겸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소처럼 일하면서 즐거웠다. 몸은 힘들었지만. (웃음) 끝나고 나니까 너무 허하더라. 진짜 바쁘게 달려왔고, 이게 몸에 배고 습관이 되다 보니 (휴식이 주어졌을 때) 되게 허한 게 있다.

    ▶ 새해에 이루고 싶은 소망이 있다면.

    올해는 배우로서 조금 더 성장하고 성숙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더 많은 배우, 제가 존경했던 배우들과 만나는 게 소망이다. 이게 얼마나 제 자양분이 되는지 알았기 때문이다. 좋은 배우들을 만나 연기하는 걸 보고 배우는 게. 밝힐 수는 없지만 제 마음속의 배우들이랑도 꼭 만나고 싶다. 영화도 해 보고 싶고 연극도 방송도 다 경험해 보고 싶다. 기회와 운이 따라줘야 하지만. 더 경험할 수 있는 한 해가 되길 바란다.

    배우 김선호 (사진=황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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