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은정 검사 (사진=페이스북 캡처/자료사진)
서지현 검사의 성추행 피해 폭로에 이어 임은정 서울 북부지검 부부장 검사(44·30기)가 5일 자신의 경험을 검찰 내부 게시판에 공개했다. 성추행·성추문 고발 캠페인 '미투'(Me Too) 운동의 일환인 그의 글에 따르면, 임 검사의 성폭력 경험 때마다 조직은 부적절하게 대응 했다.
'검찰개혁을 위한 고언(진상조사단 출범을 바라보며)'라는 제목의 임 검사 글에 따르면, 임 검사는 2003년 경주지청에서 의료 전담 검사로 근무하던 시절, A 부장검사로부터 성폭행을 당할 뻔 했다. 폭탄주가 몰려 잔뜩 취한 회식 자리 뒤 자신을 집까지 데려다 준 A 부장이 임 검사에게 입을 맞췄고, 배웅하고 나섰음에도 집 안까지 들어오려고 했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다음이었는데, 주위에 도움을 요청해도 "알려지면 너만 손해"라고 하는가 하면 수석검사 등 공식라인을 통해 A 부장의 사표 제출을 요구해도 소용이 없었다고 임 검사는 전했다. 결국 임 검사는 지청장에게 "주거침입강간미수 고소도 불사하겠다"고 강하게 항의하고 나서야 겨우 A 부장의 사표를 받아냈다.
(사진=자료사진)
임 검사는 또 2005년 부산지검 근무 시절, 당시 성매매 전담이었던 B 부장의 성매매 의혹을 지적했다 수 년을 '꽃뱀'으로 지내야 했다고 호소했다. 걸핏하면 후배 검사들에게 자신의 성적 능력을 과시했던 B 부장은 전관 변호사가 낀 술자리에서 성매매까지 갔다.
임 검사의 정식 문제제기에도 윗선에선 "몇 달만 참으라"는 식이었고 심지어 감찰에 착수조차 하지 않았다고 한다. 해당 B 부장은 사법개혁 관련 업무로 파견을 나가 끝까지 아무런 징계도 받지 않았다.
B 부장에 대한 임 검사의 문제제기는 '꽃뱀' 꼬리표로 돌아왔는데, 임 검사는 2007년 광주지검에 가서야 자신이 "부장에게 꼬리를 치다 뒤통수 치는 꽃뱀 같은 여검사"라는 얘기를 듣고 있단 사실을 알게 됐다.
이처럼 임 검사는 과거 경험을 폭로하며 '성추행 사건 진상규명 및 피해회복 조사단'의 단장인 조희진 서울동부지검장의 사퇴를 거듭 촉구했다. 앞서 임 검사는 조 단장의 자진 사퇴가 없을 경우 그의 과거 문제 발언과 행적에 대한 비망록을 공개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임 검사는 특히 2007년 여검사 모임에서 당시 맏언니였던 조 단장 등에게 자신의 피해 사실을 털어놓았지만 후속 조치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조 단장의 자격에 이의를 제기하며 "그 때 무언가 조치를 해주셨다면 2010년 서 검사의 불행한 강제추행 피해가 없었거나, 최소 피해가 있었더라도 적절한 조치가 취해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직장 내 성폭력이 왜 지금껏 덮엿는지에 대해 조 단장도 조사를 받아야 할 객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