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독서실태조사를 실시한 이후에 역대 최저치가 나왔습니다. 저희도 굉장히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5일 세종시 정부청사에서 '2017년 국민독서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문화체육관광부 담당 과장의 표정이 어두웠다. 격년으로 실시되는 조사에서 독서율이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1년에 한 권이라도 책을 읽은 성인 비율이 59.9%에 불과해 처음으로 50%대로 추락했다. 불과 학생 독서율도 2년 전보다 3.2%p 감소했다.
우리나라 성인독서율은 90년대 중반에서부터 2009년까지도 70%대를 유지했다.
그런데 2010년도 들어 60%중후반대로 떨어지면서 선진국에 비해 낮아지자 정부 당국이 대책을 수립했다. 2012년을 '독서의 해'로 선정하고 캠패인을 벌이자 2013년에 71.4%로 반등하기도 했다. 하지만 불과 4년만에 60%선마저 뚫리며 50%대로 떨어지자 관계자들도 당혹해하는 모습이다.
더 큰 문제는 대중들 사이에 독서의 필요성을 점점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본인의 독서량이 '부족하다'는 응답은 ’11년 74.5% → ’13년 67.0% → ’15년 64.9% → ’17년 59.6%로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반대로 독서량에 '만족한다'는 의견은 증가해 대국민 인식이 떨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우리나라 뿐 아니라 세계적인 추세이기도 하다. 미국 퓨리서치센터(Pew Research Center) 조사 결과: 종이책과 전자책 독서율은 2014년 76% → 2016년 73%으로 줄었다. 일본의 경우에도 마이니치신문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월평균 서적 독서율 2015년 49% → 2017년 45%로 감소했다.
설문 응답자들 독서 방해의 가장 큰 요인으로 '일과 학업이 바빠서'라고 답했다. 책을 읽을 시간적, 심적인 여유가 없다는 것이다. 직장인들은 과로에 시달리고 학생들은 입시와 스펙쌓기, 취업준비에 치이면서 책을 놓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책과사회연구소 백원근 대표는 "우리나라는 일에 대한 피로도나 스트레스 지수가 높은 편이기 때문에 휴식을 취할 때 영화, 게임, 웹서핑 등 손쉬운 오락에 집중한다"며 "독서는 한 단계 높은 차원이라 휴식이라고 인식을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과로사회'인 대한민국의 특수성과 함께 스마트폰의 발달도 독서율을 떨어뜨리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문체부 이경직 출판인쇄독서진흥과장은 "스마트폰과 초고속인터넷으로 언제든지 정보 검색이 가능해지고 흥미로운 여러 텍스트를 접하게 되면서 독서에 대한 인지도가 떨어지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렇다면 끝을 모르고 추락하는 독서율을 끌어올릴 방법이 있을까? 전문가들은 '독서습관' 들이기를 강조한다. 하루에 단 10분이라도 책을 자주 접하게 해야한다는 것이다.
'독서 빈도'를 조사한 결과 일주일에 한번이라도 책을 읽는다는 성인이 전체의 4분의1에 불과했다. 성인 대다수는 책읽는 습관이 몸에 베지 않아 책을 읽지 않거나, 읽어도 불규칙적으로 읽는다는 얘기다.
백원근 대표는 "직장이나 학교에서 '하루 10분 책 읽기 운동' 등을 통해 책을 자주 접하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며 "짧은 시간이라도 습관적으로 책을 접하게 하면 독서량도 자연스레 늘어나게 된다"고 말했다.
정부가 '책의 해'를 맞아 주도하는 각종 행사도 예정돼 있다. 문체부는 3월 책의 해 선포식을 시작으로 4월 세계 책의 날, 6월 서울국제도서전, 9월 대한민국 독서대전, 10월 전국도서관 대회, 11월 서점의 날 등을 잇달아 진행한다.
하지만 아무리 다양한 행사와 지원책이 마련돼도 독서에 대한 개개인의 인식이 낮으면 큰 소용이 없다.
문체부 이경직 과장은 "독서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굉장히 부족한 것으로 나타나 있는데 이게 큰 문제"라며 "금년의 책의 해를 통해 독서 인식을 제고하는데 좀 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