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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석의 연기관 "고민은 치열하게, 연기는 쉽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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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정석의 연기관 "고민은 치열하게, 연기는 쉽게"

    [노컷 인터뷰] '투깝스' 차동탁 역 배우 조정석 ②

    지난달 16일 종영한 MBC 월화드라마 '투깝스'에서 차동탁 역을 맡은 배우 조정석 (사진=문화창고 제공)

     

    2012년은 배우 조정석이 대중적 인지도를 단숨에 끌어올린 시기였다. 1990년대를 배경으로 해 특히 남성들의 첫사랑 판타지를 자극했던 영화 '건축학개론'에서 한 번 보면 절대 잊히지 않는 '납뜩이' 역을, 같은 해 드라마 '더킹 투하츠'에서 고지식해 보이지만 충직한 순정파 군인 은시경 역을 맡아 2연타를 쳤다.

    배우가 오랫동안 회자될 수 있는 좋은 캐릭터를 만나는 데에는 분명 운이 작용하겠지만, 눈부신 날들이 오기까지 조정석은 열심히 달렸다. 무대에서 연기를 시작한 그는 20대 내내 누구보다 성실하게 작품에 임해 왔다.

    지난달 23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배우 조정석을 만났다. 드라마, 영화, 공연까지 장르를 가리지 않고 활동 중인 그에게 새삼스레 연기관을 물었다. 작품은 어떻게 고르는지, 연기할 때 어떤 점에 중점을 두는지.

    (노컷 인터뷰 ① "투깝스 하드캐리했다"는 평에 대한 조정석의 생각)

    ◇ 드라마, 영화, 공연에서 조금씩 다른 그의 연기

    조정석은 '납뜩이'로 대중에게 깊이 각인되기도 했고, 영화 '관상'과 '형', 드라마 '질투의 화신'과 가장 최근작인 '투깝스'까지 코믹 연기를 기본으로 가져가는 배역을 자주 맡았다. 그런 대본이 주로 들어온 것일까. 아니면 기본적으로 유쾌한 캐릭터에 끌리는 걸까.

    조정석은 "코믹한 역할만 들어와서 그런 건 아니다. 제가 재밌게 봤던 대본들이 우연히 그렇게 됐을 뿐이다. 의도한 건 아니"라며 캐릭터보다는 작품 전체를 본다고 말했다.

    "제가 아주 해 보고 싶은 캐릭터가 있는데 이 작품이 재미가 없어요. 그럼 전 안 해요. 근데 작품은 너무 재밌어요. 캐릭터가 완전히 마음에 들지는 않아요. 그러면 해요. 저는 무조건 작품이 재밌어야 되거든요. 우선순위는 그런데 올해는 좀 신중하게 생각하면서 결정해 보려고 해요. 변신과 도전의 해가 되지 않을까요."

    연기하는 '판'을 구분하는 것은 어쩌면 무의미한 시도일 수 있으나, 드라마와 영화, 공연은 분명 다르고 각각의 특색을 갖고 있다. 배우 조정석은 장르에 맞게 어떤 변신을 꾀하고 있을까. 가장 핵심으로 여기는 것은 역시나 '조화'였다.

    조정석은 "납뜩이처럼 제가 돋보이는 역할도 했지만 항상 앙상블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연기한다. 드라마 촬영장에서 무대 연기를 한다면 저만 튀지 않겠나. 연극 연습할 때는 거기에 맞는 톤 앤 매너와 연출가의 방향을 따른다"며 "저는 멍청한 배우는 아닌 것 같다"고 밝혔다.

    마치 스위치 켜듯 장르에 맞는 연기가 나오는 것이냐는 짓궂은 질문에 그는 "그런 것들은 언제나 준비가 돼 있다"고 여유롭게 답했다. 워낙 바쁘다 보니 연극 발성과 호흡을 따로 연습하지는 않지만, 그동안 해서 '쌓인' 게 있단다. 그는 "몸이 기억하는 것 같다. 공연을 하도 많이 해서"라고 덧붙였다.

    조정석은 "연기를 어렵게 생각하면 너무 어려워지지만 쉬운 거라고 생각하면 더 잘 받아들여지는 게 있다. 예를 들어 관객 300석의 소극장에서 연기를 한다면 마이크를 안 차고도 발성만으로 충분히 전달할 수 있다. 어떻게 해야 관객석 끝까지 들릴 수 있겠다 하는 판단이 선다"고 설명했다.

    ◇ 배우 조정석을 가장 잘 담아내는 곳은 '무대'

    오는 27일 무대에 오르는 연극 '아마데우스'에서 주인공 모차르트 역을 맡은 배우 조정석 (사진=PAGE 1 제공)

     

    무대에서 배우의 길을 시작한 그에게 '무대'는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조정석을 가장 잘 담아내는 곳이 어디인지 묻자 "무대"라는 답이 바로 돌아왔을 만큼. 그는 "카메라한테는 좀 미안한데 무대가 제 고향이다 보니… 하드캐리나 믿고 본다는 얘기도 좋지만, 정말 기분 좋았던 얘기가 '무대에 있을 때 빛이 난다'는 거였다"고 부연했다.

    그의 '무대 사랑'은 대단했다. 3개월 동안 이틀 정도를 쉬는 고단한 일정을 보내고도, 드라마가 끝난 후 거의 바로 연극 연습하러 갔다. 조정석은 "희한한 건 충전이 되더라. 희한하죠? 이게 직업병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뭔가 편안했다. 드라마나 영화 현장도 안 편하다는 게 아니라 확실히 친정집 같은 느낌이 들다 보니. 다 아는 얼굴이라 익숙하고, 더 반가워서 그런지도 모르겠다"고 전했다.

    조정석의 연극 복귀작은 오는 27일 서울 강남구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 오르는 '아마데우스'다. 그는 주인공 모차르트 역을 맡았다. 자신만의 모차르트를 어떻게 구축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누가 되지 않도록 잘 표현하려고 노력하겠다, 이게 맞는 것 같다"는 겸손한 답이 돌아왔다.

    조정석은 "어렸을 때 봤던 영화('아마데우스')를 잊지 못한다. 주말의 명화로 했던. 당시 제게 이 영화는 희극이었다. 그런데 사실 비극적인 내용일 수도 있다. 모차르트가 죽기 때문에. 제게 큰 재미를 선사한 아마데우스를 연극으로 한다는 것 자체가 기분 좋다. 역할을 맡은 것만으로 영광"이라고 밝혔다.

    모차르트가 천재 음악가인 만큼 곡과 연주에 대한 관심도 높다. 연주도 직접 하느냐는 질문에 조정석은 "한 곡을 완성도 있게 한다기보다는 극을 위한 연출적인 연주로 생각해 주시면 좋을 것 같다. 아직 시간이 좀 남아서 연습을 꾸준히 하는 중"이라고 전했다.

    올 초에는 오랜만에 연극에 복귀하는 배우들이 조정석 말고도 또 있다. '리차드 3세'에 출연하는 황정민이 대표적이다. 이에 대한 언급이 나오자 조정석은 "제가 감히 어떻게 정민 선배님하고… 작품의 경쟁력과 메리트가 따로 있으니까"라고 말했다.

    ◇ 머리는 크게 하되, 연기는 쉽게

    배우 조정석 (사진=문화창고 제공)

     

    앞서 말했듯 조정석은 연기를 '어려운 과제'로 여기기보다는 조금 더 편하게 대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은 사람이었다. 연기를 만만하게 본다는 것이 아니라, 깊이 고민하고 철저하게 준비하되 실전에서는 보다 가벼운 마음으로 임한다는 뜻이다.

    "말은 이렇게 하지만 제가 연기를 절대 쉽게 하는 건 아니에요. 무대에서 허송세월 보낸 것도 아니고요. 정말 치열하게 지냈던 순간들이 피와 살, 뼈가 됐죠. 그래서 자신 있게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거예요. 사실 텍스트를 얼마나 잘 분석하느냐도 중요하지만 텍스트 이외의 부분을 얼마나 상상력을 발휘해 풍성하게 가져갈 수 있는지도 중요하죠. 머리와 가슴을 크게 하고 연기는 쉽게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그러면 짧은 대사 한마디에도 많은 게 담길 수 있다고 보고요. 고민은 치열하게 하되, 연기는 쉽게. 그 생각은 20대나 지금이나 변함없어요."

    1980년생인 조정석은 올해 30대의 마지막을 보내고 있다. 나이를 먹을수록 들어오는 작품에도 변화가 생겼는지 물었다. 그랬더니 "지금까지는 아주 특별한 변화는 없다"고 했다.

    그는 "눈가에 주름이 하나 생기고 이마 주름이 깊어질수록 그 나이에 맞는 역할을 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40대 후반에도 20대 후반 역을 하는 건 손발이 오그라드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한 살 한 살 먹어갈수록 그 나이에 맞는 역을 해 보고 싶다"고 밝혔다.

    새해에는 그동안 안 해 봤던 새로운 시도를 해 보고 싶다는 소망을 전했다. 조정석은 "애절한 멜로나 스릴러 장르에 도전해 보고 싶고, 그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적대자 같은 것도 해 보고 싶다. 어찌 됐건 (올해는) 이색 행보를 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찰나의 휴식만이 주어졌는데도 연극 연습을 하러 가면 오히려 활기를 얻는다는 그는 무척 '모범생'다운 생활을 하고 있었다. 머릿속엔 온통 연극밖에 없었고, 웨이트 트레이닝은 습관이 됐다. 현재 영어학습업체 모델을 하고 있는 만큼 '영어공부'도 새해의 목표 중 하나다.

    '투깝스' 극중 설정처럼 빙의할 수 있다면 누구에게 빙의 하고 싶냐는 질문에 "지금은 모차르트"라고 바로 답하는 그는 '연기'라는 자기 일에 진심으로 푹 빠진 사람처럼 보였다. "남부럽지 않고, 쪽팔리지 않은, 기가 막힌 공연을 하기 위해 어떻게 하면 좋을까 고민을 많이 한다"는 그가 만들어 낼 모차르트의 모습이 문득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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