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권의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수뇌부가 형사재판에 내몰린 삼성그룹이 이명박정권의 '다스 의혹'에도 연루된 정황이 드러났다. 다스의 수십억원대 소송비용을 대신 내줬다는 것이다.
서울중앙지검은 8일 오후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 이학수 전 삼성전자 부회장 자택 등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다스가 김경준 전 BBK 대표를 상대로 미국 법원에 제기했던 140억원 투자금 반환소송 관련 비용을 삼성이 대납한 정황을 잡고 강제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다스 서울사무실이 위치한 영포빌딩 대상의 앞선 압수수색 등을 통해 단서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스는 미국으로 도망친 김 전 대표를 상대로 8년간 소송전을 벌여 결국 2011년 2월 140억원을 돌려받았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이 과정에서 청와대와 외교부를 동원해 다스를 돕는 직권남용을 저질렀다는 혐의로 고발돼 있다.
삼성의 소송비 지원이 사실로 확정되는 경우 이명박정권은 국가 공권력 뿐 아니라 재벌까지 동원해 140억 회수 '총력전'을 벌인 셈이 된다.
장용훈 옵셔널캐피탈 대표는 CBS와의 통화에서 "이 전 대통령 사돈 기업체가 행여 도울 수 있으려나 싶었지, 삼성이 뒤에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 미국법원에서 김 전 대표에게 승소해 있었던 옵셔널캐피탈은 자신들이 받을 돈을 다스에게 탈취당했다는 입장이다.
일부 폭로된 다스 내부문건상 미국 소송비용은 2007년 7월까지 4년여 기간만 해도 30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스의 자금 회수 시점인 3년여 뒤 소송비용 정산이 완료됐다고 보면 최종 비용은 더 커질 수 있다.
삼성으로서는 삼성생명이 2001년 BBK에 투자했던 100억원을 무사 환수받은 일은 있지만, 다스와 별다른 이해관계가 없었다. 그럼에도 수십억원의 뒷돈을 대준 것은 이 전 대통령이 다스의 실소유주이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라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다스의 자금환수 1년여 전인 2009년 12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이 전 대통령으로부터 '단독' 특별사면을 받은 점도 공교로운 대목이다. 그는 조세포탈·배임 등 혐의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확정받은 상태였다.
삼성으로서는 지난 5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집행유예 석방 3일만에 다시 다른 혐의로 수사를 받게 되면서 부정적 여론의 부담이 가중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삼성 이외의 다른 재벌로 다스 의혹 관련 수사가 확대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검찰 관계자는 "증거에 따라 필요한 부분을 수사할 뿐, 프레임을 짜고 임하는 것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