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500M 결승전에서 우승하며 첫 금메달을 획득한 임효준이 환호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불운의 아이콘'에서 '부활한 천재'로 우뚝 섰다. 한국 쇼트트랙 남자 대표팀 임효준(22 · 한체대)이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단의 첫 금메달을 안겼다.
임효준은 10일 강원도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평창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500m 결승에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2분10초485의 올림픽 신기록으로 2분10초555의 네덜란드 싱키 크네흐트를 간발의 차로 제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예선을 가볍게 1위로 통과한 임효준은 준결승에서도 1위에 올라 팀 후배 황대헌(부흥고)과 함께 결승에 진출했다. 그리고 대망의 결승에 올라 꿈에 그리던 금메달을 차지했다. 황대헌은 레이스 도중 넘어져 아쉽게 메달이 무산됐다.
이번 대회 한국 선수단 전체의 첫 금메달이다. 안방 올림픽에서 금메달 8개로 종합 4위를 노리는 태극전사들의 목표 달성에 산뜻한 첫 테이프를 끊었다.
불의의 부상을 딛고 천재의 부활에 마침표를 찍었다. 당초 임효준은 초등학교 4학년 때 6학년 형들을 제치고 종별선수권에서 우승하는 등 발군의 기량을 보였다. 중학교 3학년 때는 동계유스올림픽에서 금, 은메달을 따내며 차세대 에이스로 인정받았다.
그러나 이후 정강이뼈와 발목 인대, 허리 등 7번의 수술을 하는 등 지독한 부상에 울었다. 이후 모진 재활 끝에 지난해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발탁돼 올림픽의 꿈을 꿀 수 있었다.
일단 임효준은 지난해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1차 시리즈에서 부활의 신호탄을 쐈다. 1500m와 1000m 2관왕에 오른 것. 2014년 소치올림픽에서 노 메달에 그친 남자 대표팀의 희망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이후 허리 통증으로 2, 3차 월드컵에 나서지 못했다. 자칫 예전 부상의 악령이 떠오를 만했다. 대표팀은 임효준에게 충분한 휴식을 줬고, 결국 지난달 국내에서 열린 4차 월드컵에서 다시 컨디션을 끌어올렸다. 개인전 금메달은 따지 못했지만 5000m 계주 결승에서 마지막 주자로 나서 폭풍 질주로 3년 만의 금메달을 이끌었다.
영국 빙상의 전설 윌프 오라일리 BBC 해설위원이 지난 6일 한국 대표팀의 훈련을 지켜보던 중 인터뷰에 응한 모습.(사진=노컷뉴스)
이런 임효준의 부활 기미를 전문가들도 주목하고 있었다. 영국 공영방송 BBC 해설위원인 윌리 오라일리는 이번 대회 한국 선수단의 훈련을 예의 주시했다. 대한빙상경기연맹 관계자는 "오라일리 위원이 임효준을 주목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오라일리 위원은 1988년 캘거리올림픽에서 스피드스케이팅 금메달을 따낸 바 있다. 이후 쇼트트랙에서도 1991년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을 차지한 영국 빙상의 전설이다. 연맹 관계자는 "1980~90년대 영국 빙상의 전설과도 같은 존재"라면서 "1992년 알베르빌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김기훈 강릉선수촌장과 동시대에서 경쟁했다"고 설명했다.
오라일리 위원은 기자와 만나 임효준에 대해 "아주 좋은 선수로 강한 레이스를 펼친다"고 평가했다. 이어 "임효준이 부상을 당해 많은 고생을 했다는 것도 알고 있다"면서 "그러나 최근 기량이 올라와서 기대를 걸 만하다"고 덧붙였다.
해설자인 만큼 이번 대회 임효준의 우승을 쉽게 장담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오라일리 위원은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중에서 앞선 월드컵과 세계선수권에서 우승하지 못한 선수는 없었다"면서 "그런 만큼 월드컵 우승자의 금메달 가능성은 높다"고 설명했다. 그의 평가를 전해들은 임효준은 "칭찬해주셔서 감사하다"면서 "기대에 부응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김선태 대표팀 감독도 "임효준은 순발력과 스피드가 뛰어난 선수"라고 장점을 꼽았다. 이어 "계주 마지막 주자로도 나서지만 그만큼 짧은 시간에 속도를 낼 수 있다"면서 "올림픽 금메달에 대해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의 안목은 틀리지 않았다. 어린 시절 찾아온 불의의 부상을 극복하고 꿈의 올림픽 무대에서 천재성을 입증한 임효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