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강릉 오벌 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1500m경기에서 노선영이 역주하고 있다. (사진=노컷뉴스)
노선영(콜핑팀)의 레이스는 분명 메달과 거리가 멀었다. 그러나 동생과 약속을 지키기 위해 도전했고 메달보다 값진 감동의 레이스를 선사했다.
노선영은 12일 강릉스피드스케이팅 오벌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1,500m에 출전해 1분58초75의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시즌 베스트인 1분57초84보다 느렸지만 기록보다는 경기에 나섰다는 것이 더 뜻깊은 노선영이다.
벌써 네 번째 올림픽이다. 노선영은 2006 토리노동계올림픽을 시작으로 2010 밴쿠버, 2014 소치 대회를 거쳐 평창 무대까지 경험했다.
특히 안방에서 열리는 평창올림픽은 먼저 노선영이 세상을 떠난 동생 노진규에게 반드시 메달을 선사하겠노라고 약속했던 대회이기에 의미가 남달랐다.
쇼트트랙 국가대표였던 노진규는 2011년 세계선수권 개인종합 우승을 차지한 대표팀 간판이었다. 그러나 자신의 첫 올림픽이 될 2014 소치 대회를 앞두고 훈련 도중 팔꿈치 골절로 올림픽 출전이 무산됐다.
노진규는 치료 과정에서 악성 종양이 발견되는 악재까지 겹쳤다. 결국 그는 긴 투병 생활 끝에 2016년 4월 24살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12일 강릉 오벌 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1500m경기에서 노선영이 결승선을 통과한 뒤 트랙을 돌고 있다. (사진=노컷뉴스)
동생의 완쾌를 바라며 함께 2018 평창올림픽을 꿈꿨던 노선영은 당분간 슬픔에 헤어나오지 못했다. 하지만 동생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다시 스케이트 끈을 조였다.
그러나 올림픽 무대에 나서기까지의 과정은 험난했다. 올림픽만 바라보고 훈련에 매진했지만 대한빙상경기연맹의 행정 착오로 올림픽에 갈 수 없다는 소리를 들었다.
청천벽력같은 소리를 들은 노선영은 SNS에 "4년 전 연맹은 메달 후보였던 동생의 통증 호소를 외면한 채 올림픽 메달 만들기에 급급했다. 현재 메달 후보가 아닌 나를 위해선 그 어떤 노력이나 도움을 주지 않는다"며 "나와 내 동생, 우리 가족의 꿈과 희망을 짓밟고 사과는커녕 책임 회피하기에만 바쁘다"고 빙상연맹을 강하게 비판했다.
평창으로 가는 길은 극적으로 열렸다. 1,500m 출전권을 갖고 있던 러시아 선수 2명이 올림픽에 출전하지 않음에 따라 예비 2순위였던 노선영에게 출전권이 주어졌다. 노선영은 고민 끝에 동생 노진규를 떠올리며 다시 태극마크를 가슴에 달았다.
사실 노선영은 1,500m 메달권과는 거리가 멀다. ISU 랭킹도 25위에 불과하다. 노선영의 주력 종목은 김보름과 함께 나서는 팀 추월이다. 그러나 이 종목 출전권을 확보하지 못했다면 팀 추월에도 나설 수 없었다.
어쩌면 올림픽에서 달리는 것이 마지막일지 모를 노선영. 투혼을 불사른 그의 레이스야말로 진정한 올림픽 정신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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