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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영 "연기, 하면 할수록 어려워… '완성'이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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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진영 "연기, 하면 할수록 어려워… '완성'이란 없다"

    [노컷 인터뷰] '흥부' 조항리 역 정진영 ②

    14일 개봉한 영화 '흥부'에서 조항리 역을 맡은 배우 정진영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정진영은 1988년 연극 '한강의 대결'로 데뷔해 올해로 데뷔 30주년을 맞았다. 한 생명이 30대 청년으로 자라기까지 긴 시간을 '연기하며' 보낸 것이다. 오랫동안 같은 일을 하며, 일가를 이뤄 온 이들에게는 자연스레 경외심이 생긴다.

    정답이 없다는 것도, 아주 대단한 대답이 나오지 않을 수 있다는 것도 알지만 늘 궁금했다. 한 우물을 오랫동안 깊게 파 온 사람만이 알게 된 깨달음이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 때문이다. 출연 작품을 헤아리면 열 손가락이 한참 부족할 정도로 걸출한 배우임에도, 정진영은 "연기는 당연히 하면 할수록 어렵다"고 고백하는 사람이었다.

    지난 6일,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흥부'의 악역 조항리 역을 맡은 배우 정진영의 라운드 인터뷰가 진행됐다. 그는 논리적인 연기에서 감정을 더 중시하는 스타일로 연기가 바뀌었다고 귀띔하는가 하면, 결국 연기는 '사람을 알아야 하는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노컷 인터뷰 ① 정진영 "'흥부', 본격적인 정치 풍자 영화는 아냐")

    일문일답 이어서.

    ▶ 조근현 감독과의 합은 어땠는지 궁금하다.

    저하고는 아주 죽이 잘 맞았다. 너무 재밌게 찍었다. (웃음)

    ▶ 배우로서 연기할 때 이해 안 되는 장면이나 감독의 지시가 있지 않나. 그럴 때는 어떻게 하나.

    배우가 (어떤 장면을 두고) '그건 말도 안 된다'고 하는 건 무의미하다. 그러면 어떻게 할 건가? 그건 내가 할 이야기가 아니다. 그렇게 (연기)해 달라고 책(대본)을 줬단 말이다. 얼토당토않은 걸 하겠다는 건 아니지만, 그런 인물이 되어달라고 제안이 왔으니 난 그걸 하면 되는 거다.

    ▶ 평소 감독이 제시한 방향을 충실히 따르는 편인가.

    저는 감독의 말을 100% 듣는다. 물론 항상 조율은 한다. 이건 이렇게 해도 되겠냐고 묻는다. 의사소통해야만 하는 관계니까. 하나를 바라볼 때 다르게 볼 순 있는데 맞붙을까가 아니라 무엇이 어울릴지를 아는 사람은 감독이라고 생각한다. 원래 그걸 하는 사람이고. 저는 감독과 소통을 굉장히 잘하는 배우다. 이견이 있어도 한두 번 얘기해 보고 그럼에도 다르다고 하면 저는 (감독을) 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 그럼 촬영하다 이견을 얘기하는 경우는 잘 없나.

    그럴 때도 있다. (그땐) 분명히 조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캐릭터에 대해서는 배우가 가장 많이 생각했을 거니까. 하지만 그 영화에 대해 가장 많이 생각한 사람은 감독이니까 접점을 찾아야 한다고 본다.

    설 연휴를 맞아 지난 14일 개봉한 영화 '흥부'는 우리가 아는 고전소설 흥부전의 모델이 따로 있었다는 상상력으로 시작한 작품이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 올해로 데뷔한 지 30년, 햇수로는 31년이 됐다. 긴 시간 연기해 왔는데 여전히 연기는 어려운가.

    당연히 하면 할수록 어렵다. 그건 아마 완성이라는 건 없을 것 같고 계속 빈틈을 메꿔나가는 과정인 것 같다. 연기 자체가 편해진 건 아니지만 연기를 대하는 저의 마음이 좀 편해졌다. 제가 30대 중반부터 직업배우로 살게 됐는데 해내야 한다는 부담이 더 많았던 것 같다. 1~2년 전부터 그걸 덜어내서 제 연기 톤도 사실 바뀌었다.

    그전에는 굉장히 논리를 따졌다. 인물의 앞뒤가 맞는지를 따졌다, 못나게. 나이 먹고 뒤늦게 알았다. 배우는 감정을 전달하는 사람인데 맞고 틀리고가 어딨나. 그 감정을 느끼도록 노력하고 느끼면 되는 거다. 그러면서 좀 더 편해졌다는 생각이 든다.

    ▶ 연기 스타일이 바뀌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는지.

    전에는 좀 서투른 해석법을 갖고 있었던 거다. 지금은 다른 방법을 갖게 됐다. 배우들이 시나리오를 받고 연기할 때 어떤 이유가 있어서 행동한다고 보고 인과관계를 찾는 게 교과서에서 주는 방법이다. (웃음) 예전엔 그런 걸 많이 생각했다면 지금은 이랬던 사람이 저럴 수도 있는 거다, 라고 여긴다. 결국 배우는 감정을 전달하는 자이니 감정에 충실해 보자고 생각하고 있다.

    ▶ 연기하는 자세가 달라지고 나서 연기가 더 재밌어졌나.

    '화려한 유혹'이라는 드라마를 하면서 달라졌다. 이전의 나라면 '말이 돼?'라고 했을 거다. 노인네가 사랑하고 결혼해? 라면서. 편견이 높다, 나란 사람이. 배우는 사랑을 어떻게 느낄지 이걸로 가야 하는 거다. 감정으로 설득시키고 넘어서는 게 배우다. '대장 김창수'를 보셨나 모르겠는데 거기서도 좀 편해졌다는 걸 느꼈다. 옛날에는 논리적 정합성을 맞춰서 좀 좁은 연기를 했다면, 요즘은 (감정을) 쭉 가보게 되는 힘이 있는 것 같다.

    ▶ 영화에서 '꿈을 꾸는 것도 죄'라는 대사가 기억에 남는다고 했는데 배우로서 가진 꿈이 있는지 궁금하다.

    개인적인 거라서… 꿈은 떠들면 안 된다. 말하는 순간 공약이 되니까. 배우로서 발표할 수 있는 꿈은 없다. 꿈이라는 건 꿈을 이루고 안 이루고의 문제가 아니라 갖는다 안 갖는다의 문제인 것 같다. 꿈을 갖는 게 중요하지, 이루는 것은 다른 문제라는 생각이다. 영화에서는 사회의 꿈으로 많이 표현돼 있는데, 우리 모두에게는 꿈이 필요하다고 본다.

    저는 장기적으로 낙관론자다. 우리가 살아봤자 얼마나 살겠나. 몇 천 년 동안 우리는 조금씩 나아지고 있지 않나. 세상은 점점 나아지겠지. 청년들의 취업난이라든가 사는 것이 너무나 힘든 세상임에 분명하고, 거기에 미안하지만 그렇다고 희망마저 버릴 순 없다. 더 좋게 만들려는 노력을 다 같이 해야 한다.

    정진영은 MBC 월화드라마 '화려한 유혹'(2015) 이후로 연기 스타일이 달라지게 됐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드라마 '화려한 유혹'(2015), 영화 '흥부'(2018), '판도라'(2016) (사진='화려한 유혹' 캡처, 롯데엔터테인먼트·㈜NEW 제공)

     

    ▶ 연기라는 한길을 걸어오게 만드는 동력은 무엇일까.

    어려운 질문인데… 모르겠다. 새롭게 받아들이려고 노력한다. 무엇이든! 내가 타성에 젖는 순간 이상해지는 것 같다. 연기도 익숙해지고 쉬워지면 관둬야 한다. '눈 감고도 할 수 있어' 그러면 안 되는 거다. '아, 이게 새롭구나' 하고 자극을 느낄 때 짜릿하다.

    이제 50대 중반인데 익숙하게 세상을 받아들인다면 정말 재미가 없을 거다. 이 세상은 불편하다. 모르는 것투성이니까. 근데 이걸 불편해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 좋은 시나리오란 뭐라고 생각하나.

    자기가 하고 싶은 얘기가 투명하게, 솔직하게 담긴 것. '흥부'도 흥부전의 변주와 패러디로 생긴 새로운 재미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이 영화를) 메시지 때문에 했냐고 한 분도 있는데 그렇지는 않다. 조항리라는 인물을 이렇게 다양하게 할 수 있겠다 싶어서 했다.

    ▶ 투명하고 솔직한 시나리오에 왜 끌리나.

    주제나 소재는 상관이 없다는 거다. 물론 반사회적이면 안 되지만. 아주 즐거운 코미디, 공포영화 어떤 것이든 상관없는데, 아주 착한 얘기를 하면서 위선적인 태도를 취한다면 그건 투명하지 않다는 거다. 딱 어떤 명제로 얘기하긴 어렵다. (웃음)

    ▶ 마지막으로 예비 관객에게 '흥부' 홍보를 해 달라.

    애초에 설 영화로, 가족과 함께 볼 수 있는 영화로 기획된 영화다. 그런 면에서 아마 할아버지부터 손주까지 같이 볼 수 있는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그게 우리 영화의 장점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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