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도날드 햄버거 자료사진 (사진=황진환 기자)
한국맥도날드에 햄버거패티 전량을 공급하는 업체가 오염 우려가 있는 패티를 납품했던 것이 검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패티 제조에서 식품안전관리까지 용역을 준 한국맥도날드는 판매 이득만 취한 뒤 불기소 처분됐다. '햄버거병' 사태는 피해자만 남겼다.
서울중앙지검 식품·의료범죄전담부(박종근 부장검사)는 장출혈성대장균 오염 우려가 있는 패티를 판매한 혐의로 한국맥도날드 햄버거 패티 제조업체 A사 임직원 3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13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A사는 2016년 쇠고기 패티에서 장출혈성대장균 양성 반응이 나왔음에도 오염 우려가 있는 이들 패티를 회수하거나 폐기하지 않았다. 심지어 자체검사에서 수십 회씩 장출혈성대장균 오염 우려가 제기됐지만 이를 그대로 한국맥도날드에 납품했다.
결국 오염 우려 때문에 회수·폐기돼야할 패티가 한국맥도날드를 통해 소비자에게 공급됐고, 실제 지난해 햄버거병 피해가 발생했다. 2016년 9월 당시 4살이었던 노 모 양은 맥도날드 해피밀 불고기버거 세트를 먹고 신장장애(용혈성요독증후군)를 갖게 됐다. 추가 피해 아동도 4명이나 있었다.
애초 고소는 돼지고기 패티로 만든 햄버거를 섭취하고 상해를 입었다는 것이었지만, 검찰은 쇠고기 패티와 돼지고기 패티가 같은 라인에 생산돼 교차오염의 가능성도 있다고 판단해 수사에 착수했다.
그러나 수사 결과 검찰은 피해자들의 상해가 맥도날드 햄버거에 의한 것이라는 점을 입증할 충분한 증거가 부족하다며 한국맥도날드와 임직원을 재판에 넘기지 않았다. 당시 노양이 먹은 돼지고기 패티의 경우 검사자료가 없고, 같은 일자에 제조된 제품의 시료 역시 남아있지 않아 오염 여부를 검증할 수 없다는 것이다.
수사가 드러낸 것은 오염된 햄버거의 대량 유통을 허락하는 허술한 제도다. 당장 순쇠고기 패티의 경우 검사 의무가 아예 면제돼 있다. 돼지고기 패티의 경우 검사를 꼭 해야 하지만, 다른 종류의 패티가 함께 생산될 경우 검사 의무가 면제된다. A사가 오염 우려가 높은 패티를 계속적으로 납품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대형 프랜차이즈인 한국맥도날드의 문제는 더 크다. 제조와 안전관리 등을 모두 A사에 맡기고 400곳 넘는 지점을 통해 판매수익을 올리고 있으면서 법적 책임을 지지 않는다. 맥도날드 각 매장은 식품위생법상 휴게음식점으로 분류돼 햄버거에 대한 검사 의무가 없을 뿐 아니라 자체적인 병원성 미생물 오염 검사 절차도 없어도 된다.
검찰 관계자는 "압수수색 등 철저한 수사를 했지만 한국맥도날드가 오염된 패티 공급에 관여했다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며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관계부처 실무자회의를 열고 쇠고기패티의 검사의무 부여 등 제도 개선 필요성을 논의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