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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꽃' 박세영, 실제 나모현 상황이라면? "못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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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돈꽃' 박세영, 실제 나모현 상황이라면? "못 살았다"

    [노컷 인터뷰] '돈꽃' 나모현 역 박세영 ①

    지난 3일 종영한 MBC 주말드라마 '돈꽃'에서 나모현 역을 맡은 배우 박세영 (사진=후너스엔터테인먼트 제공)

     

    MBC 주말드라마 '돈꽃'(극본 이명희, 연출 김희원, 제작 유에프오프로덕션)에서 나모현은 눈에 띌 수밖에 없는 캐릭터였다. 뚜렷한 욕망과 욕망이 있고, 오랜 시간 복수를 위해 칼을 갈아온 시간도 있는 인물들이 가득한 드라마 안에서, 초반만 해도 홀로 고고하게 핀 꽃 같은 존재였기 때문이다.

    교사이자 환경운동가인 나모현은 어떤 의도나 조작이 개입되면 금세 망가진다는 깨달음을 자연에서 얻은 인물이다. 그런데 지금 빠진 '사랑'조차 누군가에 의해 설계됐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된다. 맑고 밝았던 나모현은 뜻밖의 상처를 연달아 겪게 되면서 소위 '흑화'(선한 캐릭터가 각성한 후 강해진다는 의미)한다.

    박세영은 나모현 역을 받고 나서도 고민이 많았다. 시청자들이 그랬던 것처럼, 저렇게 센 캐릭터 사이에서 존재감이 꺾이지 않고 한 화면에 오롯이 담길 수 있을지 걱정했다.

    '돈꽃' 때 연기가 좋아졌다는 평이 주를 이뤘는데도, 거기에 수긍하기보다는 숱한 '부딪힘'과 '깨짐'이 있었다고만 말하는 박세영을 12일 오후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 할 땐 너무 좋았지만… "만족은 없는 것 같다"

    '돈꽃'은 돈을 지배하고 있다고 착각하지만 알고 보면 돈에 먹힌 사람들이 그득했다. 이순재, 이미숙, 장혁, 장승조, 선우재덕, 박지일 등 만만찮은 내공을 가진 연기자들이 주요 배역을 맡아 활약했다.

    박세영은 이런 선배들을 만나 연기할 수 있다는 게 "굉장히 영광"이고, "이만큼 더 배우고 성숙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하지만 동시에 '나도 선배님들만큼의 내공을 갖고 나모현을 했으면 어땠을까' 하고 생각했다며 웃었다.

    나모현 캐릭터를 마치고 나서의 만족도를 묻자 그는 "할 때는 너무 좋고 벅찼고 많은 것을 느꼈다"면서도 "만족은 없는 것 같다"고 답했다. 대본을 받고 나서 확신이 생길 때까지 열심히 노력해서 준비해 놔도 '이렇게 해도 될까?' 하는 물음표가 따라다녔다.

    박세영은 "이렇게 센 곳에서 살아남으려면 나도 강한 여자여야 하는데, 맑고 순수하고 밝고 자연스러운 사람이었기에 그걸 잘 이겨냈던 것 같다. (그런 게 없었다면) 저도 작은 '그들'이 되어 닮아있지 않았을까. 나모현의 모습으로 극복했던 것 같다"고 밝혔다.

    나모현은 남의 말 잘 듣고 술 잘 먹고 잘 웃고 놀기 좋아하는 밝고 씩씩한 성품의 소유자였다. (사진='돈꽃' 캡처)

     

    좋은 환경에서 건강하게 잘 자란 청년 나모현은 어느 날 강필주(장혁 분)의 계획에 주요 인물로 들어오면서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인생이 흘러간다. 남편 장부천(장승조 분)이 사실은 윤서원(한소희 분)과 내연관계이고 혼외자까지 있다거나, 믿었던 아버지(박지일 분)가 자신을 둘러싼 일에 연결돼 있고, 강필주가 모든 걸 주관했다는 걸 알았을 때 등 상처 입는 날이 많았다.

    박세영은 "나모현은 가식적이지 않고 보이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인물이어서, 감정을 어떻게 받고 꺼내는지를 잘 표현하고 싶어 고민을 많이 했다. 그 사람이 풍기는 느낌으로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너무 화나고 배신감을 느낀 상황에서도 화내지 않았던 건, 정말 많은 생각과 고민을 통해 결정 내린 한마디로 표현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모현이 정말 냉정해질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 부천→필주로의 마음 '이동', 가장 큰 고민거리

    나모현은 극중에서 두 남자와 삼각관계를 이뤘다. 정말 좋아하게 돼 결혼까지 한 장부천과 자꾸만 신경을 거슬리게 했던, 남편의 가장 친한 친구이자 비서인 강필주가 그 주인공이다. 극이 진행되면서 부천에게 향했던 마음은 점차 필주에게 간다.

    이런 심경 변화에 공감하기 힘들다는 시청자 반응도 일부 있었다. 드라마 주인공의 마음이 올곧게 한쪽으로 흐르지 않으면 불편해하는 정서 영향도 있었을 테지만, 무엇보다 연기하는 본인은 어땠는지 궁금했다. 그러자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고민이 제일 많았다"는 답이 돌아왔다.

    박세영은 나모현과 강필주는 본능적으로 끌릴 수밖에 없는 사이였다고 생각했다. 강필주가 좋아할 만한 모든 부분을 지닌 나모현과 꼭 반대였던 강필주는 '운명'이라고 봤다. 박세영은 "사랑하고 결혼해야 할 사람이 있으니 (강필주에 대한 감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중간에 고민이 되게 많았다"고 털어놨다.

    "그냥 나도 모르게 시선이 가거나 신경이 쓰이는 사람이 있잖아요. 싫어하는 건 아닌데 '왜 이렇게 신경 쓰이게 해?' 묻게 만드는…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뭔가 자꾸 끌림이 있었어요. (결혼했으니) 사랑이라곤 생각 못 했는데 불편함이 있는 거죠. 그런 상태로 계속 지내왔던 건데 결혼하고 나서 남편의 가장 친한 친구가 제 가장 친구가 됐고요. 부천이랑 사이가 어긋나기 전까지는 외면하고 있었는데, 저도 저희 아빠도 살려준 다음에는 그를 사랑할 모든 준비가 돼 있던 거예요."

    하지만 나모현의 성격상 마음이 이끄는 대로 강필주를 따르는 것은 불가능했다. 박세영의 표현에 따르면 "진정한 사랑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다. 이어, "누구에게도 피해 주지 않기 위해 내 자리를 지키며 마음에 담아두고 지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박세영은 극중에서 장부천 역을 맡은 장승조, 강필주 역을 맡은 장혁과 삼각관계를 이뤘다. (사진='돈꽃' 캡처)

     

    박세영은 장혁과의 키스를 '이별하는 장면'이었다고 소개하며 "부천이랑은 끌림으로 시작한 풋풋한 사랑이었다면 필주와는 인생의 모진 풍파를 다 겪고 난 뒤에 한 성숙한 사랑과 같았다"고 전했다.

    실제로 나모현과 같은 일을 겪었다면 어땠을지 묻자 박세영은 "바람, 혼외자 이런 것만으로도 못 살았을 것 같다"며 고개를 저었다. 실제 이야기가 아니어서 100% 온전히 힘들어하진 않았지만 극중 자신의 상황을 떠올리면 감당할 수가 없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유산하고 난 후의 장면을 찍을 때를 빼놓을 수 없다. 박세영은 "(찍고 나서) 3~4일 동안은 멍했다. 진짜 우울해지겠는데 싶을 정도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며 "정말 힘든 감정의 시간이었다"고 회상했다.

    ◇ 배우들끼리 연기로 견제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든 장혁

    박세영은 '돈꽃'에서 장혁을 두 번째로 만났다. 지난 2016년 방송된 KBS2 월화드라마 '뷰티풀 마인드'에서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신경과 펠로우 김민재로서, 공감 능력 없는 신경외과의 이영오를 만난 것이 처음이다. 오래지 않아 다시 만나게 된 소감을 묻자 그는 "기대를 좀 더 많이 하긴 했다"고 밝혔다.

    '뷰티풀 마인드'는 잘 만들어진 드라마라는 호평이 잇따랐지만 시청률이 저조하다는 이유로 조기종영(14부)된 바 있다. 박세영은 "시청률이 덜 나온 작품 배우들이 더 끈끈하고 친밀하다는 말도 있는데, 저희도 '뷰마' 1주년 때 다 같이 모였다. 정말 거의 다 오셔서 동창회처럼 됐다"며 웃었다.

    그 '뷰마'에서 만난 장혁을 다시 상대역으로 만났을 때, 박세영은 '이번엔 또 어떤 모습을 보여주실까' 기대했다. 그는 "열정 하면 장혁 선배님이시다. 정말 모범적인 FM(정석대로 한다는 의미)이셔서 만나면 배울 게 넘쳐났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대화를 많이 나눴어요. 같이 하면서 파트너라는 느낌을 되게 많이 주셨어요. 당연히 저희는 선후배이지만 그보다는 '우린 배우로서 파트너야' 이런 걸 인지시켜 주셨어요. 그래서 저도 편하게 연기할 수 있게 도와주신 것 같아요. 장혁 선배님뿐 아니라 이미숙 선생님, 이순재 선생님까지 모든 배우들이 그런 열정이 있었던 것 같고요. 사실 '돈꽃' 배우들은 한 분 한 분 빼놓을 수 없이 다 너무 좋았어요. 20년 이상 하신 분들, 공연도 많이 하신 분들 등 배울 점이 너무 많았는데 아무래도 장혁 선배님이 서로 (연기로) 경쟁하고 경제할 수 있게 만들어 주신 면이 있어요. 우리 작품은 하나고, 우리는 서로 어우러져야 한다는 분위기를 장혁 선배님이 만들어주셔서 한 마음으로 했던 것 같아요."

    배우 박세영 (사진=후너스엔터테인먼트 제공)

     

    (노컷 인터뷰 ② '돈꽃' 박세영, 연기 호평에 "많이 부딪치고 깨진 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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