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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기사' 서지혜 "250살 먹은 샤론 캐릭터, 너무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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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흑기사' 서지혜 "250살 먹은 샤론 캐릭터, 너무 어려워"

    [노컷 인터뷰] '흑기사' 샤론 역 서지혜 ①

    지난 8일 종영한 KBS2 '흑기사'에서 샤론 역을 맡은 배우 서지혜 (사진=HB엔터테인먼트 제공)

     

    '태양의 여자', '적도의 남자' 등 등장인물 간 팽팽한 관계를 밀도 있게 그려낸 김인영 작가가 '흑기사'를 집필한다고 했을 때, 드라마 팬들은 기대를 품었다.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끈질긴 사랑을 주제로 한 판타지를 어떻게 쓸지 관심이 쏠린 것이다.

    지난 8일 종영한 KBS2 수목드라마 '흑기사'(극본 김인영, 연출 한상우, 제작 n.CH Ent)는 세 사람의 200여 년에 걸친 사랑을 그렸다. 서지혜는 과거에 '뺏겼다'고 생각하는 사랑 문수호(김래원 분)를 위해 200년 넘게 살아온 미스터리한 존재 샤론 역을 맡았다.

    모두가 같은 시대를 살고 있는데 혼자만 다른 세계를 사는 인물에게 매력을 느껴 '흑기사'에 합류하게 됐다는 서지혜. 하지만 250살 먹은 샤론 캐릭터가 쉽지만은 않았다. 어떻게 '잘 표현할지'를 깊이 고민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늘 마음을 거부당해 가엾고 애처로우면서도, 그 나이 먹도록 철이 안 들어 시청자들에게 깨알 웃음을 선사했던 여러 가지 얼굴의 '샤론'을 연기한 배우 서지혜를 13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 처음엔 상상조차도 잘 안 됐던 샤론 캐릭터

    서지혜는 '흑기사'를 선택한 이유로 독특한 설정과 캐릭터, 스토리를 꼽았다. 하지만 이내 샤론 캐릭터가 파고들수록 어려웠다고 말했다. 그는 "캐릭터가 저한테 굉장히 어려워서 어떻게 잘 연기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 때문에 초반에 많이 어려웠다. (캐릭터를) 잡기까지 시간이 굉장히 오래 걸렸다"고 전했다.

    아직 30대 중반인 서지혜는 50살도 아닌 250살 먹은 샤론이 어떤 사람일지 상상하는 것도 버거웠다고. 그는 "어찌 됐건 철 안 든 캐릭터여서 어느 정도 시간이 멈춰 있다고 생각했다. 장면별로 구체적으로 (설정을) 잡으며 샤론 캐릭터를 만들었다. 백희(장미희 분)와의 과거 씬이 있어서 그걸 토대로 캐릭터를 잡았다"고 설명했다.

    인연이 되는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든 불청객이나 다름없었지만 샤론은 미움만 받는 캐릭터가 아니었다. 비결을 묻자 서지혜는 "물론 악행을 저지르고 해라(신세경 분)를 괴롭혔지만 사극 분량을 보면 안타깝고 불쌍한 느낌이 있었다. 사랑하는 남자에게 사랑받지 못하는 캐릭터였기 때문에, 그런 느낌을 좀 더 치중해서 연기했다. (시청자들이) 그걸 잘 이해해주신 것 같다"고 답했다.

    과거에 혼인하기로 돼 있었던 남자가 자신의 혼례복을 시험 삼아 입어 본 다른 사람에 반해버린다는 설정. 샤론은 이번 생에서만큼은 사랑을 이루고 싶다는 강한 의지를 지닌 인물이었다. 250년 동안 한 남자를 바라본 샤론에게 서지혜는 얼마나 공감했을까.

    샤론은 문수호(김래원 분)만을 바라보고 250년 동안 살았지만 끝내 그 마음이 받아들여지진 않았다. (사진='흑기사' 캡처)

     

    서지혜는 "이렇게 예쁘고, 이런 성격인데 왜 유독 한 사람의 사랑을 못 받았단 이유로 집착 아닌 집착을 할까 싶었다. 250년을 살아보지 못해 이해를 못했다"면서도 "죽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두려움과 불안함 때문에 누군가한테 속마음을 다 털어놓거나 누구를 온전하게 사랑할 수 없었을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그래서 이루지 못한 첫사랑에 대한 집착이 커졌을 수도 있다고 본다. 환생함으로써 (문수호를) 다시 만나게 됐을 때 그 감정(사랑)이 나오지 않았나 싶다"고 덧붙였다.

    악역이라는 정체성을 잃지 않되 너무 무겁지 않게 가기 위해 애쓰기도 했다. 샤론 캐릭터를 위해 특별히 요구받은 게 있느냐는 질문에 서지혜는 "너무 무겁게만 가지는 않았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그렇다고 너무 코믹하면 악녀 캐릭터를 해칠 수 있으니 블랙코미디 같은 느낌으로 가면 좋겠다고 하셨다"고 답했다.

    ◇ 차가워 보이지만 예스럽기도 하고 빈틈도 있던 샤론

    샤론은 의상실을 운영하는 디자이너였다. 많은 드라마에서 등장인물의 직업이나 일터가 단순한 배경처럼 나오는 것과 달리, 서지혜는 '일하는 척'하지 않고 정말 '열일'했다. 수동 미싱을 하도 많이 해 나중에는 꽤 능숙해졌다고 고백했다.

    "저는 그냥 대본에 나오는 느낌을 최대한 살리려고 노력했어요. (웃음) 많은 분이 그런 부분을 좋아해 주신 것 같아요. 멋지다는 말도 하셨는데 이 캐릭터가 사랑할 땐 되게 바보 같고 한없이 약하지만, 패셔너블하기도 하고 일하는 쪽으로는 프로여서 저는 좀 더 좋았어요. 막연하게 일하는 게 아니라 미싱을 진짜 많이 했어요. 일하는 척만 한 게 아니고, 수동이어서 발로 굴렸어요. 끝 무렵에는 그냥 자연스럽게 (웃음) 했어요. 디자이너로서의 자부심도 있고, 그런 게 샤론 캐릭터를 살리지 않았나 해요. 그런 모습이 없었다면 말도 안 되는 미저리 캐릭터였을 텐데 적절하게 섞여 나와서 재밌었던 것 같아요."

    극중 패션 디자이너였던 만큼 서지혜는 원 없이 여러 벌의 옷을 입었다. 보통 드라마에서 한 회당 4~5벌을 입는다면 '흑기사'는 7~8벌 정도였다. 스타일리스트가 1~20화까지 입은 옷을 정리했더니 100벌 가까이 됐다고. 서지혜는 옷을 자주 갈아입어서 좀 더 정신이 없었던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흑기사'에서 샤론 역을 맡은 서지혜의 패션은 연관 검색어까지 만들어질 정도로 화제를 모았다. (사진='흑기사' 캡처)

     

    서지혜는 "그전에는 오피스룩 같이 단정한 옷을 많이 입었는데 이번에는 디자이너여서 더 화려하고 눈에 띄고 카리스마 있는 느낌으로 입었다"며 "예전에는 되게 무난한 걸 좋아했는데 지금 (패션 트렌드를 보니) 화려한 걸 많이 좋아하시더라"고 전했다. 혹시 갖고 싶은 의상이 있었느냐는 질문에는 "아뇨, 평상시에는 심플하게 입는 편이어서…"라면서도 "마음껏 입을 수 있어서 좋았다"고 답했다.

    샤론은 세상 도도해 보이는 얼굴을 하고 있지만, 예스러운 표현이 종종 튀어나와 오래 살았다는 티를 냈다. 그는 "요즘은 아메리카노라고 많이 하는데 (샤론은) 블랙커피라고 하는 등, 옛날 말을 좀 더 썼다. (그런 대사에) 중점을 두었다"고 전했다.

    의상실에서 같이 일하는 승구와는 특히 합이 잘 맞았다. 샤론의 빈틈이나 코믹함이 가장 빛을 발할 때가 승구와 대화를 나눌 때였다. 서지혜는 "찍기 전에 많이 맞춰 봤다. 승구 캐릭터가 되게 재밌는데, 애드립을 중간에 하셔서 저도 모르게 애드립을 하게 되고 그래서 더 재밌게 촬영했다"고 말했다.

    ◇ 끝내 불타 없어져 버린 결말, 어떻게 봤을까

    보통 사람들과는 달리 '죽지 않고' 생을 유지하는 비밀을 지닌 샤론은 꽤 고독했을 거로 봤다. 그럼에도 살 수밖에 없었던 건, '이번 생에는 사랑을 이루고 싶다'는 한 때문이 아니냐는 질문에 그는 "인간이 되고 싶으면, 죄와 업을 지우려면 둘(문수호, 정해라)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고 답했다.

    이어, "옷을 지어도 웨딩드레스까지 천 벌을 지어줘야 업이 풀린다는 얘기를 하지 않나. 어쩔 수 없이 이 둘을 계속 만나야 하는 거다, 제 입장에서. 잊고 싶어도 계속 상기할 수밖에 없었다는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

    전생에 지은 죄를 진심으로 뉘우치지도 못해 결국 불타 소멸하는 것이 샤론의 최후였다. 서지혜는 "샤론은 할 수 있는 걸 다 한 것 같다. 수호에게도, 모두에게도. 이제는 여한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마지막 죽음을 덤덤히 받아들이는 느낌으로 가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그는 "인제 와서 '살아남아야지!' 하는 감정은 아닌 것 같았다. 그들에게 마지막으로 옷을 지어주는 건, (그 옷을) 태우면서 저도 같이 타서 재가 되는 씬이었기 때문에 거의 자포자기였다. 정리하는 느낌의 연기였던 것 같다"고 부연했다.

    '흑기사' 마지막회에서 샤론은 불타 소멸하는 결말을 맞았다. (사진='흑기사' 캡처)

     

    극 후반부에 나온 등장인물의 '노화'를 두고는 몰입을 떨어뜨리는 무리수라는 지적이 나왔는데, 서지혜 역시 이 같은 반응을 알고 있었다. 그는 "그 부분을 많이 얘기하시더라"라며 "새치, 손, 마지막 죽기 직전에는 완벽한 노인이 되는 것처럼 점층적으로 늙는 설정이었다"고 설명했다.

    "일단 한쪽 손만 (늙게 분장하는 데) 1시간 반이 걸려요. 머리(새치)하는 데에도 1시간 반이 걸리고. 아예 하얀 머리색으로 변신할 때에도 리얼하게 하려고 앞부분에 새치를 했어요. 왜 머리는 하얀데 얼굴은 안 변했느냐는 말이 있었는데 설정상 어쩔 수 없었어요. 분장에 시간이 오래 걸리긴 했지만 독특한 경험을 한 것 같아요. 제가 이런 걸 또 언제 해 보겠냐는 마음으로 끝 무렵에는 더 힘내서 재밌게 했어요. 쫑파티 때 (마지막회를) 다 같이 봤는데 다들 보지 말라고 하더라고요. (웃음) 마지막에 늙은 장면은 CG(컴퓨터그래픽)로 합성을 했거든요. (그걸 보고) 혹시 상처받을 수도 있다며. (웃음)"

    (노컷 인터뷰 ② 서지혜 "왜 서브만 하냐고? 그런 건 중요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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