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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트럼프가 칭찬한 'GM군산공장 폐쇄', 우리는 지켜보고만 있었나



칼럼

    [논평] 트럼프가 칭찬한 'GM군산공장 폐쇄', 우리는 지켜보고만 있었나

    한국GM 군산공장 전경. (사진=군산시청 제공)

     

    "설 명절을 사흘 앞두고 GM이 전 조합원에게 사형선고를 내렸다"

    한국GM이 지난 13일 사업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하면서 “올해 5월말까지 군산공장을 폐쇄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힌데 대한 한국GM 노조 군산지회장의 울분 섞인 항변이다.

    전격적으로 이뤄진 GM의 군산공장 폐쇄결정은 엄청난 충격을 몰고 왔다.

    군산공장 하나만의 문제가 아니라 130여개의 협력업체도 문을 닫을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리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군산공장 외에도 협력업체 직원까지 포함해 13,000여명이 일자리를 잃게 된다.

    지난해 7월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가동중단 충격에서 채 벗어나지 못한 군산 경제는 다시 바닥으로 고꾸라질 수 있다.

    다른 큰 기업이 별로 없는 전북 경제도 휘청거릴 수 밖에 없게 된다.

    당면한 이들에게는 더 이상 즐겁고 행복한 설 명절이 될 수 없다.

    한국GM측은 군산공장 폐쇄결정이 불가피했다고 말한다.

    “최근 3년간 가동률이 약 20%에 불과한데다 가동률이 계속 하락해 지속적인 공장 운영이 불가능한 상황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닷새 가운데 하루만 가동할 수 밖에 없는 공장을 ‘지난 몇 년 동안의 심각한 손실’에도 불구하고 계속 끌고 갈 수는 없지 않냐고 하소연한다.

    하지만 군산공장의 가동률 하락은 군산공장 탓만이 아니다.

    군산공장이 생산하는 쉐보레 차량은 대부분 유럽시장으로 수출되는데 GM이 유럽시장에서 쉐보레 브랜드를 철수하기로 한데 따른 측면이 크게 작용했다고 한다.

    GM의 세계 전략에 따른 사업구조조정의 희생양이 바로 군산공장이 돼 폐쇄결정이 이뤄진 것이다.

    우리 자동차산업이나 경제에 더 심각한 것은 이번 군산공장 폐쇄결정 발표 이후 GM의 한국 철수설이 다시 크게 불거지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GM의 누적적자는 2조 6천억원에 이르러 이미 자본 완전잠식 상태에 이르렀다.

    한국GM측은 ‘한국에서의 사업을 유지하고 경영을 정상화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노동조합과 한국 정부 등에 이미 제시했다며 한국 철수는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 계획이 실행되기 위해 필요한 ‘모든 당사자들의 전폭적인 지원’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한국 철수도 불사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실제로 GM은 호주에서도 철수하지 않는다고 공언해놓고도 정부의 보조금 지원이 끊기자 곧바로 철수한 전례가 있다고 한다.

    만약 GM이 부평과 창원에 있는 다른 공장까지 닫으면서 한국에서 철수하게 되면 그 충격은 상상을 초월한다.

    이들 공장과 협력업체 직원 30만명이 일자리를 잃고 거리로 내몰리게 되기 때문이다.

    이것은 우리 경제에는 물론이고 일자리 창출을 국정 제1목표로 삼고 있는 문재인 정부에게는 치명적이다.

    그런 만큼 GM이 ‘글로벌 신차배정’을 들먹이며 “모든 당사자들의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한 것이 문재인 정부에 대한 압박으로 비칠 수 있는 대목이다.

    우리로서는 GM의 철수는 어떻게든 막아야 하겠지만 그렇다고 GM의 ‘전폭적인 지원’ 요구를 다 들어줄 수도 없는 노릇이다.

    GM의 지원요구 가운데는 한국GM의 2대주주인 산업은행을 통한 유상증자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서는 ‘밑빠진 독에 물붓기’가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한국GM이 자본 완전잠식에 이를 정도로 큰 적자상태에 빠진 것은 GM이 고리로 자금을 빌려주고 이전가격(글로벌 계열사 간 거래 가격)을 높게 책정하는 등의 방법으로 한국 GM으로부터 이익을 가로채갔기 때문이란 주장이 설득력있게 제기되고 있다.

    이런 구조에서 자금지원을 해봤자 한국GM의 사정이 근본적으로 달라질 가능성은 없다는 것이다.

    정부와 산업은행은 GM의 지원요구를 들어주기에 앞서 이런 사실에 대한 실사에 나서기로 했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사태가 여기까지 이르는 동안 산업은행과 정부가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 하는 점이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은 지분 17%로 한국GM의 2대주주인 회사이다.

    산업은행은 한국GM에 대해 대표이사를 뺀 이사 10명 가운데 3명을 선임할 수 있고 공장이전과 폐쇄 등 16개 주요 경영사항에 대한 거부권도 갖고 있다.

    군산공장이 최근 3년간 가동률이 20%에 불과하고 한국GM이 누적적자로 완전 자본잠식에 이르는 등 경영이 악화일로를 걷는 동안 산업은행이 거수기 노릇만 하면서 지켜보고만 있었던 것은 아닌지 깊이 반성할 일이다.

    정부의 책임도 자유롭지 못하다.

    일자리 창출을 위해 해외에서 기업을 끌어들이지는 못할 망정 이미 우리나라에 들어와 있는 글로벌 기업이 수익악화를 이유로 철수를 검토하는 상황까지는 가지 않도록 미리 대책을 강구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GM의 군산공장 폐쇄를 미국 디트로이트로의 복귀라고 환영하며 자신의 공으로 돌리는 것은 지나치고 말도 안되는, 트럼프다운 견강부회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아무 것도 안하고 이를 지켜보고만 있다가 당하는 우리 입장에서는 부러운 대목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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