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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원 "사회 이슈에 관심, 친구들과 정치 얘기 많이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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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동원 "사회 이슈에 관심, 친구들과 정치 얘기 많이 해"

    [노컷 인터뷰] '골든 슬럼버' 김건우 역 강동원 ②

    지난 14일 개봉한 영화 '골든 슬럼버'에서 김건우 역을 맡은 배우 강동원 (사진=YG엔터테인먼트 제공)

     

    지난 14일 '골든 슬럼버'(감독 노동석)는 누가 봐도 수려한 외모를 지닌 강동원이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택배기사 김건우로 변신한다고 해서 큰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골든 슬럼버'는 소시민 김건우가 겪게 되는 '고난'을 통해 '국가'가 어떻게 사람들을 속이고 한 사람의 인생을 파탄 나게 할 수 있는지를 꽤 비판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영화다.

    영화 속에서 정부, 국정원, 검찰, 경찰, 언론은 부정적으로 묘사된다. 목표 달성을 위해 죄 없는 사람에게 누명 씌우는 것쯤은 간단하다는 듯 냉정함을 보이는가 하면, 그 와중에도 위계가 뚜렷해 한심하고 무력함을 노출하기도 한다. 얼굴을 도용함으로써 한 사람의 인생을 궁지에 몰고, 곁에 있는 사람들까지 괴롭히는 권력의 모습에선 선명한 '악의'가 느껴진다.

    원작 문제로 7년이나 끌어와 이제야 개봉하는 속사정이 있긴 하지만, 공교롭게도 강동원은 '1987'에 이어 이번 '골든 슬럼버'까지 사회적인 메시지를 읽을 수 있는 영화에 연달아 출연하게 됐다.

    지난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배우 강동원을 만났다. 직접 영화화 제안을 했을 만큼 '골든 슬럼버'가 마음에 든 이유를 3가지나 들었던 강동원은, 평소에도 여러 가지 사회 이슈에 관심이 많아 친구들과도 정치 얘기를 곧잘 하는 시민이라고 밝혔다.

    일문일답 이어서.

    ▶ 한국 영화 최초로 광화문을 배경으로 폭발 테러 장면을 찍었다. 소감이 남달랐을 것 같다.

    처음에 찍는다고 했을 때 '허무맹랑한 꿈들 꾸고 있구나' 생각했다. (웃음) 실제로 한 번 촬영이 취소되기도 했다. 들어 보니 몇억이 날아갔다고 하더라. 누군가 하지 말라고 했다는데 누구인지는 모르겠다. 다 준비해 놓고 거기에 맞춰서 촬영 장비를 다 빌려놨는데 이틀 전에 안 된다고 해서. 나중에 다시 허락받고 찍었다. 왜 취소했는지 모르겠다.

    촛불집회와 태극기집회가 열리는 중간에서 찍었다. 한창 치열하게 집회하고 있을 때. 기회가 한 번밖에 없다고 계속 듣긴 했다. 근데 그렇다고 연기가 달라지는 건 아니었다. 준비는 다 해 놨다. 혹시 실패하면 CG(컴퓨터그래픽) 합성할 것까지. 다행히 폭파도 잘 되고 순조롭게 끝났다. 연기는 제가 생각했던 대로 했다.

    ▶ 아까 영화에서 아쉬운 부분도 있다고 했는데 그게 폭발 장면이었나.

    저희가 예산이 있었다면 폭발씬을 3D로 했겠죠. 집중해서 찍을 여건도 안 되고, 4시간 안에 끝내라고 하니까… 도주 장면을 다 끝내고 뛰어가고 폭파하고 다시 돌아와서 대사 치는 걸 찍었다. (웃음)

    '골든 슬럼버'는 국내 최초로 광화문에서 자동차 폭발씬을 찍었다.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 그래도 과거에 비해서는 영화계 제작 환경이 나아진 편 아닌가. 변화를 느끼는지 궁금하다.

    이게 장단이 있다. 예전엔 시간제한(하루에 찍을 수 있는 최대 시간)이 없어서 좀 여유롭게 찍을 수 있었다. 그래서 1년 찍고 그러는 경우도 있었다. 그건 싫다. (웃음) 요즘은 찍어야 할 걸 못 찍는 경우도 생긴다. 한국 영화가 많이 자리 잡았다고 해도 스태프들은 여전히 모자란다. 다만 적은 예산으로 퀄리티를 좋게 뽑으려면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 요즘엔 계속 시간만 줄이고 예산은 그대로다. 그러니까 힘들다. 그 시간 안에 (일정 정도의) 퀄리티를 뽑으려니 힘든 거다. ('골든 슬럼버'도) 석 달인가 석 달 반 만에 끝냈다. 공들일 시간이 조금씩 줄어드는데 우리 실력은 아직 많이 발전해 있지 않으니까 아쉽다.

    ▶ 김건우는 국가의 설계 안에 들어와 휘둘리는 인물이다. 이 영화를 찍으면서 음모론이나 거대권력의 힘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본 게 있는지.

    사실 예전에도 조작된 사건들은 정말 많았다. 찾아보면 줄줄 나오니까. 불과 몇 년 전에도 있었고, 이 영화 시나리오를 쓰는 동안에도 발생했고. 그런 건(사례는) 많이 찾아봤다. 원래도 알고 있었지만. 국가나 거대한 힘에 이해 억울한 일을 당하고 옥살이한 분들이 무죄 판결을 받고 배상을 받는다고 해도 그게 치유가 되겠나. 그 시간과 고통을 돈으로 배상할 수 있는 게 아닌데 심지어 줬던 돈도 뺏어가는 경우도 있다더라, 요즘에는. 원래도 관심이 있었지만 '골든 슬럼버' 준비하면서 그런 것들을 유심히 봤다.

    ▶ '골든 슬럼버'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어떤 영화일까.

    잔재미가 있으면서도 가슴 따뜻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저는 부담 없이 편하게 봤다. 왜 편하게 봤지? 걱정을 너무 많이 하고 가서 그런가? (웃음) 남녀노소 다 같이 보기 좋은 영화다. 어떤 영화는 보면 힘든데, 그런 영화는 아닌 것 같다. 아, 이런 얘기는 늘 보면 뭔가 별로다. (웃음) 너무 상업적인 멘트고. (웃음)

    ▶ '1987'부터 '골든 슬럼버'까지 사회성이 있는 작품을 연달아서 하게 됐는데 이번 영화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이었나.

    연달아 개봉하긴 했지만 이 작품은 7년 전부터 준비했다. 원작 해결이 안 돼서 늦어졌지. 주제가 분명히 있는 영화다. 여러 지점이 좋아서 제안했다. 첫째로는 이렇게 억울한 일을 당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난 걸 우리는 다 알고 있다. 기억 속에서 좀 잊혀져 가긴 하지만 다시 한번 상기시키고 싶었다. 한 사람이 어떤 프레임이 씌워져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버리는 것에 대한 얘기도 하고 싶었다. 제일 좋았던 지점 중 하나가 주인공이 여러 사건을 겪으면서도 멋지게 해결하고 끝내는 게 아니라, 처음부터 끝까지 주위의 도움을 받아 살아남는 것이었다. 그런 게 좋았다. 휴머니즘이 있으니까.

    배우 강동원 (사진=YG엔터테인먼트 제공)

     

    ▶ 영화 찍을 때 문화계 블랙리스트 파문이 일어났는데 영향을 받은 게 있나.

    제가 처음 이걸 제안했을 때만 해도 허무맹랑한 소설 같지만 '주제는 좋네' 이런 소릴 들었다. 근데 촬영 들어갈 때쯤 우리가 타깃이 되는 것 아닐까 생각이 들더라. (웃음) 소설이라고 생각했는데 현실이 될 수도 있다고 하니 덜컥 무서워졌다. 제작 쪽에서는 그러니까 더 재밌지 않겠냐고 했다.

    ▶ 평소에 사회 이슈에 관심이 많은 편인지 궁금하다. 사적인 자리에서 정치 얘기를 많이 한다든지.

    정치적인 소견을 밝힌다, 그런 것까지는 아니고 친구들끼리 정치 얘기는 엄청 많이 한다. 욕도 많이 하고. 요즘에 이슈가 많지 않나. 아침마다 뉴스 빵빵 터져 나오고. (웃음) 꼭 하나의 이슈에만 관심 있는 건 아니고 정치사회 문제에 대해 다방면으로 관심 있다.

    ▶ 직설적인 성격인가 보다.

    예전에는 직진도 하고 정면돌파도 많이 했다, 20대 때는. 지금은 좀 바뀐 것 같다. 직진하다가 막히면 돌아가기도 하고.

    ▶ 좀 더 성격이 부드러워지게 된 계기가 있나.

    아뇨. 그냥 점점 제가 제 자리를 찾아가니까 그런 것 같다. 뭔가 한국영화 안에서 소속감도 느끼고, 이제 오래돼서 일하러 가면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다. 그래서 만나면 다 직장 동료들 같다.

    ▶ 본인이 생각하는 '잘 사는 것'이란 무엇일까.

    남들한테 피해 안 주고,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최대한 열심히 하고, 사회 구성원으로서 사회 안에 도움 되는 일을 하는 것이다. 저만 잘 먹고 잘살면 무슨 의미가 있나.

    ▶ 연기 경력도 오래됐고 대중성과 스타성을 겸비한 배우인데 영화 필모그래피가 다채롭다. 작품 선택 기준이 궁금하다.

    들어온 시나리오 중에서 제가 봤을 때 요거 재밌겠다 하면 한다. 시나리오 고를 때는 제가 다른 사람과 상의를 많이 안 한다. 들어온 건 시간만 되면 다 읽고 고른다. 재밌으면 신인이든 아니든 감독님을 만나고, 서로 마음이 맞는 것 같으면 한다. 늘 그렇게 해 왔다. 어떤 분은 필모가 뒤죽박죽이라고 하시는데 저는 일관되게 한 거다. 장르도 이것저것 하게 되긴 했는데, 결국엔 그게 제 색깔이지 않을까.

    강동원은 지난해 개봉한 영화 '1987'에서 故 이한열 열사 역으로 특별출연했다. 강동원과 故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 씨 (사진=이한열 기념사업회 제공)

     

    ▶ 그동안 해 온 여러 작품 중 유독 기억에 남는 캐릭터나 작품이 있다면.

    아무래도 '1987'이 데미지가 오고 힘들었다. '우행시'(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이후로 처음 데미지가 온 것 같다. 안 좋게 끝나는 캐릭터들이 항상 데미지가 오더라. 머리로는 다 분리가 되어 있어도, 표현은 몸 하나로 하는 것이지 않나. 그러다 보니 감정이 섞이고, 그런 캐릭터는 끝난 후에도 힘들다.

    ▶ '1987'의 흔적을 털어내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나 보다. (* 강동원은 '1987'에서 故 이한열 열사 역을 맡았다)

    아직 다 털어졌는지도 모르겠다. 힘들더라. (故 이한열 열사) 어머니께 치유를 받고 있지 않나 싶다. 어느 순간부터 아들처럼 바라보시는데 마음이 너무 아팠다.

    ▶ 미국 재난영화 '쓰나미 LA'로 할리우드에 진출하게 됐다. 어떻게 출연을 확정하게 됐는지.

    2016년 봄부터 틈날 때마다 오디션은 봤다. 미국에 있을 때 캐스팅 디렉터를 만나서 오디션을 봤는데 되게 좋아해 주셔서 가능성이 있겠다 싶었다. 그 뒤로는 좋은 역할이 있으면 오디션 테이프를 계속 보냈고, 그러다 그냥 되어 버렸다. (웃음)

    큰 시장에 진출해야겠다는 생각은 늘 했다. 한국영화가 계속 한국에서만 개봉한다면 더 이상 발전이 없으니까. 늘 발전하려고 노력해도 한국 시장에서는 대작이 100억대인데, 그것도 너무 힘들게 찍는다. 현장이 너무 힘드니까. 미국은 카메라나 미술팀을 A~C팀까지 두는데. 제작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면 돈이 들어와야 하고, 그럼 개봉을 여러 군데에서 해야 한다. 배우가 유명해져야 그런 것도 가능하다고 본다. 재미있어 보이기도 하고 경험도 하고 싶었다.

    ▶ 작품을 직접 쓰고 있다고 들었는데.

    여러 가지가 섞여 있다. 다시 써야 한다, 너무 엉망이라. 작가를 붙일지 안 붙일지는 일단 완고하고 결정하려고 한다. 시나리오 모니터링을 몇 명에게 했는데 너무 슬프다, 너무 염세적이고 비관적인 것 아니냐는 얘기가 있었다. 저는 재밌겠다 싶어서 쓴 건데. 학창시절 때는 그런 면이 있긴 했다. 고등학생은 성인도 아니고 애도 아닌 애매할 때인데, 그때 어른들과 마찰도 되게 많았던 것 같다. 선생님 말씀을 되게 잘 들었는데 너무 어이없는 걸 가지고 뭐라고 하면 대들기도 했다. 즐겁게 지내면서도 고민이 많아 우울하게도 살았던 것 같다.

    ▶ 제작에 관심을 두게 된 때가 언제부터인가.

    제가 제 영화를 만들 정도까지는 아니고,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공동작업하는 수준을 생각해 보고 있다. (혼자) 할 시간도, 자신도 없다. 마음 맞는 사람 있으면 하고 싶은 작품을 어울리는 제작사와 연결하고… 저도 잘 모르겠는데 30대 초반 언젠가부터 그런 생각이 들더라.

    ▶ 설을 앞두고 있는데 올해 바라는 바가 있다면.

    저는 '골든 슬럼버' 진짜 잘됐으면 좋겠다. 올해 첫 영화이기도 하고, 1년 만에 개봉하는 거라서. 그러고 나선 무사히 살아서, 병원에 안 실려 가고 '인랑' 촬영을 잘 마쳤으면 좋겠다.

    (노컷 인터뷰 ① '골든 슬럼버' 강동원 "할 수 있는 최선 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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