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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서이라가 韓·中의 집중 포화를 받아야 하나

스포츠일반

    왜 서이라가 韓·中의 집중 포화를 받아야 하나

    • 2018-02-18 06:00
    17일 오후 강원도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평창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000m 결승전에서 동메달을 차지한 서이라가 관중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강릉=노컷뉴스)

     

    2018 평창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000m에서 값진 메달을 보탠 서이라(26 · 화성시청). 그러나 때아닌 댓글 폭탄을 맞고 있다. 중국은 물론 한국 네티즌들까지 나서서 서이라를 비난하는 글을 남기고 있다.

    중국이야 그렇다 쳐도 한국 네티즌들이 자국 선수를 비난하고 나서는 것은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한국 선수가 금메달을 따내지 못한 결과에만 매몰돼 화풀이 대상을 찾아 엉뚱하게 화살을 쏟아붓는 모양새다.

    서이라는 17일 강원도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000m 결승에서 1분31초619로 3위에 올랐다. 첫 올림픽 출전에서 따낸 값진 개인 첫 메달이다.

    하지만 서이라의 동메달과 인터뷰 기사에는 그를 비난하는 댓글이 주를 이루고 있다. 한국 선수 3명이 맞붙은 준준결승에서 서이라가 임효준(한체대)와 학연에 의한 짬짜미로 황대헌(부흥고)탈락시키게 했다는 것과 결승에서 서이라가 레이스 중 임효준의 추월을 막아 금메달이 무산됐다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이는 근거가 부족한 비난이다. 경기 내용을 보면 일부러 짜고 소기의 성적을 거두려 한 의도는 찾아보기 어렵다. 오히려 예전 한국 쇼트트랙의 병폐였던 짬짜미 행태에서 벗어난 선의의 경쟁이 펼쳐진 모양새다. 더군다나 황대헌은 한체대 입학 예정인 선수다.

    '선의의 치열한 경쟁' 17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000m 준준결승에서 서이라(왼쪽부터), 임효준, 황대헌이 열띤 경쟁을 펼치고 있다.(강릉=노컷뉴스)

     

    먼저 4명 중 2명이 준결승에 진출하는 준준결승에서 서이라는 임효준, 황대헌과 1조에 묶였다. 레이스 초중반까지는 임효준과 황대헌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치열한 선두 경쟁을 펼쳤다.

    서이라는 후미에 처져 있다 막판 승부수를 띄워 인코스를 파고들어 1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3위로 처진 황대헌은 마지막까지 안간힘을 썼지만 임효준에 간발의 차로 밀렸다. 결국 서이라와 임효준이 준결승에 올라 결승에까지 진출했다.

    결승에서는 다소 다른 양상이다. 결승 레이스에서 임효준은 초반 살짝 선두로 나서기도 했지만 사무엘 지라드(캐나다), 존 헨리 크루거(미국) 등에 밀렸다. 역시 후미에 있던 서이라는 3위로 레이스를 펼쳤다.

    4위에서 달리던 임효준은 치고 나갈 틈을 노렸지만 공략이 쉽지 않았다. 앞선 3명이 버틴 인코스를 뚫으려 했지만 서이라에 두 번이나 막혔다. 하지만 서이라가 의도를 갖고 막은 것은 아니었다. 자연스럽게 자신의 레이스를 펼치는 서이라의 뒤에서 임효준이 타이밍을 제대로 맞추지 못했다.

    결국 한 바퀴 반을 남긴 곡선 주로에서 류 사오린 샨도르(헝가리)가 넘어지면서 임효준, 서이라도 쓰러지는 악재가 발생했다. 서이라는 다시 일어나 완주해 3위로 들어왔지만 금, 은메달은 어부지리로 앞선 주자들이 차지하게 됐다. 이런 아쉬운 결과를 놓고 성이 난 일부 네티즌들의 팬심이 애꿎게 서이라에게 향한 것이다.

    17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평창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000m 결승전에서 임효준(왼쪽부터)과 서이라가 레이스 도중 넘어진 헝가리 선수와 충돌하며 연쇄적으로 넘어지고 있다.(강릉=노컷뉴스)

     

    정작 선수들은 아쉽지만 최선을 다한 만큼 홀가분했다. 임효준은 경기 후 "준준결승이 제일 힘들었고 마치 결승전 같았다"면서 "누가 올라가든 축하해주자고 얘기했고 아쉽게 (황)대헌이가 떨어졌지만 그래도 우리를 응원해줬고, 우리 역시 대헌이를 위로해줬다"고 말했다.

    결승 레이스도 마찬가지다. 불의의 충돌은 어쩔 수 없었다. 임효준은 "걸려 넘어지는 상황만 아니면 해볼 수 있었는데 속상하다"면서도 "다행히 이라 형이 메달을 땄다"고 미소를 지었다. 이어 "준결승이 너무 힘들어 소극적으로 경기를 한 게 아쉬웠다"고 자신에게서 원인을 찾았다.

    서이라도 "산도르가 인코스를 무리하게 들어오면서 넘어졌는데 효준이가 걸리고 넘어지면서 내가 걸린 것 같다"고 돌아봤다. 상황만 놓고 보면 임효준보다 더 억울할 수 있지만 서이라는 "경기를 하다 보면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니 받아들여야죠"라고 말했다.

    이어 서이라는 평소 랩을 즐기는 '흥부자'답게 "모든 선수들이 원하는 게 금메달이지만 올림픽은 축제인 만큼 성적에 상관없이 정말 멋진 경기 보여드릴 수 있으면 만족스러울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또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결과는 생각하지 않고 축제를 마음껏 즐기고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17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평창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000m 결승전에서 서이라가 동메달을 차지하고 기념촬영하고 있다.(강릉=노컷뉴스)

     

    서이라는 지난 13일 1000m 예선에서 한톈위(중국)의 반칙과 실격으로 구제를 받아 준준결승에 올랐다. 때문에 예선 기사에는 화가 난 중국 네티즌들이 9만 개가 넘는 댓글을 남겼다.

    그러나 서이라는 중국 네티즌들에 대해 17일 "안 그래도 어제 생각한 게 있다"면서 "니 하오 워 아이 니(안녕하세요? 저는 당신들을 사랑합니다)"라는 중국어 인사를 건넸다. 전날도 서이라는 "지저스 러브 유(예수가 당신을 사랑합니다)"는 말을 한 바 있다.

    물론 서이라가 의도를 갖고 레이스를 펼쳤다면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서이라는 정상적인 레이스를 펼쳤고, 자신의 경기에 최선을 다해 집중했다. 다만 예기치 않게, 의도치 않게 돌발 변수가 생겨 아쉬움이 남는 결과가 나왔을 뿐이다.

    그렇다면 비난이 아닌 박수가 마땅하다. 임효준은 "계주 5000m에서 팀원들과 함께 무조건 금메달을 따고 싶다"고 강조했고, 서이라는 "김선태 감독님을 비롯한 코칭스태프, 특히 트레이너 선생님들에게 감사하다"고 첫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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