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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를 믿어야 하나, 참모를 믿어야 하나"…'햄릿' 같은 물음

국방/외교

    "트럼프를 믿어야 하나, 참모를 믿어야 하나"…'햄릿' 같은 물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국회사진취재단/자료사진)

     

    "트럼프 대통령을 믿어야 할지, 참모들을 믿어야 할지, 어리둥절하다"

    유럽 최대 규모의 연례 국제안보회의인 독일 뮌헨안보회의에서 유럽 인사들이 미국에 쏟아낸 불만이다.

    이 자리에는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보좌관 등 트럼프 행정부의 고위 안보당국자들과 상하원 의원들이 대거 참석했다.

    실제 지그마어 가브리엘 독일 외무장관은 "무엇을 보고 미국을 판단해야 할지 모르겠다면서 "행동이냐, 말이냐, 트윗이냐"고 반문하기까지 했다.

    ◇ 트럼프 행정부의 조석으로 다른 '어지러운 메시지'

    유럽도 유럽이지만 '트럼프를 믿어야 하냐, 아니면 참모를 믿어야 하냐'는 '햄릿'같은 질문에 가장 곤혹감을 갖는 나라가 바로 한국이다.

    특히 북핵문제를 둘러싼 트럼프 행정부의 오전·오후가 다른 '엇갈린 메시지'는 거의 매일 벌어지고 있는 형국이다.

    정부 소식통은 '대미 외교에서 정말 힘든 것은 자기들끼리(트럼프 행정부내)도 말이 안통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왼쪽), 맥매스터 보좌관 (사진=자료사진)

     

    엊그제만 해도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우리는 북한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고 대화를 강조하더니 맥매스터 보좌관은 "국제사회가 단합해 대북압박을 최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정도는 알려진대로 '최대의 압박과 관여'가 대북정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약과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두 사람이 '압박'과 '대화'를 각자 역할 분담으로 강조했다고 볼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과 참모들간 '갈지자 행보'가 하루이틀 일이 아니고 아침·저녁 동시다발적으로 나온다는 점에서 상대방들은 무엇이 진의인지 혼란을 느낄 수 밖에 없다.

    '항공모함' 같아야 할 대국(大國)의 메시지가 '구축함' 움직이 듯 하면 그 세계의 질서는 혼란스러울 수 밖에 없다.

    작년 9월 말 중국을 방문중이던 틸러슨 국무장관은 중국에서 시진핑 주석을 만났다. 그는 대화 뒤 "북한과 2~3개 정도 채널을 열어두고 있다. 그들과 대화할 수 있고 대화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틸러슨의 대화행보는 하루가 가지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훌륭한 국무부 장관인 렉스 틸러슨에게 그가 '리틀 로켓맨'과 협상을 시도하느라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트윗을 날렸다.

    그러면서 "렉스, 당신의 기운을 아껴라. 우리는 해야 할 일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펜스 미 부통령도 오락가락하는 것은 매한가지이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그는 평창올림픽 개막식에 '스키도 타지 않는' 오토 웜비어 아버지를 초대하고 개막식 리셉션에서도 5분만에 퇴장하는 소동을 벌였다.

    이윽고 미국으로 돌아가는 전용기에서는 '북한과 대화 용의가 있다'는 취지의 얘기를 했고 미 언론은 "대북정책의 획기적 변화'라고 의미부여 했다.

    ◇ NSC체계는 '먹통'이고 '트럼프 인치(人治)'가 좌우하는 한반도 정책

    외교가에선 트럼프 행정부 대외정책의 강온파 대립은 이미 뉴스거리가 아닐정도로 인식되어 가고 있다.

    문제는 트럼프 대외정책이 '시스템'이 아닌 '인치(人治)'로 통솔되면서 우리 정부가 이른바, '트럼프 심기외교(心氣外交)'에 무진 애를 써야 하고 에너지를 낭비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는 유럽국가들이 겪는 어려움보다 훨씬 크다.

    한 외교전문가는 "미국의 대외정책이 국가안보회의(NSC)체계가 작동이 안되고 트럼프 대통령의 직관과 감정으로 좌우되기때문에 의사결정구조라는게 예측가능하지 않고 누구 귀를 잡아야 하냐는 문제로 대두돼 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트럼프 대통령을 잘 설득하면 한 방을 터트릴 수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북핵협상은 '원샷 게임'이 아니고 '반복 게임'이라는 점에서 수많은 고비를 넘겨야 하는데, 일관성이 없으면 (트럼프를) 한 번 꼬셨다고 게임이 끝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북핵 협상이 '스무고개'와 같은 험난한 과정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남북정상회담 속도조절도 이와 무관치 않다. 문 대통령은 '정상회담할 생각입니까'라는 외신 기자 물음에 "많은 기대를 하고 있지만 마음이 급한 것 같다. 우리 속담으로 하면 우물가에서 숭늉 찾는 격"이라고 답변했다.

    ◇ 과연 한국은 '트럼프 트윗'을 무시할 수 있나?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을 차곡차곡 하나하나 확인하고 가야 하는 딜레마이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미 CBS의 시사프로그램 '60분'과의 인터뷰에서 "당신의 도전 중 하나는 트럼프와 메시지가 일치하지 않는 점인데 (그것을)인정하는가"라는 질문을 받았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스타일, 자신의 길, 자신의 말로 의사 소통한다. 그리고 때때로 나는 그에게 "당신이 정책을 바꾸는가?"라고 물어볼 것이다.모두가 알아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답변했다.

    미 워싱턴포스트는 '도대체 누구를 믿어야 하는가'라는 유럽동맹국가들의 물음에 대해 미측 고위직 관계자들이 "장막 뒤에서 트윗하는 자(트럼프)에게 주의를 기울이지 마라"는 메시지로 안심을 시켰다고 전했다.

    미국의 유럽동맹들이 이같은 언급으로 안심할지 알 수 없다. 그렇다면 아시아의 주요동맹국인 한국은 과연 트럼프의 트윗에 주의를 기울지 않을 수 있을까?

    결론적으로 중요한 것은 '트럼프의 게임'이 지나치면 한국 국민들의 반미인식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미국은 인식해야 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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