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후 강원도 평창군 슬라이딩센터에서 열린 남자 봅슬레이 4차 주행 경기에서 공동 1위를 차지한 캐나다의 저스틴 크립스-알렉산더 코파치 조와 독일의 프란체스코 프리드리히-토르스텐 마르기스 조가 환호를 하고 있다 (사진=노컷뉴스)
봅슬레이 남자 2인승 마지막 20조로 출전한 캐나다의 저스틴 크립스와 알렉산더 코파치가 레이스를 마친 순간 전광판에는 금메달 획득을 알리는 숫자 '1'이 새겨졌다. 그런데 그들보다 더 기뻐하는 선수들이 있었다. 바로 독일의 프란체스코 프리드리히와 토르스텐 마르기스였다.
저스틴 크립스는 그 모습을 보고 "와우, 독일 선수들이 우리의 경기를 보고 흥분했구나"라고 생각했다. 2위로 밀렸음에도 불구하고 매너가 좋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게 아니었다. 캐나다 선수들의 최종 기록은 3분16초86. 앞서 19번째 조로 출전한 독일 선수들의 기록 역시 3분16초86이었다. 0.01초까지 같았다. 그들은 공동 우승을 차지했다.
캐나다의 저스틴 크립스-알렉산더 코파치와 독일의 프란체스코 프리드리히-토르스텐 마르기스는 19일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 슬라이딩 센터에서 끝난 2018 평창동계올림픽 봅슬레이 남자 2인승 경기에서 나란히 1~4차 주행 합계 3분16초86으로 공동 금메달을 획득했다.
두 나라 선수들은 하나가 됐다. 그들은 선의의 라이벌이자 친구 사이다. 서로를 축하하며 우승의 기쁨을 함께 나눴다.
저스틴 크립스는 "솔직히 믿기지가 않는다. 우리가 결승선을 통과한 뒤 1위를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때 독일 선수들이 엄청 기뻐하면서 우리를 축하해줬다. 당시 든 생각은 '와우, 독일 선수들이 우리의 경기를 보고 흥분했구나'였다. 시간이 지나 우리가 공동 1등을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정말 엄청난 결과다. 대단한 경기였다"고 말했다.
이어 크립스는 "우리 둘만큼 행복한 사람이 2명이나 더 있다. 독일 선수들은 우리의 오랜 친구이자 라이벌이었다"고 말했다.
독일 선수들도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토르스텐 마르기스는 "난 올림픽 정신을 사랑한다. 이번 경기가 전세계에 올림픽 정신을 보여주게 되기를 희망한다. 캐나다 선수들과 함께 금메달을 획득해 정말 기쁘다. 난 그들을 좋아하고 그들은 정말 좋은 시즌을 보냈다. 우리 모두 금메달을 딸 자격이 있다"고 말했다.
독일 선수들은 지난해 국제봅슬레이연맹 세계선수권 대회 4인승 경기에서 다른 독일 조와 공동 우승을 경험한 바 있다.
프란세스코 프리드리히는 "작년 세계선수권 때와 같은 일이 또 한번 벌어졌다. 정말 환상적"이라며 기뻐했다.
두 나라가 공동 금메달을 획득하면서 자연스럽게 은메달 수상자는 사라졌다. 3분16초91의 기록으로 3위를 차지한 라트비아의 오스카스 멜바디스와 제니스 스트렝아에게는 동메달이 수여됐다.
◇예정보다 늘어난 금메달 수상자, 괜찮을까?
괜찮다.
한국조폐공사가 제작한 평창동계올림픽 메달은 총 259세트다. 각 세트에는 금·은·동 메달이 들어있다.
259세트 중 222세트는 102개의 세부종목 입상자에게 수여되고 32세트는 보존용 및 국내외 전시용으로 활용된다. 나머지 5세트는 공동 수상자 발생을 대비해 마련해뒀다. 4명이 한꺼번에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오르게 됐지만 메달 수여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
동계올림픽에서 공동 금메달 수상자가 나온 것은 이번이 역대 9번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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