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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 폭발' 女 빙속, 하나된 쇼트트랙이 보이지 않나

스포츠일반

    '갈등 폭발' 女 빙속, 하나된 쇼트트랙이 보이지 않나

    • 2018-02-20 05:59
    '언니 힘내요'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빙상 스피드스케이팅 장거리와 쇼트트랙 대표팀의 분위기가 사뭇 엇갈리고 있다. 노선영(왼쪽)이 나선 팀 추월은 19일 분열된 팀 워크로 준결승 진출에 실패한 반면 최민정, 김아랑 등이 나선 쇼트트랙은 20일 우승을 노린다.(강릉=노컷뉴스)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 나선 한국 여자 빙상 대표팀의 분위기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여자 쇼트트랙은 전통의 효자 종목답게 순항하며 찰떡 호흡을 자랑하는 반면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장거리는 불화설에 휩싸였다.

    먼저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은 19일 강원도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진행된 공식 훈련에서 계주 3000m 훈련을 소화했다. 20일 열릴 결승에 대비해 바통 터치 훈련 등 호흡 맞추기에 집중했다.

    맏언니 김아랑(23 · 고양시청)은 "넘어지거나 상대 선수들과 충돌 등이 걱정돼서 지난 1년 간 훈련도 많이 했다"면서 "변수들과 모든 상황에 대비해서 훈련을 했기 때문에 계주에서만큼은 자신감 있게 임하는 자세"라고 강조했다. 올 시즌 4번의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시리즈에서 2번 우승, 나머지 준우승과 3위를 차지한 랭킹 1위의 자신감이 묻어났다.

    사실 여자 쇼트트랙도 이번 대회 어려움이 적잖았다. 평창올림픽 직전인 지난달 여자팀 주장 심석희(21 · 한체대)와 갈등을 빚은 코치가 영구제명되며 분위기가 뒤숭숭했다. 그 여파 때문인지 심석희는 500m 예선 탈락에 이어 주종목인 1500m에서도 넘어지며 충격적인 예선 탈락의 아픔을 맛봤다.(★'킴 부탱 논란' 왜 최민정만 반칙이고, 항의도 못 했나)

    지난 10일 계주 예선 때도 아찔했다. 막내 이유빈(17 · 서현고)이 레이스 초반 넘어진 것. 다행히 에이스 최민정(20 · 성남시청)의 폭발적인 질주와 심석희, 김예진(19 · 평촌고)의 활약으로 결승 진출은 이뤘지만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최민정은 500m 결승에서 실격을 당하며 노 메달에 눈물을 쏟기도 했다.

    하지만 선수들끼리 똘똘 뭉쳐 난관을 헤쳐나가는 모습이다. 김아랑은 지난달 30일 생일을 맞은 심석희를 동료들과 축하하는 사진을 올리는 등 맏언니로서 동생들을 다독이고 있다. 최민정은 17일 1500m를 제패하며 분위기를 완전히 바꿨고, 심석희는 예선 탈락 충격에도 훈련을 자청해 후배들과 호흡을 맞춰나가고 있다.(★킴 부탱 이긴다!" 빵 터진 김아랑 '미소 속 결의')

    10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쇼트트랙 3,000m 계주 준결승에서 넘어진 이유빈이 다음 주자인 최민정과 교대하고 있다.(강릉=노컷뉴스)

     

    반면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장거리 대표팀은 삐걱거리는 모습이 공공연하게 드러났다. 대회 전 불거진 갈등 양상이 완전히 봉합되지 않은 게 경기 결과에까지 영향을 미친 모양새다.

    팀추월은 3명씩의 양 팀 선수가 링크 반대편에서 동시에 출발해 400m 트랙을 6바퀴 도는 경기다. 3명 중 가장 마지막에 결승선을 통과한 선수의 기록으로 승부를 가린다. 레이스 완주 전에 상대 주자를 따라잡아도 승부가 난다.

    때문에 팀의 호흡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선수 개개인의 능력이 뛰어나도 함께 보조를 맞추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마지막 주자가 승부를 가를 키이기 때문이다. 18일 열린 남자 팀 추월 준준결승 때 네덜란드의 장거리 황제 스벤 크라머가 지친 동료를 뒤에서 밀어주는 모습이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 여자 대표팀은 달랐다. 김보름과 박지우가 앞서서 결승선을 통과했고 후미에 떨어진 노선영이 혼자 뒤따랐다. 결국 대표팀은 준결승도 가지 못하고 팀 추월 경기가 마무리됐다.

    김보름(왼쪽부터), 박지우, 노선영이 19일 오후 강원도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팀추월' 준준결승에서 역주하고 있다. (강릉=노컷뉴스)

     

    경기 후 인터뷰도 논란을 키웠다. 김보름은 경기 후 중계 방송 인터뷰에서 "저희가 다시 이렇게 같이 올림픽에 출전하게 되면서 팀 추월 연습을 많이 해왔어요"라면서 "이렇게 시합을 출전하게 됐는데 중간에 잘 타고 있었는데 마지막에, 네, 뒤에 조금 저희와 격차가 벌어지면서 기록이 조금 아쉽게 나온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특히 인터뷰 중간 냉소를 날리는 모습도 포착돼 노선영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내는 듯한 인상을 풍겼다.

    이후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 인터뷰에서도 김보름은 "(노)선영 언니가 부담을 덜 느낄 수 있게 경기했다"면서도 "의사소통이 잘 안 됐고 마지막에 체력이 떨어지면서 격차가 벌어졌다"고 밝혔다. 이어 "생각보다 기록이 잘 나왔는데 팀 추월은 마지막 선수가 찍히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 부분이 많이 아쉽다"고 덧붙였다.

    박지우도 "작전의 실패"라면서 "저랑 (김)보름 언니가 욕심을 낸 것 같고 솔직히 이렇게 벌어질지 몰랐다"고 말했다. 노선영은 인터뷰에 응하지 않고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팀내 갈등이 짐작되는 대목이다.

    노선영은 알려진 대로 우여곡절 끝에 이번 대회에 나서게 됐다. 대한빙상경기연맹의 행정 착오로 평창올림픽 출전권을 얻지 못했다. 이후 김상항 연맹 회장의 사과 속에 러시아 선수의 금지약물 징계로 출전권이 생겨 노선영은 올림픽 출전을 결정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노선영은 김보름이 모교인 한체대에서 따로 훈련해 팀 추월 대비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언론을 통해 폭로하기도 했다.

    '왜 나만...' 19일 강릉 오발경기장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팀추월 준준결승 경기에서 한국의 노선영이 결승선을 통과한 뒤 생각에 잠겨 있다.(강릉=노컷뉴스)

     

    이런저런 사정 끝에 노선영이 합류했지만 대표팀은 갈등이 봉합되지 않고 있었던 셈이다. 그리고 경기에서 곪았던 상처가 터져버린 모양새다. 노선영이 인터뷰를 하지 않은 채 경기장을 빠져나간 것이 단적인 예다.

    팀 추월은 아쉽게 끝났지만 경기는 남아 있다. 여자 매스스타트다. 김보름은 이 종목에서 금메달 후보로 꼽힌다. 하지만 쇼트트랙과 비슷한 종목이기 때문에 동료와 호흡이 중요하다. 함게 출전하는 박지우의 역할이 적잖다. 그러나 이런 분위기 속에서 팀 워크가 제대로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어려운 상황에도 팀원들이 하나로 뭉치는 모습으로 금메달에 도전하는 여자 쇼트트랙과 분열 양상을 보이며 실망스러운 성적을 거둔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장거리 대표팀. 과연 남은 경기에서 어떤 모습과 성적을 거둘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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