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름, 노선영, 박지우 선수가 19일 오후 강원도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팀추월 '준준결승에서 역주를 하고 있다. (사진=특별취재팀)
팀원을 두고 질주한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팀 추월' 경기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식지 않고 있다. 진상을 조사해달라는 청와대 청원은 36만 명을 돌파했다.
연패를 탈출하지 못한 남녀 아이스하키 대표팀과 꼴찌로 대회를 마친 스키점프 대표팀의 투혼엔 찬사가 쏟아졌던 것과 비교해보면, 매달이 아닌 과정에도 우리가 주목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캡처)
◇ '팀원 두고 질주'…팀워크 상실에 뿔난 국민, 청원 36만 돌파세 명의 선수가 호흡을 맞춰 서로 앞에서 끌고 뒤에서 밀어주며 경기를 펼치는 전형적인 '팀워크' 종목인 '스피드스케이팅 팀 추월'에서 볼썽사나운 모습이 나왔다.
홀로 쳐진 한 선수가 외로운 레이스를 펼치는 데도 두 선수는 마치 짠 듯 4초 가량 앞서 결승선을 통과해 버린 것이다. 우리 대표팀은 7위로 탈락했다.
'남탓'으로 돌린 경기 뒤 인터뷰에 분노한 36만 명 이상이 '국가대표 자격을 박탈해달라'는 청와대 청원을 하루 만에 했다.
"너무 이기적이라 생각했고 팀워크가 중요한 경기에서 이런 모습을 봐 국민으로서 실망했다"(이유정·26), "말 그대로 경기 이름이 '팀 추월'이니까 서로 같이 보듬어주는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했지만 그렇지 않아 아쉬웠다"(문지수·23)는 게 경기를 시청했다는 사람들의 목소리다.
김영범(29) 씨는 "남자경기에서 서로 밀어주는 모습이 나온 것처럼 (여자 팀 추월에서도) 팀 스포츠를 보고 싶었지만 올림픽 정신에 맞지 않는 경기였다"고 꼬집었다.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맷 달튼이 18일 오후 강원도 강릉 하키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캐나다와 예선전에서 골을 막은 뒤 누워 있다. (사진=특별취재팀)
◇ '0 대 8로 지고 꼴찌 탈락해도'…선수 투혼엔 환호하는 국민날아오는 퍽을 온몸으로 막아서며 분투를 벌였던 지난 18일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의 세계 1위 캐나다 전에서는 0-4 패배가 아쉽지 않았다.
관중들은 "괜찮아"를 외쳤고, 우리 선수가 쓰러지자 장내엔 노래 '난 괜찮아'가 울려 펴졌다. 관중들은 따라 불렀다.
단 1승도 건지지 못한 채 예선을 마친 선수들이 고개를 숙이자, 이번엔 경기장에서 '걱정말아요 그대'라는 노래가 울려 펴졌다.
스키점프 남자 단체전 예선에 출전한 남자 스키점프 국가대표팀은 12개 출전국 가운데 꼴찌의 성적을 거뒀지만, 이들의 도전은 '아름다운 비행'으로 평가됐다.
한국 여자 컬링 대표팀 (사진=특별취재팀)
사상 첫 메달 획득의 기대감을 주고 있는 여자 컬링대표팀은 "영미야, (닦지 말고)기다려"가 유행어가 될 만큼 목청껏 외치는 소통과 팀워크에 찬사가 쏟아지고 있다.
성균관대 사회학과 구정우 교수는 "국민들이 스포츠를 보는 관점이 바뀌었다"며 "스포츠를 바라보는 시선이 무엇을 성취하기 위한 수단이 아닌 그 자체가 목표가 돼 게임과 놀이란 의미로 자리매김이 됐다"고 설명했다.
올림픽경기를 챙겨본다는 오현석(26) 씨는 "국민들이 원하는 모습이 경기나 성적을 떠나 팀플레이를 해야 하는 경기에서 화합하고 서로 챙기는 모습"이라며 "화합이 잘 되는 모습을 보면 성적과 관계없이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임명기(61) 씨 역시 "이상화 선수가 은메달을 따고 최선을 다한 모습을 보면서 나도 울컥했고 또 일본 고다이라 나오 선수가 이상화를 위로하며 국적을 넘어선 배려를 보여줘 더 감동을 주지 않았느냐"고 되묻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