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 바른미래당 유승민 공동대표 (사진=자료사진)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와 바른미래당 유승민·박주선 공동대표가 23일 한 자리에 모였다. 유 대표와 박 대표가 바른미래당 창당을 계기로 인사 차 홍 대표를 찾으면서다.
보수진영 대권주자로 경쟁했던 홍 대표와 유 대표의 공식 만남은 지난 대선 이후 처음 이뤄진 것이다. 지난 해 유 대표가 바른정당의 새 대표로 선출됐을 때엔 홍 대표가 유 대표와의 만남을 거부했다. 유 대표는 이를 "졸렬한 작태"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보수진영 주도권'을 두고 지금까지도 경쟁을 이어가고 있는 두 사람은 이날 서로에 대한 날선 발언은 내놓지 않았다. 다만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의 방한을 고리로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며 외교·안보 분야와 관련해선 '공조기류'를 형성했다.
홍 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 한국당 당사에서 두 대표를 만나 "김영철 방한은 국민 감정이 용납하는 게 아니다. 이성적인 문제를 떠나서 그건 감정적으로 받아들이기가 어렵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가 다른 문제는 좀 생각을 달리 할 수 있더라도, 그런 문제는 오천 만 국민의 생각에 따라 좀 코드가 맞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유 대표도 "천안함 주범인 김영철이 북한 대표단의 단장으로 와서는 절대 안 된다. 또 문 대통이 주범을 직접 만나서 대화하는 것도 안 된다. 철회하라고 강력 요구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 정부가 철강 관세 등 통상압박에 대해 경제와 안보가 별개라고 하는 건 우물안 개구리 같은 생각"이라며 "한미동맹이 중요한 시기에 경제와 안보를 분리하는 이 정부의 자세는 잘못됐다는 점을 지적했다"고 했다.
박 대표 역시 "국민 정서와 감정 차원에서 보게 되면 김영철이 북한 대표 자격으로 평화 올림픽에 참여한다는 건 사실 동의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외교· 안보노선에 대해선 양당이 비슷한 목소리를 낸 모양새다.
다만 양측은 개헌에 대해선 미묘한 시각차를 보였다. 홍 대표는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바꾸자는 게 국민들의 요구"라며 "개헌은 시기의 문제가 아닌 내용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방선거 동시개헌'에 대해선 "정권 심판론의 이슈가 사라지게 된다"며 불가론을 펼쳤다.
이에 유 대표는 "당연히 시기보단 내용이 더 중요하다"면서도 "다만 국회가 단일안을 마련할 수 있다면 6월 지방선거에서 (개헌 국민투표)를 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했다. 개헌 시기를 두고 의견이 엇갈린 셈이다.
유 대표는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국회에서 서로 건전하게 경쟁하고, 협력할 건 하면서 (현 정부가) 경제·안보위기에 무능한 모습을 보이는데 같이 힘을 합칠 땐 합치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한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양당이 정책적 공조를 넘어 선거 연대도 시도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지만, 유 대표는 만남 후 기자들과 만나 "(선거 연대에 대한 언급는) 전혀 없었다"고 못박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