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자료사진)
자유한국당은 25일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의 방한(訪韓) 길목을 막아선 채 이틀 째 농성을 이어갔다. 결국 김 부위원장이 '우회도로'를 이용한 것으로 알려지자 문 대통령이 '샛문'을 열어줬다며 향후 투쟁수위를 높일 것임을 예고했다.
당내 '김영철 방한저지 투쟁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김무성 의원과 김성태 원내대표 등은 전날 오후부터 경기 파주 통일대교 남단 도로를 점거한 채 밤샘 농성을 했다.
이튿날인 이날 오전 농성에는 홍준표 대표와 의원들, 보좌진까지 100여 명이 합세해 천안함 폭침의 주범으로 지목된 김 부위원장의 방한은 절대 불가하다고 외쳤다. 이 자리엔 천안함 유가족도 일부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무성 의원은 "만일 오늘 김영철이 대한민국에 발을 디딘다면 대한민국의 자유주의체제는 그 시간부터 무너져내리게 된다"고 했다.
하지만 김 부위원장은 한국당이 막아선 통일대교 대신 우회도로를 통해 이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홍 대표는 "김영철이 개구멍으로 들어온 것 같다"며 "내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친북정권 규탄대회를 열 것"이라고 했다.
장제원 수석대변인도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이 부여한 권력으로 샛문을 열었다"며 "이건 권력남용, 국정농단, 반역행위"라고 밝혔다. 장 수석대변인은 나아가 "한국당은 이제 본격적으로 북한의 사회주의 노선에 전도된 문재인 정권과의 체제전쟁을 선포한다"고 선언했다.
(사진=윤철원 기자)
한국당은 농성 과정에서 '차벽'을 만들기도 했고, '천안함 폭침주범 김영철 방한 철회하라'는 현수막과 대형 태극기까지 마련해 그야말로 총공세를 폈다. 이 과정에서 경찰과 충돌을 빚기도 했다. 현장에는 2500여 명 규모의 경찰 병력이 배치돼 상황을 통제했다.
한국당 원내지도부는 전날에 이어 이날도 서울 청계광장을 찾아 전략회의를 갖고, 이튿날엔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청와대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을 불러 김 부위원장 방한 허용 경위를 따지겠다는 입장이다.
한국당은 26일 오후 2시30분에 청계광장에서 지지자들과 함께 대규모 규탄대회를 개최, 본격적인 여론전에 나선다는 계획도 세우고 있다.
다만 대대적인 투쟁기조와는 별개로 여론 역풍 가능성을 감안해 국회 일정 보이콧은 하지 않을 것으로 파악됐다. 윤재옥 원내수석부대표는 통화에서 "국회는 정상적으로 운영할 것"이라고 했다.
바른미래당도 김 부위원장 방한에 대해선 '절대 불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유승민·박주선 공동대표는 이날 오후 대전 현충원을 찾아 천안함 46 용사 묘역에 참배할 예정이다.
한편 더불어민주당은 "평창올림픽 폐막일에 보여준 한국당의 작태는 국제적 망신이고 국민이 분노한다"고 밝혔다. 민주당 백혜련 대변인은 서면브리핑을 통해 "남북 대화, 나아가 북미대화 없이는 한반도 비핵화는 요원하다"며 이 같이 말했다.
다만 백 대변인은 "물론 김 부위원장의 방남에 우려가 있는 부분에 대해선 엄중히 받아들인다"며 "이에 우리 정부 역시 대승적 차원의 이해와 양해를 말씀드린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2014년 남북군사회담 당시 북측대표가 김 부위원장이었으며, 당시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은 기대감과 환영을 공식 표명했다"며 "한국당은 동일 사안에 대해 자신들이 어떤 언행을 했는지 모두 지워버린 듯 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