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CBS 최승진의 아침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00~07:30)
■ 진행 : 최승진 앵커
■ 대담 : CBS 통일외교안보팀 도성해 기자
어제 문재인 대통령을 접견한 김영철 통일전선부장 등 북한 고위급대표단은 미국과도 대화할 충분한 용의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평창 올림픽을 계기로 북미 대화의 물꼬가 트일지 주목됩니다.
스튜디오에 도성해 기자가 나와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5일 강원도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평창동계올림픽 폐회식에 참석해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선전부장과 악수하고 있다. 왼쪽은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보좌관. (사진=CBS특별취재팀)
◇ 최승진> 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김영철 단장 일행을 접견했는데, 어떤 이야기들이 오갔습니까?
◆ 도성해> 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평창 동계올림픽 폐막식에 참석하기에 앞서 김영철 통일전선부장과 리선권 조평통 위원장등 북한 대표단 8명 전원을 1시간 가량 접견했습니다.
우리측에서는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과 서훈 국정원장이 배석했는데, 남북관계 전반에 대해 의견이 교환됐다는 게 청와대 설명입니다.
문 대통령은 우선 "북한이 평창 올림픽 개막식에 이어 폐회식에도 대표단을 보내 축하를 해줘 평창올림픽이 안전하게 치러졌다", "남북이 단일팀을 구성하고 공동입장을 해서 전 세계인들에게 감동을 줬다", "남북의 이런 노력으로 평창올림픽을 평화올림픽으로 치르게 됐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남북관계가 앞으로 광범위하게 확대되고 진전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이에 대해 김영철 등 북한 대표단은 "김정은 위원장도 같은 의지를 지니고 있다"며 김 위원장의 뜻을 전달했습니다.
◇ 최승진> 북미 대화도 언급됐죠?
◆ 도성해> 예, 문 대통령은 지난번 김여정 특사 방문 때와 마찬가지로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문제가 본질적으로 해결되기 위해서는 북한과 미국이 조속히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이에 대해 북한 대표단은 "미국과 대화할 충분한 용의가 있다", "남북관계와 북미관계가 같이 발전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청와대는 전했습니다.
특히 남북관계 전반이 논의됐다고 했기 때문에 문 대통령은 비핵화 문제도 거론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에 북한 김영철은 문 대통령을 평양으로 초청한 김정은 위원장의 뜻을 다시한번 전달하면서 3차 남북정상회담을 조기에 개최하면 좋겠다는 점을 강조했을 것으로 관측됩니다.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통일선전부장)과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한 북한 고위급 대표단이 천해성 통일부 차관의 안내를 받으며 지난 25일 오전 경기도 파주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를 통해 입경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 최승진> '미국과의 대화에 나서겠다', 북한 대표단이 이렇게 북미대화에 적극적인 뜻을 밝히고 나선 것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봐야죠?
◆ 도성해> 예, 북한 대표단이 언급한 내용은 사실상 김정은 위원장이 전한 메시지로 봐야 됩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친동생인 김여정을 통해서 3차 남북 정상회담을 제안한 데 이어서 대남 정책과 각종 대남 공작을 총괄하는 통일전선부장을 내려 보냈는데, 이번에는 그를 통해 북미 대화의 뜻을 밝힌 것입니다.
지난번 김여정 특사가 펜스 미국 부통령과 비밀리에 만나기로 사전에 합의했다가 펜스 부통령이 대북 강경 발언을 계속하는 바람에 북한이 거부해서 무산되지 않았습니까?
그리고 미국은 지난 주말 트럼프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 방한에 맞춰 '무기나 석유 등을 운송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선박을 공해상에서 차단'하기로 하는 등 전례없이 강도 높은 제재를 추가로 발표하면서 압박의 수위를 높여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김정은 위원장이 미국과의 적극적인 대화 의지가 있다고 밝힌 건데요, 이것은 북한이 이미 평창 올림픽을 계기로 남북관계 개선은 물론 미국과도 대화에 나서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동국대 북한학과 김용현 교수의 분석을 들어보시죠.
[녹취: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북한 입장에서는 북미대화가 어떻게든 열려야만 지금의 대북제재나 국제사회의 압박을 풀 수 있는데, 남북관계 개선이 결국 북미대화, 북미관계 개선으로 갈 수 있는 경로라는 점에서 평창 동계올림픽을 적극 활용하면서 북미관계 개선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고 본다"
북한은 이른바 '병진노선'을 택하고 있습니다. 핵 개발과 경제 발전을 모두 성취하겠다는 건데요, 북한은 올해 초 김정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밝힌 것처럼 일단 핵무력은 완성했다고 선언한 상태입니다.
확인할 길은 없지만 어쨌든 김정은 위원장의 남은 과제는 북한 경제를 일으키는 것인데,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제재가 계속되는 한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입니다.
이와관련해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이 핵 무력을 이미 완성했다면 경제를 일으켜야 되는데 '제재 국면을 완화시키기 위해서는 현재로서는 기댈 곳이 남한 밖에 없다.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북미 대화의 돌파구를 마련해보자' 이런 전략을 선택한 것 같다"고 분석했습니다.
2018평창 동계올림픽 폐막식이 지난 25일 오후 강원도 평창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렸다. 이방카 트럼프 미국 백악관 보좌관 뒤로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통일선전부장)이 자리하고 있다. (사진=CBS특별취재팀)
◇ 최승진> 그런데 미국은 조건없는 비핵화를 요구하고 있는데, 북미 대화 물꼬가 잘 트일 수 있을까요?
◆ 도성해> 그 부분이 제일 관심사인데, 사실 이번 북한 고위급대표단에 대남 라인 뿐 아니라 외무성 관리가 포함된 점이 알려지면서 다양한 해석이 나왔습니다.
최강일 북아메리카국 부국장인데요, 북한은 그동안 핵문제는 미국과의 문제라며 우리 정부가 관여하는 것을 극도로 꺼려왔던 터라 이처럼 외무성 관계자가 남북대화 국면에서 남측을 방문한 것은 매우 이례적입니다.
특히 주목되는 점은 북한 외무성 북미국은 대미외교 뿐 아니라 핵 문제를 다루는 협상교섭창구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북미대화, 더 나아가 '핵 문제도 얘기할 수 있다는 시그널 아니냐'는 분석이 미리 나오기도 했습니다.
정부 소식통은 "핵 교섭을 담당하는 중간책임자가 고위급대표단에 포함된 것은 적지 않은 의미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현재로서는 일단 미국과의 '탐색적 대화'를 모색하기 위해 방남한 것인지, 아니면 비핵화를 요구하며 최대한의 압박을 멈추지 않겠다는 미국의 진짜 의중이 무엇인지 좀 더 전문적인 정보를 파악하기 위해 온 것인지 판단하기는 어려운데요,
지금 엘리슨 후커 미 백악관 NSC 한반도보좌관이 이방카를 수행해서 한국에 와 있는데, 북한이 북미대화 용의를 밝힌 이후 두 사람이 같은 곳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습니다.
현재로서는 오늘 이방카가 떠나기 전에 북미 접촉이 있을지, 아니면 제3국에서 만나기로 한 것인지 등은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어쨌든 우리 정부만이라도 김정은 정권이 들어선 이후 핵 문제와 관련해 처음으로 실질적인 대화를 할 수 있는 기회라는 점에서 최강일의 방남 의미는 적지 않다고 봅니다.
다시 김용현 교수의 말을 들어보시죠.
[녹취: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북한이 남북관계 개선, 나아가 북미관계 개선을 위한 북미접촉의 적극적인 의지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차원에서 최강일과 같은 인물까지 포함시키는 대표단까지 보냈다고 봅니다"
6자회담 수석대표를 역임한 이수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CBS와의 전화통화에서 "현재 기싸움을 하고 있지만 북미대화는 이제 시간문제로 보인다", "핵폐기를 위한 미국의 압박을 북한도 잘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미국은 완전한 비핵화를 요구하고 있고, 북한은 현 상태에서 동결하는 것을 조건으로 전략자산이 대규모로 동원되는 한미군사훈련 중지 등 대북 적대시 정책 폐지를 주장할 것으로 보입니다.
평창 올림픽을 계기로 북미가 접촉하더라도 이런 '동상이몽'을 좁혀나갈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하겠습니다.
2018평창 동계올림픽 폐막식이 지난 25일 오후 강원도 평창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렸다. 애국가가 울려퍼지는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 주변에 이방카 트럼프 미국 백악관 보좌관, 빈센트 브룩스 한미연합사령관(주한미군사령관), 이진성 헌법재판소장,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통일선전부장)이 함께 자리하고 있다. (사진=CBS 특별취재팀)
◇ 최승진> 북한 선수단과 응원단 등은 오늘 돌아가지만 북한 고위급 대표단은 내일까지 있지 않습니까? 많은 대화가 오가겠죠?
◆ 도성해> 예, 자유한국당을 중심으로 보수 진영에서 '김영철 방남 반대 궐기대회'를 열고 있고 사살해야 한다는 극단적인 주장까지 나오고 있기 때문에 혹시 모를 불상사를 우려해서 많은 정보가 차단되고는 있습니다.
그렇지만 남북은 김영철 단장 일행이 떠나는 내일(27일)까지 남은 시간동안 다양한 층위의 접촉을 통해 남북관계 전반에 대한 대화를 나눌 것으로 예상됩니다.
어제 이미 문재인 대통령을 접견한 이후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만찬을 주최했는데 이런 자리들이 여러차례 만들어질 것 같습니다.
제일 주목되는 것은 역시 서훈 국정원장과 김영철 통전부장 채널인데요, 3차 남북정상회담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어떤 성과들이 뒤따라야 하는지, 북미 대화를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등 내밀한 얘기들이 오갈 것으로 보입니다.
통일연구원 홍민 북한연구실장의 말을 들어보시죠.
[녹취:통일연구원 홍민 북한연구실장]
"기존에 CIA와 서훈 라인이 가동돼왔기 때문에 김영철과 서훈 원장은 남북관계 이상으로 미국과의 접점을 만드는 부분까지 대화를 나눌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와함께 조명균 통일부장관-리선권 조평통 위원장도 이미 지난달에 열린 고위급회담을 비롯해 벌써 여러차례 서로 합을 맞춰 본 경험이 있습니다.
이렇게 대남 실세 라인들이 총출동한 상황이기 때문에 김여정 특사때는 상징적인 의미가 강했다면 이번에는 남북관계 회복에 필요한 실질적인 방안들이 논의될 것으로 관측됩니다.
따라서 남북관계 개선의 바로미터라고 할 수 있는 이산가족 상봉과 군사당국자회 회담 개최, 등에서 가시적인 결과물이 나올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