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외국어대학교 기숙사 홈페이지에 올라온 식권 구매 공지사항.(홈페이지 캡쳐)
부산의 한 대학이 기숙사 학생들을 상대로 사실상 '식권 강매'에 나서 학생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학생들은 학교 측이 식권을 사지 않으면 기숙사를 나가야 한다는 협박까지 했다고 주장하고 있어 논란은 더욱 커지는 모습이다.
부산외국어대학교에 다니는 A씨는 2018학년도 1학기 기숙사 입주를 신청해 방을 배정받았다.
A씨는 개강을 준비하던 지난 22일 황당한 공지사항을 접했다.
기숙사 홈페이지에 올라온 공지는 "2018학년도 1학기 기숙사에 입주한 모든 학생은 한 학기 분 식권을 구매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공지에는 모든 기숙사 학생이 110장과 165장, 220장 가운데 한 가지를 선택해 식권을 사야 하고, 식권비 31만 9천 원에서 50만 6천 원을 한 번에 지정 계좌로 입금하라는 상세한 안내까지 나와 있었다.
한 학기 기숙사비가 80만 원에서 130만 원가량인 점을 고려하면 학생들이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는 금액이다.
부산외국어대학교 기숙사 홈페이지에 올라온 식권 구매 공지사항.(홈페이지 캡쳐)
게다가 구매한 식권은 기숙사를 퇴사하는 경우에만 환불받을 수 있으며, 이마저도 전체 금액의 90%만 돌려준다는 등 학생들에게 불리한 환불 기준도 포함돼 있었다.
A씨 등 기숙사 학생들은 이 같은 결정이 사실상 '식권 강매'라며 기숙사 행정실 등 학교 측에 문제를 제기했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식권을 구매하지 않으면 기숙사를 나가야 한다"는 사실상 협박이었다고 학생들은 주장했다.
일부 학생은 학교 측의 고압적인 태도에 울며 겨자 먹기로 돈을 입금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기숙사에 입주할 때 원하는 학생만 한 학기 식권을 미리 구매한 적은 있지만, 이번처럼 학교가 '강매'에 앞장선 것은 처음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지난해 12월 기숙사 신청 당시부터 이번 달 초 입주를 결정할 때까지 식권에 대한 공지는 전혀 없었다며 울분을 터트렸다.
A씨는 "이전에도 기숙사 생활을 했었지만, 이처럼 학교가 앞장서 식권을 강매한 사례는 처음"이라며 "특히 기숙사 입사를 결정한 지 한 달이나 지났고, 학교 인근 자취방을 구하기도 힘든 상태에서 식권을 안 사면 '퇴사'라는 대답을 들으니 화가 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학생들은 커뮤니티를 만들어 현재 상황과 의견을 공유하는 한편 공정거래위원회 등 각종 기관에 민원을 제기하며 반발하고 있다.
이에 대해 부산외대 측은 강매 의도는 없었으며 기숙사 '퇴사'와 같은 표현은 전혀 한 적이 없다며 학생들의 주장을 일축했다.
부산외대 관계자는 "기숙사 식당 운영 업체가 운영난을 호소해 해결 방안을 찾던 중 학생들에게 식권 구매를 권유했는데, 표현이 다소 와전된 것 같다"고 해명하며 "식권을 안 산다고 해서 기숙사를 나가야 하는 건 아니며, 학생들에게 기숙사 퇴사를 언급한 적도 전혀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 같은 해명은 학교 측이 급식업체를 돕기 위해 애꿎은 학생들에게 부담을
주려 했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라,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RELNEWS:rig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