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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작렬]신연희 강남구청장은 왜 몰락했나?



뒤끝작렬

    [뒤끝작렬]신연희 강남구청장은 왜 몰락했나?

    '횡령.직권남용'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신연희 강남구청장이 27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박종민기자

     

    신연희 서울 강남구청장이 28일 결국 경찰에 구속됐다. 직원들에게 지급돼야 할 포상금 9,300여만원을 빼돌려 개인적으로 사용하고 한 의료재단에 자신의 제부 박모(66)씨의 취업을 청탁해 횡령과 직권남용을 한 혐의다.

    신 구청장이 빼돌린 돈은 정치인 후원금, 미용실비, 화장품 구입비 같은 공무와 전혀 무관한 일에 사용됐다. 경찰은 전·현직 총무팀장 3명은 신 구청장이 공금을 횡령하는데 도움을 주고 비서실장은 신 구청장의 지시에 따라 빼돌린 돈을 사용한 것으로 결론냈다.

    제부 박씨의 경우 의료재단 취업 특혜 말고도 자신의 빵집이 강남에 위치한 현대백화점 계열 명품 아울렛에 수년간 특혜 입점한 의혹도 받고 있다.

    신 구청장 제부의 존재는 CBS노컷뉴스 보도 이전에는 알려지지 않았었다. 개인정보 확인은 수사기관에서도 제한적으로 허용되기 때문에 특혜 당사자가 신 구청장의 제부라는 사실을 확인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그러나 신 구청장의 제부 박씨의 신원은 지난해 4월 신 구청장의 개인·친인척 비리 의혹을 취재 중인 기자가 박씨를 만나 해명을 요구하자 휴대전화를 빼앗고 폭행을 한 사건이 벌어지면서 확인됐다.

    기자는 곧바로 경찰에 폭행 사실을 신고했지만, 박씨는 택시를 잡아타고 그대로 도주했다. 이후 수일 뒤 경찰에 출두한 박씨가 자신이 신 구청장의 제부라는 사실을 시인한 것이다. 박씨는 폭행 사건 이전에는 자신이 신 구청장의 제부라는 사실을 부인했다.

    경찰은 1년 동안 신 구청장과 그의 친인척 비리를 수사했다. 신 구청장의 횡령·배임 의혹이 처음으로 제기된 게 작년 4월인데, 경찰은 이보다 2개월 전인 같은 해 2월경부터 첩보를 입수해 내사에 들어갔다.

    정치인을 대상으로 1년 동안 수사가 이어지는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경찰은 이번 수사에 애를 먹었다. 신 구청장 측이 강남구청의 공권력과 인맥을 총동원해 경찰 수사를 방해했기 때문이다. 경찰이 객관적인 증거를 들이대도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고 한다.

    취재 과정에서 "경찰 수사 진행 상황이 신 구청장 측으로 그대로 흘러들어간다"는 얘기도 들렸다.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하기 수일 전에는 "검찰이 불구속 수사 방침을 세우고 수사 방해를 해 서울경찰청 수뇌부와 일선 수사팀이 내부적으로 강한 불만을 가지고 있다"는 말도 나왔다.

    실제 경찰이 이달 초 신 구청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자 검찰은 보완을 지시하며 영장을 반려했고, 23일 법원에 영장이 청구되기까지 2주가 넘게 걸렸다.

    신 구청장이 구속된 결정적인 사유는 '증거인멸'이라는 '넘지 말아야할 선'을 넘어 버린 데 있다. 본인 형사사건 증거인멸 행위는 처벌할 수 없지만 구속 사유로는 유효하다.

    신 구청장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서울중앙지법 박범석 영장전담판사는 "범죄의 소명이 있고 수사과정에 나타난 일부 정황에 비추어 볼 때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며 영장을 발부 했다.

    신 구청장은 자신의 범죄 혐의 증거가 다수 담긴 강남구청 출력물보안시스템 서버를 통째로 삭제한다는 문서에 서명해 증거인멸을 직접 지시했다. 오후 6시 업무시간 이후에는 서버실에 2차례에 걸쳐 방문해 증거인멸 현장을 감독한 것으로 드러났다.

    신 구청장이 증거인멸을 실행에 옮긴 강남구청 전산정보과장 김모씨와 함께 있는 모습은 CCTV에 그대로 찍혔다.

    CBS노컷뉴스가 지난해 8~9월 신 구청장의 증거인멸 관련 보도를 계속해서 내보내자 강남구청은 사실을 인정하기는커녕 협박성 보도자료로 압박했다.

    강남구청은 당시 보도자료에서 "CBS노컷뉴스가 악의적으로 허위사실을 보도해 명예를 훼손했다"며 "언론중재위원회 제소와 손해배상 청구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증거인멸을 직접 실행한 김씨는 이후 언론중재위원회에 정정보도 및 손해배상 청구를 제기했다. 하지만 김씨는 증거인멸 혐의로 경찰에 구속되면서 조정기일에 출석하지 못했다. 김씨는 지난 1월 법원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재판부는 신 구청장에 대해서는 "김씨와 독대 과정에서 보고를 받은 후 서버 삭제를 사전 결재해 증거인멸 행위에 가담했다는 죄책을 져야 한다"고 판시했다. 향후 신 구청장에게도 실형 선고가 내려질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신 구청장은 재임 기간 내내 '강남의 제왕'으로 군림했다. 인사권이 가장 큰 무기였다. 자신에게 복종하는 직원에게는 '승진'이라는 당근을 줬고, 복종하지 않는 직원에게는 '좌천'이라는 채찍을 가했다.

    강남구청에는 신 구청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한 실세 5급 공무원 A씨가 있다.

    신 구청장이 경찰에 소환되거나 법원에 출두할 때 그림자처럼 붙어 수행하고 있는 중년의 남자다. 거의 모든 언론사 카메라에서 그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을 게다.

    A씨는 박원순 서울시장과 신 구청장이 삼성동 한국전력공사 부지에서 나오는 1조7,000억원대 공공기여금 사용 문제를 놓고 대립각을 세울 때 서울시의회 행정사무감사장에 신 구청장 대신 출석한 적이 있다.

    당시 A씨는 시의원들에게 막말을 하고 손가락질을 하는 등 난동을 부렸다. 행감장은 욕설이 오가는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난동의 당사자인 A씨는 강남구에 돌아왔을 때 개선장군 대우를 받았다고 한다. 이 문제로 서울시 감사위원회는 강남구에 A씨의 징계를 요구했지만 신 구청장은 무시했다.

    A씨는 이른바 '강남구청 댓글부대' 사건의 핵심 인물이다. 그가 신 구청장 재임 기간 7급에서 5급으로 두 계급 승진하는데 불과 3년 밖에 걸리지 않았다.

    '신연희 강남구'는 '박근혜 청와대'의 축소판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처럼 신 구청장도 개인비리, 인사권 남용 등 폭정을 거듭하다 끝내 구속되면서 체제 붕괴를 맞게 됐다.

    폭정의 피해자는 50만 강남구민과 대다수의 선량한 강남구청 공무원들일 것이다.

    이제 남은 것은 법의 심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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