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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대통령이 먼저 "한은 총재 연임 가능한가?"

"안정적인 통화정책 운용이 중요하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연임은 문재인 대통령이 먼저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결정된 것으로 확인됐다.

통화정책을 안정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주요 선진국들처럼 한국은행 총재를 연임시키는 방안이 가능한지 검토해보라고 문 대통령이 먼저 지시를 했다는 얘기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2일 이주열 총재 지명 배경과 관련해 "미국이나 유럽 주요 나라에서는 총재가 오래 재임하면서 통화 정책을 안정적으로 펼치도록 하고 있다"며 "이주열 총재는 거시경제와 금융시장에 관해 풍부한 경험과 식견을 갖고 있고 조직 내부의 신망이 높아 한은을 안정적으로 이끌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문재인 대통령이 '다른 나라를 보면 다 오랫동안 재임하면서 통화정책을 안정적으로 이끄는데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다'면서 '다른 나라 사례들을 보고 우리나라는 이게 적용 가능한 건지 살펴보라'는 지시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동안은 한은 총재를 무조건 바꾸는 것으로 생각했는데 대통령이 연임 가능성을 먼저 제기했다"며 "20명 정도를 스크린을 해서 최종 서너명 정도 올라왔는데 통화정책을 안정적으로 이끌겠다는 의지가 더 강하게 작동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은 임기가 4년이지만 앨런 그런스펀 전 의장은 20년, 벤 버냉키 전 의장은 8년간 재임하는 등 연임이 일반적이다.

또 유럽중앙은행(ECB)과 영란은행(BOE)의 총재 임기는 8년이고, 임기 5년인 저우 샤오촨 중국인민은행 총재는 2002년부터 16년째 재임중이다.

통화정책 연속성과 안정화를 위해 주요 선진국들의 중앙은행 총재 연임 관행에 보조를 맞춘 것이어서 파격적인 결정으로 해석된다.

이에따라 이주열 총재는 역대 한국은행 총재중 연임하는 세 번째 총재로 기록을 남기게 됐다.

역대 한은 총재 중에서는 1951년 취임한 2대 김유택 총재가 연임해 1956년까지 재임했고, 11대 김성환 총재가 1970년부터 1978년까지 두 차례 임기를 채웠다.

그러나 1998년 전까지는 한은 총재가 금융통화위원회 의장을 겸하지 않았던 점을 감안하면 이 총재가 연임의 사실상 첫 사례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 총재를 연임시킨 것은 청와대 관계자의 설명처럼 통화정책 안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무엇보다 한국은행의 향후 통화정책 수행 환경이 과거에 비해 훨씬 복잡해진 상황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미 연준이 경제회복 자신감을 바탕으로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가파르게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지만 국내 경기회복세는 더딘데다 미국의 통상압력 강화, 한국 GM의 군산공장 폐쇄 등으로 국내 경제에 빨간 경고등이 켜졌기 때문이다.

한은 내부에서도 통화정책 전문성이 담보되지 않은 총재가 후임으로 올 경우 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기도 했다.

이와함께 한국은행이 독립성을 실질적으로 보장한다는 의미도 담겨 있다. 과거 정부에서 임명된 총재를 다시 지명했기 때문이다.

김의겸 대변인은 "한국은행의 중립성, 자율성을 보장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가 지난 4년간 통화정책을 무난하게 수행해 경제성장을 뒷받침한 점도 감안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총재는 가계부채 급증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평가가 있기도 하지만 재임 중 5차례 금리인하를 통해 3% 경제성장률 달성을 지원함으로써 거시경제를 안정적으로 관리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김동연 경제부총리 취임 이후 지난 8개월 동안 5차례나 만나 경제현안을 논의하는 등 거시경제와 금융현안에 대한 공조체제를 유지해온 것도 유임의 한 배경으로 꼽을 수 있다.

이와함께 주요 선진국 중앙은행 총재들과의 인적 네트워크도 중시됐을 것으로 보인다.

이 총재는 국제결제은행(BIS) 총재회의 등 두 달에 한번꼴로 국제회의에 참석하면서
저우 샤오촨 중국인민은행 총재,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 등 주요국 총재들과 친분을 쌓아왔다.

문 대통령이 이주열 총재를 연임시킴에 따라 국회 인사청문회는 무난하게 통과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총재는 2012년 한국은행법이 개정된 뒤 국회 인사청문회를 치른 첫 한은 총재다.

청와대는 오는 6일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국회에 인사청문요청안을 보낼 예정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20일 이내에 인사청문회를 마쳐야 하고 이 총재의 새 임기는 4월 1일부터 시작된다.

한편 지명을 받은 이주열 총재는 "4년전에 처음 지명을 받았을 때보다 훨씬 더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우리 경제가 처해 있는 많은 어려움을 헤쳐나가는데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생각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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