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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평균 19시간 노동, 임금 체불, 부상… 드라마 현장의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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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 평균 19시간 노동, 임금 체불, 부상… 드라마 현장의 민낯

    드라마 제작환경 개선 TF, '크로스' 제작사 등 4개사 특별근로감독 요청

    드라마 제작환경 개선 TF는 지난달 28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언론노조 회의실에서 '드라마 제작 현장 노동실태 제보 결과 발표 및 특별근로감독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전국언론노동조합 제공)

     

    다수가 프리랜서여서 4대 보험 등 노동자로서 보장받아야 할 최소한의 기준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하루 평균 19.65시간, 한 달 평균 24.8일 일하면서 하루 휴식시간은 2.74시간, 한 달 휴일 5.2일에 불과하다. 안전장비를 갖추지 못하는 등 열악한 세트장 환경 때문에 안전 문제는 언제 발생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드라마 제작환경 개선 TF는 지난달 28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언론노조 회의실에서 '드라마 제작 현장 노동실태 제보 결과 발표 및 특별근로감독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TF는 전국언론노동조합·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다산인권센터·청년유니온·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로 구성돼 있다.

    TF가 지난 1월 26일부터 지난달 14일까지 드라마 제작종사자를 대상으로 노동시간·휴일·소득 수준·임금 미지급 문제·안전 및 건강 등과 관련해 온라인 제보를 받았다. 이때 유효 응답자 수는 113명이었다.

    우선, 노동시간은 '하루 8시간'이라는 표준이 무색할 만큼 길었다. 촬영시간 최솟값이 9시간, 최댓값이 27시간으로 하루 평균 19.65시간을 일하고 있었다. 휴식시간은 딴판이었다. 아예 휴식이 없다는 응답자가 있었다. 최댓값은 7시간이었다. 평균을 내니 2.74시간이 나왔다. 한 달 기준 근무일은 평균 24.85일, 휴일은 평균 5.2일이었다.

    하루 기준 노동시간(응답자 110명 기준)은 20시간 이상 24시간 미만이라는 응답자가 60.9%(67명)로 가장 많았고, 15시간 이상 20시간 미만이라는 응답자가 30.0%(33명)로 그 뒤를 이었다.

    휴식시간(응답자 101명 기준)은 3시간 이상 5시간 미만이 46.5%(47명), 3시간 미만이 43.6%로 응답자의 90.1%가 하루 5시간 미만으로 쉬고 있었다. 휴일(응답자 106명 기준)의 경우, 아예 휴일이 없다는 응답도 8.5%(9명)나 됐다. 5일 이상 10일 미만이 33.0%(35명), 3일 이상 5일 미만이 32.1%(34명)였다.

    임금은 편차가 심했다. 월급(응답자 91명 기준)은 최솟값 100만 원, 최댓값 1100만 원으로 1천만 원 차이가 났다. 평균값은 382만 3200원이었다. 일급(응답자 90명 기준)은 최솟값 5만 원, 최댓값 42만 원으로 평균은 16만 2700원이었다.

    촬영 중 안전(응답자 84명 기준)에 대해서는 문제가 있다는 응답이 72.6%(61명)로 없다는 27.4%(23명)를 압도했다. 유형별(중복 가능)로 보면 세트장(27.3%), 안전 장비 없음(27.3%), 장비(18.2%), 과로(9.1%), 졸음운전(6.4%), 수면 부족(3.6%) 순이었다.

    부상 경험(응답자 113명 기준)이 있다는 응답은 61.9%, 없다는 응답은 38.1%였다. 하지만 치료비(응답자 66명 기준)는 본인 부담이 60.6%로 가장 많았다. 일부 부담이 22.7%, 제작사나 방송사가 부담한다는 응답은 16.7%에 그쳤다.

    드라마 제작환경 개선 TF가 지난달 28일 발표한 '드라마 제작환경 제보 분석 결과 및 특별근로감독요청서' 중 장시간 노동의 문제점 관련 응답 (사진=전국언론노동조합 제공)

     

    장시간 노동에도 임금이 제대로, 제때 안 나오는 일이 벌어졌다. 현금이 아닌 상품권으로 임금을 대체 지급한 사례가 2건이었고, 촬영에 사용된 소품이나 PPL 물품 등으로 지급한 사례가 2건, 임금 지급이 늦거나 결과적으로 '미지급'된 사례가 9건에 이르렀다.

    근로기준법 제43조(임금 지급)에 따르면 임금은 통화(유통 수단이나 지불 수단으로서 기능하는 화폐)로 전액을, 매월 1회 이상 일정한 날짜를 정해 직접 지급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 같은 열악한 제작환경 뒤에는 불안정한 고용형태도 자리했다. 응답자 112명 중 프리랜서가 67.0%(75명)로 절반 이상이었고, 계약직 19.6%(2명), 외주 정규직 8.9%(10명), 업체별로 계약하는 용역 2.7%(3명), 현장실습 0.9%(1명) 순이었다. 정규직이라고 응답한 사람은 1명(0.9%)뿐이었다.

    드라마 제작 종사자들은 장시간 노동의 문제점을 호소하기도 했다. '피로 누적', '새벽에 끝나도 택시비나 숙박비 미지급', '장시간 노동 후 직접 운전해 졸음 운전 위험', '과로로 인한 식도염 및 위염', '손목 관절 2번 수술' 등의 사례가 제보됐다. 53시간 촬영 후 졸음 운전을 했다는 경우도 있었다. 일정을 알 수 없어 작업에 혼동이 있고, 과로로 인해 건강 이상이 생겨도 산재 처리가 안 된다는 점 등도 지적됐다.

    TF는 설문 결과를 바탕으로 고용노동부 서울청에 특별근로감독을 요청할 드라마 제작사를 선정했다. JTBC '미스티', KBS2 '라디오 로맨스', tvN '크로스', OCN '그남자 오수' 등 총 네 작품의 제작사 ㈜글앤그림미디어, 얼반웍스, IMTV, 로고스필름·스튜디오드래곤 등이다.

    JTBC '미스티'는 촬영 18회 기준 총 311시간 15분 일해 하루 평균 17시간 17분을, KBS2 '라디오 로맨스'는 촬영 18회 기준 312시간 55분 일해 하루 평균 17시간 23분을 기록했다. tvN '크로스'는 촬영 11회 기준 210시간을 일해 하루 평균 노동시간이 19시간에 달했다. 오는 5일 첫 방송을 앞둔 OCN '그남자 오수' 역시 하루 평균 노동시간이 19시간이었다.

    TF는 고용노동부에 ㈜글앤그림미디어, 얼반웍스, IMTV, 로고스필름·스튜디오드래곤의 특별근로감독을 요청했다. 그러면서 근로기준법 및 최저임금법(장시간 근로 및 적정한 휴식시간 미부여, 임금체불 및 최저임금 미달, 프리랜서 계약 제작인력)과 산업안전보건법(안전·보건 조치 의무, 관리감독자 존부 및 의무 이행 여부, 산재 발생 은폐 금지 및 보고 의무) 위반을 중점적으로 감독하기를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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